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ㆍ일반기업은 아직 IPv4만 지원
이미 도입된 백본망 시장보다 대폭 수혜
IP주소 무한대… 유비쿼터스 본격 도래
■ 방통위, 인터넷 주소체계 IPv6 전환 최종확정
지난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IPv6 인터넷 주소체계 전환 계획(인터넷 주소자원의 개발ㆍ이용 촉진 및 관리에 대한 기본 계획)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모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방통위의 IPv6 전환 계획 중에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로 하여금 IPv6 겸용 백본망을 구축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장비업계에는 IPv6가 시장 수요정체로 인한 매출부진을 해소시켜줄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통신장비업계, 새 돌파구 찾기 분주=통신장비업종은 2000년을 전후로 불었던 IT붐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정부의 정보화 정책에 따라 초고속통신망이 전국 곳곳에 깔리면서 이를 위한 기반시설인 통신인프라의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망 확장 구축사업으로 `전 세계 통신장비는 한국에서 다 사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한국은 시스코, 쓰리콤, 에릭슨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이 저마다 기술과 마케팅을 내세우며 자웅을 겨뤘던 훌륭한 `테스트 베드`였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찬사도 잠시, 이들 업체의 영광은 시장 포화로 인한 매출 정체에 부닥치면서 이내 위기에 봉착한다. 사실 이는 통신장비시장의 특성상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몇몇 국내 업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가 하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생존에 성공한 기업들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매출 확대를 위한 통신장비업계의 부단한 노력에도 좀처럼 장밋빛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신규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과거와 달리 당분간은 유지보수 매출이 통신장비업체들의 주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약 6228억원을 기록한 국내 라우터ㆍ스위치 시장은 매년 0.7% 포인트 성장, 오는 2012년에는 약 6983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국내 라우터ㆍ스위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앞으로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경쟁사의 수요를 빼앗아 오는 이른바 윈백(Win-Back) 전략이 성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IPv6, 장비시장 기대감 솔솔=IPv6는 현재 활용되고 있는 IPv4를 대신할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다. 전 세계적으로 IPv4 주소는 약 11억9000만개(27.8%) 정도가 남아있으며 우리나라는 약 6640만개를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IP주소의 수요로 인해 오는 2011년경(우리나라는 2013년경)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IPv4 주소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IPv6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인터넷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IPv4가 약 43억개의 인터넷주소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IPv6는 이를 네제곱한 주소체계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 IPv6가 도입되면 냉장고, 세탁기, 액자, 현관문 등 모든 사물에 IP주소를 부여할 수 있어 유비쿼터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부처 및 관련업계는 6자리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도입을 준비해왔다. 방통위의 이번에 내놓은 계획은 국가 차원의 IPv6 준비대책을 확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11년까지 IPv6 지원 백본망 갖춰야=방통위의 이번 발표에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백본망 관련 계획이다. 방통위의 IPv6 추진계획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인터넷통신사업자(ISP)들은 오는 2011년까지 IPv6 겸용 백본망을 구축해야 한다. 백본망에 들어가는 코어 라우터 장비는 통신 인프라를 이루는 핵심장비로 제품 한 대의 가격만 수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운영에 따른 유지보수 매출도 커 각 업체들은 코어 라우터의 개발과 공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IPv6가 도입이 당장 코어급 통신장비의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ISP 백본망에서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코어급 라우터 및 스위치 장비가 IPv6 주소체계를 지원하고 있어 특별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즉각적인 교체 수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장비들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IPv6 주소체계 도입을 준비해온 외국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주소체계 변경에 따른 문제 발생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주니퍼네트웍스 김성로 이사는 "주니퍼네트웍스를 비롯한 각종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들이 ISP에 구축한 장비는 이미 IPv6 주소체계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방통위의 이번 발표가 통신사업자용 통신장비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ㆍ기업 시장을 잡아라=이에 따라 통신장비 업체들은 백본 통신장비보다 액세스 장비와 무선랜 장비시장 등 일반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장비는 현재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도입 시기가 오래된 제품이 많아 대부분의 제품이 IPv6를 지원하지 않거나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IPv6 주소체계를 하드웨어 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성능 저하가 불가피해 교체 수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쓰리콤, 모토로라 등 무선랜 장비업체들도 IPv6 도입에 따른 수혜를 대폭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쓰리콤 이중길 상무는 "백본 통신망에는 대부분 IPv6 주소체계를 지원하는 제품이 공급되어 있지만 액세스 장비와 무선랜 장비는 아직까지 IPv4만 지원하는 제품들이 많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교체 수요가 대폭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 쓰리콤, 알카텔루슨트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우리보다 먼저 IPv6를 도입한 외국에서 기술적인 검증을 충분히 받은 만큼 IPv6 주소체계 도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도 잇따라 IPv6 주소체계 도입이 어떤 식으로든 국내 통신장비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로 다가온 각종 통신장비 교체수요와 IPv6라는 새로운 `재료`를 맞는 국내 통신장비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도입된 백본망 시장보다 대폭 수혜
