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등록절차 개인개발자 진입 한계
게임개발자 변해준 씨는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탱크게임 `헤비매크(Heavy Mach)'를 올려 전체 유료 다운로드 순위 5위, 게임 카테고리 3위에 오르는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헤비매크는 현재까지도 10위권을 유지하며 다운로드 건수가 10만건을 돌파했다. 변씨는 헤비매크만으로 지금까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국내외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앱스토어 개설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변씨의 이같은 `대박'은 개발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변씨를 포함한 개발자들이 향후 개설될 국내 사업자들의 앱스토어에서도 이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모바일서비스 시장 해외기업에 내줄수도
지금의 답은 일단 `아니오'에 가깝다. 시장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 때문이다. 변씨의 게임도 애플 앱스토어 한국계정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인 게임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아야한다.
◇따로 노는 법과 현실=우리나라에서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산업진흥법 규정에 따라 기본적으로 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 사업장도 없고 특정 IT회사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사업자등록이 쉽지만은 않다.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심의수수료나 심의절차도 부담이다. 이는 단순한 번거로움을 넘어 국내 앱스토어를 기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외국인이 국내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등록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료 게임을 심의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등급분류가 필요한 음란물이나 특별히 반사회적인 혐오물, 사행성 게임의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심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제약 때문에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한국계정에 아예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사업자나 개발자가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을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를 통해 등록해 국내 아이팟 터치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물론 불법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 측은 "현재 애플과 게임물 심의절차를 논의중이며 아직 계도단계이므로 엄격한 규제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급한 제도개선=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일단 게임의 정의부터 지나치게 모호하다. 게임산업진흥법 2조에 따르면,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과 관계된 기기 및 장치 등은 모두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게임'으로 심의대상인 셈이다.
그러나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애플리게이션에는 게임과 일반 프로그램의 경계에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가령 인기가 높은 피아노나 드럼 등 악기연주 프로그램은 게임인지 일반 애플리케이션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이 경우 개발자가 자진해서 규제가 많은 게임 항목으로 등록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당국이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이현령 비현령'의 상황이 벌어지는 등 혼선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최소한 게임임을 가늠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게임이라 하더라도 이렇다할 유해요인이 없다면 사업자의 자율심의로 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해외에 개설된 앱스토어는 대부분 사업자나 협단체의 자율규제에 근거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유해물이 유통될 경우 사회적 물의를 초래하는 동시에 정부로부터 사후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 자체심의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 측은 "자체 심의를 거친 게임을 앱스토어에 등록하면 전세계 대부분 국가 계정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엄격한 정부규제 때문에 한국시장에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규제는 개발자들이 까다로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국경이 없는 사이버 마켓의 특성상 사용자들도 따라서 이동함으로써 국내 앱스토어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딜레마 빠진 당국=당국과 게임위 역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지만 근거법의 문제인 만큼 조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문화부 및 업계와 협의를 통해 사후심의와 같은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근거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의 육성과 소비자의 혜택을 위해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청소년보호나 사행성 방지를 고려한 현행 법체계의 절차적 합리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각계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현재의 게임위 심의 인력으로는 국내외에서 쏟아져 들어올 수 만 개의 게임물을 자체 심의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해 게임위는 1000여 개의 게임물을 심의했는데, 애플 앱스토어에만 개설 반년만에 8000여개의 게임물이 등록됐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살릴 수 없는 동시에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바일서비스 시장을 해외기업들에 내주는 상황도 우려되는 만큼 일정부분 사업자 자율규제나 별도 역무등록을 포함한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임개발자 변해준 씨는 지난달 애플 앱스토어에 탱크게임 `헤비매크(Heavy Mach)'를 올려 전체 유료 다운로드 순위 5위, 게임 카테고리 3위에 오르는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헤비매크는 현재까지도 10위권을 유지하며 다운로드 건수가 10만건을 돌파했다. 변씨는 헤비매크만으로 지금까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국내외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앱스토어 개설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변씨의 이같은 `대박'은 개발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변씨를 포함한 개발자들이 향후 개설될 국내 사업자들의 앱스토어에서도 이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지금의 답은 일단 `아니오'에 가깝다. 시장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 때문이다. 변씨의 게임도 애플 앱스토어 한국계정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인 게임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아야한다.
◇따로 노는 법과 현실=우리나라에서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산업진흥법 규정에 따라 기본적으로 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 사업장도 없고 특정 IT회사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사업자등록이 쉽지만은 않다.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심의수수료나 심의절차도 부담이다. 이는 단순한 번거로움을 넘어 국내 앱스토어를 기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외국인이 국내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등록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료 게임을 심의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등급분류가 필요한 음란물이나 특별히 반사회적인 혐오물, 사행성 게임의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심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제약 때문에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한국계정에 아예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사업자나 개발자가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을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를 통해 등록해 국내 아이팟 터치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물론 불법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 측은 "현재 애플과 게임물 심의절차를 논의중이며 아직 계도단계이므로 엄격한 규제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급한 제도개선=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일단 게임의 정의부터 지나치게 모호하다. 게임산업진흥법 2조에 따르면,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과 관계된 기기 및 장치 등은 모두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게임'으로 심의대상인 셈이다.
그러나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애플리게이션에는 게임과 일반 프로그램의 경계에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가령 인기가 높은 피아노나 드럼 등 악기연주 프로그램은 게임인지 일반 애플리케이션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이 경우 개발자가 자진해서 규제가 많은 게임 항목으로 등록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당국이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이현령 비현령'의 상황이 벌어지는 등 혼선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최소한 게임임을 가늠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게임이라 하더라도 이렇다할 유해요인이 없다면 사업자의 자율심의로 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해외에 개설된 앱스토어는 대부분 사업자나 협단체의 자율규제에 근거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유해물이 유통될 경우 사회적 물의를 초래하는 동시에 정부로부터 사후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 자체심의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 측은 "자체 심의를 거친 게임을 앱스토어에 등록하면 전세계 대부분 국가 계정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엄격한 정부규제 때문에 한국시장에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규제는 개발자들이 까다로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국경이 없는 사이버 마켓의 특성상 사용자들도 따라서 이동함으로써 국내 앱스토어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딜레마 빠진 당국=당국과 게임위 역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지만 근거법의 문제인 만큼 조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문화부 및 업계와 협의를 통해 사후심의와 같은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근거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의 육성과 소비자의 혜택을 위해 자율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청소년보호나 사행성 방지를 고려한 현행 법체계의 절차적 합리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각계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현재의 게임위 심의 인력으로는 국내외에서 쏟아져 들어올 수 만 개의 게임물을 자체 심의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해 게임위는 1000여 개의 게임물을 심의했는데, 애플 앱스토어에만 개설 반년만에 8000여개의 게임물이 등록됐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살릴 수 없는 동시에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바일서비스 시장을 해외기업들에 내주는 상황도 우려되는 만큼 일정부분 사업자 자율규제나 별도 역무등록을 포함한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