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의 게임산책] 닌텐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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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2-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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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좋은 '눈앞 성과'보다
'게임 코리아' 저력 충전을

버추얼 보이ㆍ닌텐도 64DD 등
닌텐도도 실패거듭후 성공안착
산업 자체 성장ㆍ내실화에 역점
정부 주도 지원정책 필요한 때



"우리도 닌텐도 게임기 같은 걸 만들 수 없겠는가"라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동안 이런 저런 얘기가 돌았다. 업계 현실을 도외시한 발언이라는 지적, 단순한 하나의 회사가 아닌 시스템으로서 닌텐도에 대한 몰이해와 그에 대한 개탄, 더 나아가서는 가상의 `명텐도MB'라는 게임기가 등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솔직히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은 게임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얘기다. 오히려 대통령의 발언보다 더욱 비수로 꽂히는 것은 그 발언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라는 반응이 업계에, 나아가 산업에 무슨 도움을 주겠는가. 차라리 현실 감각이 없는 얘기라 하더라도 업계에 힘을 주는 대통령의 한 마디가 낫다는 생각이다.

사실 대통령이 닌텐도라는 회사를 예로 든 것은 적절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20여년 이상 세계 게임업계의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면에서 따라갈 수 없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닌텐도64'와 `게임큐브' 시절에 닌텐도가 거의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포켓 몬스터'의 매출이 이를 벌충하고 남을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게임큐브 시절 닌텐도가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현금 보유량이 너무나도 많았던 나머지 환차손에 의해 서류 상의 적자가 발생한 것뿐이다. 역으로 얘기하자면, 닌텐도라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지를 방증하는 사례다.

또한 시대가 달라졌다. 만약 10년 전에 닌텐도 관련 발언이 나왔다면 그야말로 공상에 지나지 않는 얘기였겠지만, 국내 게임산업의 위상이나 기술력은 이제 세계에서도 톱 클래스로 발전해 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리니지 시리즈'를 필두로 `메이플 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은 수십개에 달한다. 심지어 국내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게임들이 해외에서는 인기를 끄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도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컴투스와 같은 회사는 휴대폰에서 오리지널 멀티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내놓았으며, SK텔레콤의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은 이미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적어도 게임산업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가지는 위상은 `닌텐도 못 만드느냐'라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열폭(열등감 폭발이라는 의미의 은어)'할 만한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라는 말이다.

물론 닌텐도 따라잡기가 당장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정부의 게임산업 지원책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패가 없는 성공이란 없는 법이다. 닌텐도만 하더라도 게임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았는가. 패미콤용 디스크 시스템, 슈퍼패미콤용 위성 통신 시스템, 버추얼 보이, 닌텐도64DD 등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저런 일들을 했을까 싶은 것들도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진심으로 한국에서 닌텐도가 나오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성공할까 보다는 실패를 어떻게 교훈으로 삼아 이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부가 힘 써야 할 부분도 바로 이런 실패에 대응하는 지원이 아닐까 싶다. 허울 좋고 프레젠테이션으로 볼 때 뭔가 있어 보이는 것들에 대한 지원은 당장의 성과를 만들기는 좋지만, 결국 소비자나 시장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중국의 온라인 게임산업 발전이다. 우리나라 등 해외 온라인 게임이 히트를 치던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중국은 자국 내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해외 게임을 최대한 막는 동시에 자국 업체에 대한 지원을 통한 게임 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물론 이 과정이 정당했다는 것은 아니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게임들이 부당한 피해를 본 사례도 많지만, 이는 중국의 온라인 게임산업 경쟁력 내재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눈앞의 성과나 수익이 아닌, 산업 자체의 성장과 내실화를 꾀한 정부 주도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분명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할 사례가 아닐까.

닌텐도를 바라보고 당장 닌텐도를 만들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닌텐도 좀 못 만들면 어떻고, 의욕적으로 도전한 업체들이 좀 실패하면 어떤가. 그래도 우리에게는 기술력과 저력이 있지 않은가 하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옳은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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