[DT 시론] 웹 20년과 우리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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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4-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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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웹 20년과 우리의 책무
김형중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교수


1955년 런던에서 태어난 팀 버너스 리는 퀸즈 칼리지에서 물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3월 무명의 컴퓨터과학자였던 그가 `정보관리 제안서'라는 문서를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 제출했고 1990년 12월 로버트 카일리아우, 니콜라 펠로우와 함께 최초의 브라우저를 선보였다. 웹의 토대인 하이퍼링크가 가능케 해 인터넷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각종 훈장과 작위를 받았지만 야후나 구글처럼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웹이 등장한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그 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인터넷 신문이 등장해 오프라인 신문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만들어져 오프라인 서점을 힘들게 하고 있다. 새로운 것은 이전 것들을 위협하기 마련이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인터넷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 부지기수이다.

1억 개의 은행 계좌에서 1원씩만 훔친다면 금세 1억 원을 모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가능하다. 반대로 1원씩 1억 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으면 순식간에 1억 원을 모을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사이버 포인트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것이 좋은 예이다. 소액이라 별로 가치도 없었지만 기부하면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인터넷에는 전문가들로 붐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고 푸는 전문가에게 최고 10만 달러까지 상금을 주는 사이트가 있다. 이런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연구기관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이노센티브(Innocentive)가 좋은 예이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그 사이 348문제 이상 해결했고 상금도 300만 달러 넘게 제공했다.

기술개발을 의미하는 R&D의 시대를 넘어 연결개발, 즉 C&D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용어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만들어냈다. 사장된 기술 또는 공개해도 그만인 기술을 사고 파는 형태를 말한다. 보유하고 있어봐야 짐만 되는 기술이 다른 회사에서는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 그래서 웹을 통해 거래되는 것이다. 수억의 사용자가 몰리는 거대한 공간 웹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애플의 앱 스토어는 애플리케이션을 올리게 하고 수익의 30%는 애플이, 70%는 개발자가 갖도록 하고 있다. 앱 스토어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터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게임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가 마련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소프트웨어들도 여기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선인터넷 업체인 유엔젤이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해 1달러 99센트에 공개한 모바일 뮤직 애플리케이션 `아이드러머'(iDrummer)가 공개 1주일 만에 뮤직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게임개발자 변해주 씨가 제작한 앱 스토어용 탱크 액션게임 `헤비매크'(Heavy Mach)도 미국 내 앱 스토어 전체 유료 판매순위 5위를 기록했다.

인터넷은 예술작품을 만들 때도 활용된다. 왼쪽을 보고 있는 1만 마리의 양을 그리는데 40일이 걸렸다. 양을 제대로 그리면 20센트를 받을 수 있다. 참여한 사람 수는 7599명으로 추산된다. 근거는? 다른 IP 주소수가 그만큼이기 때문이다. 한 마리 그리는데 든 시간은 평균 105초였고 매 시간 11마리의 양이 올라왔다. 온라인에서 양 하나 하나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thesheepmarket.com 참조) 그런데 모든 양이 왼편을 보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 한편 이런 작업이 임금착취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도 있으나 다중의 자발적인 예술창작 참여로 봐줄 수도 있다.

웹은 수많은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어떤 해악으로 되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과학사에 흔히 거론되는 DDT를 떠올려보자. 이 살충제를 개발한 폴 뮐러는 1948년 노벨상을 받았다. 말라리아 등 질병퇴치에 기여해 5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으며 최대 50% 이상의 식량 증산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은 최악의 발명품으로 낙인이 찍혀 1972년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웹은 끊임없이 서비스거부공격 앞에 노출돼 있으며, 포르노 확산과 온라인 윤락 알선의 통로가 되고 있고,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다. 웹이 DDT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지 않게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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