IP주소 무한대… 유비쿼터스 본격 도래
■ 방통위, 인터넷 주소체계 IPv6 전환 최종확정
지난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IPv6 인터넷 주소체계 전환 계획(인터넷 주소자원의 개발ㆍ이용 촉진 및 관리에 대한 기본 계획)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모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방통위의 IPv6 전환 계획 중에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로 하여금 IPv6 겸용 백본망을 구축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장비업계에는 IPv6가 시장 수요정체로 인한 매출부진을 해소시켜줄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통신장비업계, 새 돌파구 찾기 분주=통신장비업종은 2000년을 전후로 불었던 IT붐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정부의 정보화 정책에 따라 초고속통신망이 전국 곳곳에 깔리면서 이를 위한 기반시설인 통신인프라의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망 확장 구축사업으로 `전 세계 통신장비는 한국에서 다 사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한국은 시스코, 쓰리콤, 에릭슨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이 저마다 기술과 마케팅을 내세우며 자웅을 겨뤘던 훌륭한 `테스트 베드`였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찬사도 잠시, 이들 업체의 영광은 시장 포화로 인한 매출 정체에 부닥치면서 이내 위기에 봉착한다. 사실 이는 통신장비시장의 특성상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몇몇 국내 업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가 하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생존에 성공한 기업들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매출 확대를 위한 통신장비업계의 부단한 노력에도 좀처럼 장밋빛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신규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과거와 달리 당분간은 유지보수 매출이 통신장비업체들의 주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약 6228억원을 기록한 국내 라우터ㆍ스위치 시장은 매년 0.7% 포인트 성장, 오는 2012년에는 약 6983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국내 라우터ㆍ스위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앞으로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경쟁사의 수요를 빼앗아 오는 이른바 윈백(Win-Back) 전략이 성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IPv6, 장비시장 기대감 솔솔=IPv6는 현재 활용되고 있는 IPv4를 대신할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다. 전 세계적으로 IPv4 주소는 약 11억9000만개(27.8%) 정도가 남아있으며 우리나라는 약 6640만개를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IP주소의 수요로 인해 오는 2011년경(우리나라는 2013년경)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IPv4 주소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IPv6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인터넷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IPv4가 약 43억개의 인터넷주소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IPv6는 이를 네제곱한 주소체계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 IPv6가 도입되면 냉장고, 세탁기, 액자, 현관문 등 모든 사물에 IP주소를 부여할 수 있어 유비쿼터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부처 및 관련업계는 6자리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도입을 준비해왔다. 방통위의 이번에 내놓은 계획은 국가 차원의 IPv6 준비대책을 확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11년까지 IPv6 지원 백본망 갖춰야=방통위의 이번 발표에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백본망 관련 계획이다. 방통위의 IPv6 추진계획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인터넷통신사업자(ISP)들은 오는 2011년까지 IPv6 겸용 백본망을 구축해야 한다. 백본망에 들어가는 코어 라우터 장비는 통신 인프라를 이루는 핵심장비로 제품 한 대의 가격만 수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운영에 따른 유지보수 매출도 커 각 업체들은 코어 라우터의 개발과 공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IPv6가 도입이 당장 코어급 통신장비의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ISP 백본망에서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코어급 라우터 및 스위치 장비가 IPv6 주소체계를 지원하고 있어 특별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즉각적인 교체 수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장비들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IPv6 주소체계 도입을 준비해온 외국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주소체계 변경에 따른 문제 발생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주니퍼네트웍스 김성로 이사는 "주니퍼네트웍스를 비롯한 각종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들이 ISP에 구축한 장비는 이미 IPv6 주소체계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방통위의 이번 발표가 통신사업자용 통신장비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ㆍ기업 시장을 잡아라=이에 따라 통신장비 업체들은 백본 통신장비보다 액세스 장비와 무선랜 장비시장 등 일반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장비는 현재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도입 시기가 오래된 제품이 많아 대부분의 제품이 IPv6를 지원하지 않거나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IPv6 주소체계를 하드웨어 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성능 저하가 불가피해 교체 수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쓰리콤, 모토로라 등 무선랜 장비업체들도 IPv6 도입에 따른 수혜를 대폭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쓰리콤 이중길 상무는 "백본 통신망에는 대부분 IPv6 주소체계를 지원하는 제품이 공급되어 있지만 액세스 장비와 무선랜 장비는 아직까지 IPv4만 지원하는 제품들이 많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교체 수요가 대폭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 쓰리콤, 알카텔루슨트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우리보다 먼저 IPv6를 도입한 외국에서 기술적인 검증을 충분히 받은 만큼 IPv6 주소체계 도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도 잇따라 IPv6 주소체계 도입이 어떤 식으로든 국내 통신장비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로 다가온 각종 통신장비 교체수요와 IPv6라는 새로운 `재료`를 맞는 국내 통신장비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