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주 기념 행사를 치렀다. 반세기 연구원 역사를 정리한 50년사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연구원을 퇴직하신 한 대선배가 남긴 말이 아직도 가슴을 울린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Ⅲ 도입을 주도했던 이 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원자력은 나의 유일한 삶이자 나의 모든 것입니다. 꿈에도 잊지 못할 나의 사랑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감히 그 선배님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도 원자력과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하고 있음을, 그리고 때론 그 사랑이 `열병' 수준임을 고백한다. 핵연료주기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을 당시 필자는 경수로와 중수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 맞춰 우라늄 사용량과 사용후핵연료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경수로 원전에서 쓰고 난 사용후핵연료를 재가공해서 중수로인 월성 원전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듀픽(DUPICㆍDirect Use of spent PWR fuel In Candu reactors)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DUPIC은 핵확산의 우려가 있는 재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로,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실용화되지는 못했지만 중수로의 본고장인 캐나다는 물론, 우크라이나 등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DUPIC 기술이 우리 원전에 적용될 날을 고대하면서 DUPIC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가슴 설렘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이 땅의 모든 과학자들이 그렇겠지만 원자력계 연구자들도 지난 반세기 동안 꿈을 꾸며 살아왔다. 1950년대 말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 밖에 안되는 세계 최악의 상황에서, 세계 최첨단 학문인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는 꿈을 꿨다. 미국 차관까지 받아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그 꿈을 이루고 나서는, `제3의 불' 원자력 발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꿈에 매혹됐다. 나라 밖은 물론 국내에서도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비웃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당시 한 해 정부 예산의 3배에 달하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역사를 통해 1978년 기어코 세계 21번째 원자력 발전국으로 우뚝 섰다.
외국 자본과 외국 기술로 만들어진 원자력 발전소를 보면서 우리 기술로 원전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는 핵연료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또다른 꿈을 꿨고, 그 꿈 역시 현실로 이뤄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원자력계는 분명한 목표와 가슴 뛰는 열정, 그리고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다면 이뤄내지 못할 일은 없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함께 얻었다.
원자력 연구개발 반세기를 맞아 이제 우리 원자력계는 더 큰 꿈을 그려가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들이 기본적으로 5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을 꾸준히 개선해온 것이라면, 안전성과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새로운 원전인 미래 원자력 시스템을 2030년대까지 개발해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는 꿈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소도 나오고 마실 물도 나오는 꿈이다.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담당하며 국가 경제성장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상용 원전과 중소형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을 이뤄 원자력 산업을 내수 산업에서 수출 산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원자력위원회에서 `미래 원자력시스템 장기 추진계획'을 의결, 이같은 꿈을 구체화하기 위한 비전과 로드맵을 국가 정책으로 확정했다.
50살이 된 `대한민국 원자력'은 정말 큰 꿈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원자력 과학자들은 또한번 몸살과 열병을 앓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원자력계에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주 기념 행사를 치렀다. 반세기 연구원 역사를 정리한 50년사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연구원을 퇴직하신 한 대선배가 남긴 말이 아직도 가슴을 울린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Ⅲ 도입을 주도했던 이 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원자력은 나의 유일한 삶이자 나의 모든 것입니다. 꿈에도 잊지 못할 나의 사랑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감히 그 선배님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도 원자력과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하고 있음을, 그리고 때론 그 사랑이 `열병' 수준임을 고백한다. 핵연료주기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을 당시 필자는 경수로와 중수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 맞춰 우라늄 사용량과 사용후핵연료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경수로 원전에서 쓰고 난 사용후핵연료를 재가공해서 중수로인 월성 원전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듀픽(DUPICㆍDirect Use of spent PWR fuel In Candu reactors)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DUPIC은 핵확산의 우려가 있는 재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로,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실용화되지는 못했지만 중수로의 본고장인 캐나다는 물론, 우크라이나 등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DUPIC 기술이 우리 원전에 적용될 날을 고대하면서 DUPIC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가슴 설렘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이 땅의 모든 과학자들이 그렇겠지만 원자력계 연구자들도 지난 반세기 동안 꿈을 꾸며 살아왔다. 1950년대 말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 밖에 안되는 세계 최악의 상황에서, 세계 최첨단 학문인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는 꿈을 꿨다. 미국 차관까지 받아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그 꿈을 이루고 나서는, `제3의 불' 원자력 발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꿈에 매혹됐다. 나라 밖은 물론 국내에서도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비웃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당시 한 해 정부 예산의 3배에 달하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역사를 통해 1978년 기어코 세계 21번째 원자력 발전국으로 우뚝 섰다.
외국 자본과 외국 기술로 만들어진 원자력 발전소를 보면서 우리 기술로 원전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는 핵연료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또다른 꿈을 꿨고, 그 꿈 역시 현실로 이뤄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원자력계는 분명한 목표와 가슴 뛰는 열정, 그리고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다면 이뤄내지 못할 일은 없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함께 얻었다.
원자력 연구개발 반세기를 맞아 이제 우리 원자력계는 더 큰 꿈을 그려가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들이 기본적으로 5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을 꾸준히 개선해온 것이라면, 안전성과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새로운 원전인 미래 원자력 시스템을 2030년대까지 개발해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는 꿈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소도 나오고 마실 물도 나오는 꿈이다.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담당하며 국가 경제성장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상용 원전과 중소형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을 이뤄 원자력 산업을 내수 산업에서 수출 산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원자력위원회에서 `미래 원자력시스템 장기 추진계획'을 의결, 이같은 꿈을 구체화하기 위한 비전과 로드맵을 국가 정책으로 확정했다.
50살이 된 `대한민국 원자력'은 정말 큰 꿈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원자력 과학자들은 또한번 몸살과 열병을 앓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원자력계에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