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토털서비스 시장 요구 신속대응"
기업들 SWㆍ서비스 통합 구매 사례 늘어
M&A 투자대비효과 뛰어나 갈수록 확산
■ 세계 IT업계 식지 않는 M&A 열풍
74억 달러, 우리돈으로 10조원에 달하는 오라클-썬 간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전격 발표되면서 전세계 IT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IBM에 이은 세계 2위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와 유닉스 서버시장의 강자라는 두 회사의 위상 때문이지만 IBM과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오라클이 인수한 드라마틱한 협상 과정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썬을 인수함에 따라 오라클은 새로운 성장전략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온 오라클은 대형 기업용 플랫폼으로 안정성과 성능이 입증된 자바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 자사 제품군과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오라클이 원하기만 한다면 서버와 스토리지라는 하드웨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라클에게 있어 지금이 향후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한다.
M&A는 기업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 IBM은 PwC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업체에서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HP는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PC 시장의 거대 공룡으로 거듭났다. SAP는 비즈니스오브젝트를 인수해 포화상태에 이른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의 탈출구를 찾고 있고, 구글ㆍ시스코 등도 시장 확대를 위해 활발한 M&A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IT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는 이유로 이른바 `스택 (stack) 전략'을 꼽는다. 시장에서 원하는 전 분야의 제품군을 갖춰 기업의 필요에 따라 맞춤 공급하는 개념이다. 이기종 환경이 일반화되고 모바일 등 새로운 플랫폼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IT 업체가 다양한 제품과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개별 기업의 필요에 따라 맞춤화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을 통합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새로운 제품 역량을 확보하고, 자사 제품과 통합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안이 선호되고 있다.
M&A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요 변화에 따라 `제품출시기간(time to market)'을 단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쟁사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 진출해 경쟁사를 압박하거나 동종기업간 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도 M&A의 또 다른 효과다. 썬 인수전 초기에 IBM이 적극적이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였다. IBM은 썬의 서버 제품 라인을 대부분 다 갖고 있고 SW 제품군도 방대하게 갖추고 있다. 자바에 대한 공헌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사실상 IBM의 작품인 이클립스는 표준 자바 개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때문에 IBM의 썬 인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경쟁사 죽이기'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썬의 고객기반을 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초대형 M&A가 계속되는 것은 M&A의 투자대비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KRG에 따르면 오라클, MS, HP 등 지난 2~3년간 M&A를 주도했던 업체들의 실적은 대부분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지난 3년간 매출증가율이 128%에 달하고, 오라클은 33%, 시스코는 2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구글 182%, MS 43%, HP 43%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IT 업계의 M&A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형 IT 업체들은 SW와 HW, 서비스 등을 원스톱 지원하는 스택 전략을 뚜렷하게 지향하고 있고, 또한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불황기 이후 회복기에 접어들면 선두와 하위업체 간 간격이 더 크게 벌어진다. CPU 부문의 경쟁사인 인텔과 AMD의 경우 IT 버블 붕괴 이후였던 2002년 인텔의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AMD는 오히려 손실규모가 20배 이상 늘어났다. 따라서 이른바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의 하나로 이미 해외에서는 후속 M&A 기업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T 버블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업체간 합종연횡을 통한 위기극복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이번 불황기 이후 본격화될 플랫폼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기업들 SWㆍ서비스 통합 구매 사례 늘어
M&A 투자대비효과 뛰어나 갈수록 확산
■ 세계 IT업계 식지 않는 M&A 열풍
74억 달러, 우리돈으로 10조원에 달하는 오라클-썬 간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전격 발표되면서 전세계 IT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IBM에 이은 세계 2위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와 유닉스 서버시장의 강자라는 두 회사의 위상 때문이지만 IBM과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오라클이 인수한 드라마틱한 협상 과정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썬을 인수함에 따라 오라클은 새로운 성장전략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온 오라클은 대형 기업용 플랫폼으로 안정성과 성능이 입증된 자바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 자사 제품군과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오라클이 원하기만 한다면 서버와 스토리지라는 하드웨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라클에게 있어 지금이 향후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한다.
M&A는 기업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 IBM은 PwC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업체에서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HP는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PC 시장의 거대 공룡으로 거듭났다. SAP는 비즈니스오브젝트를 인수해 포화상태에 이른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의 탈출구를 찾고 있고, 구글ㆍ시스코 등도 시장 확대를 위해 활발한 M&A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IT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는 이유로 이른바 `스택 (stack) 전략'을 꼽는다. 시장에서 원하는 전 분야의 제품군을 갖춰 기업의 필요에 따라 맞춤 공급하는 개념이다. 이기종 환경이 일반화되고 모바일 등 새로운 플랫폼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IT 업체가 다양한 제품과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개별 기업의 필요에 따라 맞춤화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을 통합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새로운 제품 역량을 확보하고, 자사 제품과 통합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안이 선호되고 있다.
M&A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요 변화에 따라 `제품출시기간(time to market)'을 단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쟁사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 진출해 경쟁사를 압박하거나 동종기업간 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도 M&A의 또 다른 효과다. 썬 인수전 초기에 IBM이 적극적이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였다. IBM은 썬의 서버 제품 라인을 대부분 다 갖고 있고 SW 제품군도 방대하게 갖추고 있다. 자바에 대한 공헌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사실상 IBM의 작품인 이클립스는 표준 자바 개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때문에 IBM의 썬 인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경쟁사 죽이기'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썬의 고객기반을 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초대형 M&A가 계속되는 것은 M&A의 투자대비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KRG에 따르면 오라클, MS, HP 등 지난 2~3년간 M&A를 주도했던 업체들의 실적은 대부분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지난 3년간 매출증가율이 128%에 달하고, 오라클은 33%, 시스코는 2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구글 182%, MS 43%, HP 43%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IT 업계의 M&A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형 IT 업체들은 SW와 HW, 서비스 등을 원스톱 지원하는 스택 전략을 뚜렷하게 지향하고 있고, 또한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불황기 이후 회복기에 접어들면 선두와 하위업체 간 간격이 더 크게 벌어진다. CPU 부문의 경쟁사인 인텔과 AMD의 경우 IT 버블 붕괴 이후였던 2002년 인텔의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AMD는 오히려 손실규모가 20배 이상 늘어났다. 따라서 이른바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의 하나로 이미 해외에서는 후속 M&A 기업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T 버블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업체간 합종연횡을 통한 위기극복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이번 불황기 이후 본격화될 플랫폼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