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발전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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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2-2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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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광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발전 조건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교수ㆍ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기업의 반도체 메모리소자, 디스플레이 패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세계 1위다. 반도체 D램 생산 세계 5위인 독일의 키몬다가 파산신청에 들어갔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현재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어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최근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반도체소자, 디스플레이패널을 구성하고 있는 핵심재료와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 부품 분야의 한국 경쟁력을 보면 상황은 매우 다르다.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 기업의 국내 점유율은 여전히 20%를 조금 웃돌고 있는 실정이고, 특히 한 대 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국내산 전공정 장비가 국내 생산라인에 직접 투입된 경우는 거의 없고, 국산화율도 5% 내외로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의 전체 국산화 자급률이 60%가 넘어야 국내 반도체산업 또한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장비, 재료, 부품의 국산화 없이 이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의 발전은 사상누각, 모래위에 집을 짓는 모양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있는데, 바로 표준화 활동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의 세계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조직으로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있다. SEMI는 1970년 설립돼 현재 1000억 달러 시장규모의 세계 반도체 장비재료 산업을 대표하고, 한국 180개 회원사를 포함해 전 세계 2000개 회원사들로 구성된 세계 유일한 관련산업 단체다. SEMI 표준에는 현재 770여건의 표준이 있는데, 반도체 장비재료의 경우 한국 기업이 제안해 채택된 경우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관련 업계에서 반도체 장비재료 표준화 활동을 대부분 이끌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과 같이 자본과 기술 집약적 산업에서 표준화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의 시장을 더욱 효율적이면서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데 필수 활동이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기업의 경우, 1973년부터 시작된 SEMI 국제표준화 활동에서 배제돼왔고, 개발된 표준에 대한 이해와 적용에 대한 관심마저 극히 미약한 상태에서 기존 표준을 무조건 채택하는 데 급급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산업의 표준화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최고경영자의 올바른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표준화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제무대에서 기술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국제표준을 만들어내고 설득시키는 기술외교관을 육성하고 지원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국제표준에 대한 이해와 습득 없이 기업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무대에 발맞춰 활동할 수 있는 기술외교관은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으며, 특히 기술경쟁력이 취약하고 경제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인력양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최근 반도체산업의 경우 인텔(미국), 삼성전자(한국), TSMC(대만)를 중심으로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을 목표로 기존 300mm 웨이퍼 체제에서 450mm 웨이퍼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표준논의가 시작됐다. 국내 소자업체인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300mm 웨이퍼 표준체제에서도 쫓아가기에 급급했고, 인적자원과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장비재료업계가 450mm 표준체제에도 스스로 대응하라는 것은 너무 버거운 일이다. 또 SEMI의 표준화 최고의사 결정조직인 ISC(International Standard Committee:국제표준화위원회)위원 15명 중 한국대표는 한 명도 없고, 표준화 채택활동을 위한 RSC(Regional Standard Committee:지역표준화 조직)도 국내에는 없어 표준채택을 신청하려면 아직도 미국, 유럽, 일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 학계, 산업계는 이렇게 심각한 표준화 위기를 충분히 인식해 머리를 맞대고 우수한 기술외교관 육성과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반도체소자와 디스플레이패널 수출로 확보한 막대한 외화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수입으로 모두 잃어버리는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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