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리처드 탈러ㆍ캐스 선스타인 지음/리더스북 펴냄/428쪽/1만5500원
미국 시카고의 `레이크 쇼어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도로로 불린다. 시카고 동쪽 경계선인 미시건 호수를 끼고 펼쳐진 이 도로를 달리면 시카고의 장엄한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도로는 S자 커브가 많아 사고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치를 만끽하느라 시속 40킬로미터의 속도 제한을 보지 못하는 탓이다.
고민 끝에 시 당국은 운전자들의 감속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에 흰색 선을 그려놓은 것이다. 이 선의 앞쪽은 간격이 고르지만 커브로 갈수록 간격이 좁아져서 속도가 증가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선을 보는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추게 된다.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이용하라는 말이나 한 발짝 더 다가서라는 문구가 없다. 대신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암스테르담 공항은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의 80%를 줄일 수 있었다. 어떠한 금지조항이나 인센티브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nudge)'의 대표적인 사례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의미인 넛지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내지 간섭을 지칭한다.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단지 `내일 투표할 건가요?'라는 질문만으로 실제 투표율이 올라가고 `향후 6개월 내에 새 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만으로 구매율이 35%나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넛지는 이미 우리 사회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자는 화장실에 파리 스티커를 붙이도록 함으로써 넛지를 이끌어낸 사람을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부른다. 이들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미 일상 속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 설계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건축가가 특정한 형태와 설계를 지닌 건물을 짓듯이 선택 설계자는 특정한 방식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넛지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와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이 이를 활용한 정책을 적극 펼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훌륭한 넛지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이 쉽게 거부할 수 있으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적어야 한다. 몸에 좋은 과일을 구내식당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것은 넛지이고 패스트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사람들의 선택에 부드럽게 간섭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열려 있는 자유주의적인 개입이기 때문이다.
이지성기자 ezscape@
미국 시카고의 `레이크 쇼어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도로로 불린다. 시카고 동쪽 경계선인 미시건 호수를 끼고 펼쳐진 이 도로를 달리면 시카고의 장엄한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도로는 S자 커브가 많아 사고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치를 만끽하느라 시속 40킬로미터의 속도 제한을 보지 못하는 탓이다.
고민 끝에 시 당국은 운전자들의 감속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에 흰색 선을 그려놓은 것이다. 이 선의 앞쪽은 간격이 고르지만 커브로 갈수록 간격이 좁아져서 속도가 증가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선을 보는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추게 된다.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이용하라는 말이나 한 발짝 더 다가서라는 문구가 없다. 대신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암스테르담 공항은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의 80%를 줄일 수 있었다. 어떠한 금지조항이나 인센티브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nudge)'의 대표적인 사례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의미인 넛지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내지 간섭을 지칭한다.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단지 `내일 투표할 건가요?'라는 질문만으로 실제 투표율이 올라가고 `향후 6개월 내에 새 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만으로 구매율이 35%나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넛지는 이미 우리 사회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자는 화장실에 파리 스티커를 붙이도록 함으로써 넛지를 이끌어낸 사람을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부른다. 이들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미 일상 속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 설계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건축가가 특정한 형태와 설계를 지닌 건물을 짓듯이 선택 설계자는 특정한 방식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넛지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와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이 이를 활용한 정책을 적극 펼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훌륭한 넛지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이 쉽게 거부할 수 있으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적어야 한다. 몸에 좋은 과일을 구내식당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것은 넛지이고 패스트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사람들의 선택에 부드럽게 간섭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열려 있는 자유주의적인 개입이기 때문이다.
이지성기자 ezscap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