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전자지급결제 시장의 진입장벽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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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1-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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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책] 전자지급결제 시장의 진입장벽 이동
김성천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에서 근무하는 투자자문 전문가 김모 박사가 언젠가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직원의 능력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우수하고 그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 투자가치가 있지 않느냐 했더니, 진입장벽은 그보다는 부당한 이득(Unfair advantage), 즉 불공정한 이권 또는 강점이라고 했다. 여기서 불공정이란 단어는 상당히 철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것 같다.

발권은행인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종이와 동전 화폐가 차지하던 진입장벽이 변화하고 있다. 전자화폐, 신용카드, 선불지급수단, 교통카드 등 국내 전자지급결제 규모는 400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는 약 900조원에 달하는 한국 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하루 평균 전자자금 이체 규모는 20조원이 넘는다. 새로운 형태의 진입장벽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교통카드 시장도 제도와 환경변화에 의하여 진입장벽이 변화하고 있다. 전자지급결제의 핵심 구성요소는 정산소, 단말기, 전자지급수단이다. 그동안 이 세 가지가 강하게 결합되어 국내 교통카드 시장에서 강력한 진입장벽 구실을 했다. 그러나 이 진입장벽도 변화하고 있다. 전국교통카드 호환사업에 의한 단말기와 전자지급수단의 KS표준화이다. 이로 인해 표준에 맞는 전자지급수단 또는 단말기를 보급하는 사업자가 새로운 시장의 진입장벽을 구축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 표준화, 특허, 제도 변화에 의하여 기존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진입장벽이 형성된다. 일종의 진입장벽의 이동이다.

지난해 6월에 베니온(Venyon), 노키아, 독일이동통신이 독일의 한 대중교통청과 제휴하여 이용자들이 어떠한 카드라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휴대폰의 모바일칩에 즉시 발급 받아 필요한 시점에 물품구매와 교통이용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와 연계하여 각종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갑속에 있는 여러 장의 카드 중에서 필요한 특정의 카드를 꺼내듯이 휴대폰에서 필요한 카드를 골라서 쓸 수 있다.

며칠 전 국내에서는 베니온에 해당하는 한 모바일전문 금융솔루션업체가 8년에 걸친 노력 끝에 미국에서 국제특허를 획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미국, 유럽 등 국제무대에 진출하려 한다고 한다. 한편, 한국은행은 은행권 및 통신업체와 함께 지난해 9월에 모바일 칩에 모든 은행의 현금카드를 담아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을 완성했다. 올 2월경이면 상당수 은행이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제공하는 은행도 몇몇 된다. 광주시는 u-시티의 근본 인프라인 u-페이먼트의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광주시는 수년간 전자금융 인프라를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계 전자지급결제시장 규모는 약 10만조원 규모라 한다. 이의 1%를 수익 규모로 잡아도 1000조원 규모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또는 삼성그룹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100배에 해당한다. KOSPI 상장 기업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20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지금까지 IT기술의 진입장벽 변화 과정에서 삼성이 반도체로 성장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으로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랐고, 구글이 인터넷포털로 인터넷 왕좌에 등극했다. 이제 전자지급결제의 새로운 진입장벽의 특성과 형태 변화, 즉 진입장벽의 이동현상을 최대한 활용한 세계 굴지의 기업 탄생을 기대해본다. 그 기업이 국내 기업이기를 기대한다. 특히 국내의 한 모바일전문 금융솔루션업체와 이미 영국과 독일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베니온과의 국제무대에서의 한판 승부가 볼만하겠다. 누가 새로운 진입장벽을 차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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