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통신과 인터넷의 새로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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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2-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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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책] 통신과 인터넷의 새로운 역할
최두환 KT 부사장


20대 중반의 동건은 오늘도 숱한 핸드폰 통화를 했다. 여자친구 태희에게 잘 잤느냐는 아침 인사를 하려고, 출근해서는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 마음을 전하려고, 얼마 전 결혼한 친구 상우로부터 집들이에 오라는 연락이 와서, 집들이에 같이 갈 태희와 만날 장소를 정하려고, 약속한 지하철 역에서 태희를 찾으려고. 또 상우 집 근처에서 상우 집 가는 길을 자세히 물으려고, 집으로 가면서 태희가 잘 가고 있는지 걱정되어서, 자기 전에 태희에게 잘 자라는 말을 하려고….

태희는 선배 언니 영애와 긴 시간 전화로 수다를 떨었다. 시집가라는 엄마의 성화에 짜증난 마음을 달래려고 그냥 지껄여대었다. 친구 혜수로부터 온 전화에도 한참이나 붙들려 있었다. 혜수는 그녀의 직장동료가 새로 산 코트와 부츠를 트집잡기 시작했다. 혜수는 계속해서 다른 동료들도 트집잡았다. 태희는 울적하고 짜증난 마음이지만 혜수의 쓸데없는 소리를 그냥 들어주었다. 언제 자신도 혜수에게 그런 식으로 짜증을 풀어놓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샀다. 필요해서가 아니고, 그냥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상우는 이번 주 내내 인터넷에 묻혀 살았다. 신혼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여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기 위하여, 홈페이지에 올라 온 친구들의 질문에 답해주기 위하여, 온라인 게임 친구들의 근황을 알고 자신의 근황을 알리기 위하여, 집들이 때 틀어 줄 배경 음악을 고르기 위하여, 다음 주에 아내와 함께 볼 영화를 예매하기 위하여….

우리는 통신의 역할은 `정보전달'이고, 인터넷의 역할은 `정보탐색'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위에서 나열한 동건, 태희, 상우의 모습에서 보듯이, 통신과 인터넷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다. 이제 통신과 인터넷은 어느새 `관계형성'과 `생활편의'라는 새로운 역할을 펼치고 있다. 실제 통신과 인터넷의 사용 통계에서 보면, 후자에 속하는 관계형성과 생활편의 역할의 증가세가 전자인 `정보전달'과 `정보탐색' 역할 보다 훨씬 높다. 즉, 통신과 인터넷 사업자의 주요 수입원에 있어서 앞으로는 관계형성과 생활편의 역할이 전자의 역할보다는 훨씬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 확대는 통신과 인터넷의 사용이 널리 퍼지고 풍족해지면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다. 과거 통신이 귀했을 때에는 정보전달을 위한 `용건만 간단히'가 통신의 주요한 명제였고, 인터넷이 귀했을 때에는 정보탐색을 위한 `검색(Search)'이 인터넷의 주요한 명제였다. 그런데 통신과 인터넷이 널리 퍼지고, 사용하기 편해지고, 요금이 저렴해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관계형성과 생활편의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그 역할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롭게 펼쳐지는 변화에 맞추어 통신과 인터넷 사업자 그리고 관련 생태계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여야 할까? 유무선전화가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는 대화에만 머물러 있거나 인터넷이 정보탐색을 위주로 하는 포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그 미래가 준비될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것이다. 통신과 인터넷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그 역할과 영역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먼저 통신과 인터넷이 지금처럼 별개로 구분되어 역할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둘이 하나로 묶어져서 융합된 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 하나가 되는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는, 정보전달과 정보탐색 위주의 기존 역할을 뛰어 넘어 관계형성과 생활편의를 높이는 역할로 그 영역을 새롭게 만들어 넓혀 나가야 하겠다. 사업과 서비스도 이런 융합되고 새로운 관점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맨틱 기술과 행동인식 기술의 발전을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필요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식제공' 역할로 통신 및 인터넷은 하나가 되어 발전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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