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의무화 폐지… 국내 통신시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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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 의무화 폐지… 국내 통신시장 점검
빗장 열린 국내 단말시장
플랫폼 전략은 "유연하게"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년 4월부터 한국형무선인터넷플랫폼인 위피(WIPI) 의무화를 전격 해제하기로 하면서 향후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 시장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위피자체를 국내시장 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왔던 외산 단말제조사들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 세계에 유일한 한국형 플랫폼인 위피의 의무화 폐지는 그동안 굳게 닫혔던 국내 단말시장의 빗장을 열어주는 격이다. 뿐 만 아니다. 위피로 인해 외산 플랫폼을 탑재한 단말기들이 등장하는 것은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시장의 대외 개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블랙베리ㆍ엑스페리아 X1ㆍ아이폰…
연말기점 외산폰 도입작업 '탄력'
"새 플랫폼 도입까지 위피탑재 유지"
틈새용-주력용 '멀티전략' 유력시
장기적 오픈소스화 '위피3.0' 제안도


최근 단말이나 인터넷, 소프트웨어(SW), 칩셋 등 비 통신기반 업체들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통업체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아울러 위피 역시 다양한 외산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개방화와 오픈소스화를 통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게됐다.

◇빗장풀린 단말시장〓위피 의무화 폐지로 노키아나 소니에릭슨 등 외산단말기 도입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외산 단말기 도입은 물론 위피 외에도 환율이나 물량담보 등 다양한 협상조건이 얽혀있는 복합적인 사안이지만, 위피라는 가장 큰 장벽이 제거된 상황이어서 다른 사안들은 이렇다 할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들어 다소 지지부진했던 외산단말기 도입작업이 연말을 기점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일단 SK텔레콤이 이 달 말 캐나다 림(RIM)사의 인기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들여온다. 이번에 들어오는 제품은 블랙베리의 신작인 `볼드 9000'으로 터치폰은 아니지만 메일서비스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제품이다.

또 내년 1월말께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인 노키아가 단말 2종을 들고 국내 시장에 복귀한다. 노키아 `6210 내비게이터'는 위성항법장치(GPS)가 내장돼 길 안내 서비스가 가능하고, `노키아 6650'은 200만화소 카메라가 장착된 폴더형 단말기다.

소니에릭슨 역시 SK텔레콤을 통해 최신 전략폰인 `엑스페리아 X1'을 1분기이후 국내 출시한다. 역시 SK텔레콤은 대만 HTC의 전략폰인 `터치 다이아몬드'를 내놓는다.

KTF가 공을 들이고 있는 애플 아이폰의 경우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현재 애플은 SK텔레콤, KTF와 모두 접촉중이지만 애플의 요구조건 때문에 세계적으로 1위 이통사가 아이폰을 도입한 사례가 드물고 단말수급의 균형이 SK텔레콤으로 쏠린 상황에서 KTF가 더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KTF 내부에서는 애플의 고압적 자세와 요구조건 때문에 아이폰 도입시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것으로 보여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F에서는 여전히 아이폰 도입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하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애플의 아이폰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LG텔레콤 역시 카시오와 제휴로 생산한 기존 `캔유' 시리즈 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단말기를 출시할 가능성을 언급해 향후 국내 단말시장은 그야말로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90%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내수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내수기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통사들이 외산단말을 도입하려는 이유가 `비싼 단말기'에 대한 대안재를 찾는 성격이 짙은 만큼, 외산단말기는 단말기 시장의 가격 인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국내 내수시장 규모가 장기 약정제도의 정착과 이통사간 마케팅 경쟁 완화 등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외산 단말기 도입은 팬택이나 KTFT 등 군소업체들을 생존 경쟁의 시험에 빠트릴 공산도 있다.

그렇긴 해도 외산 단말기들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변수가 적지 않아, 당장 내년도 단말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외산단말기가 내년부터 국내 도입되더라도 초도 물량은 모델별로 많아야 수만여대 정도이며 그나마 한국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킬지는 여전히 미지수라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외산단말기들의 글로벌 서비스ㆍ콘텐츠 네트워크와 AS지원체계를 확립하는 내년이후부터는 국내시장에서 본격적인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노키아의 음악 콘텐츠 서비스인 오비(OVI)나 애플레케이션 사이트인 모시(mosh), GPS서비스인 맵스와 애플의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등을 이통사들의 서비스와 중첩된다. 외산단말기 도입으로 인해 동반 진출하는 다양한 서비스모델은 이통사들의 본원적 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통사들 멀티플랫폼 전략 불가피〓이통사들 역시 위피 의무화 폐지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위피 탑재는 상당기간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방화와 오픈소스화란 글로벌 플랫폼 추세에 부응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위피는 당분간 이통사의 주력 플랫폼으로 존재할 전망이다. 기존 위피기반으로 개발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자산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위피개발자 콘퍼런스에서도 이통 3사 관계자들은 위피의 존속을 낙관했다. KTF 차경찬 과장은 "현재 한 개의 단말기당 1000개의 위피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이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전 세계적으로도 범용 운영체제(OS) 비율이 22%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도 국내시장에서는 위피가 주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멀티플랫폼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미 세계 주요 이통사들은 주력 서비스 탑재를 위한 전략 플랫폼과 단말 소싱에 있어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틈새단말용 플랫폼을 동시에 관리하는 멀티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보다폰과 T모바일의 경우 심비안을 주력 플랫폼으로 삼고 보조로 윈도모바일과 리눅스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의 경우 퀄컴의 브루를 주력으로 하되 윈도모바일을 보조플랫폼으로 삼고있으며, 일본 NTT도코모의 경우 자사 모압(MOAP)을 주력으로 하되 블랙베리 림 OS와 리눅스를 보조로 활용한다.

이와관련 SK텔레콤과 KTF는 당분간 위피 중심의 독자 플랫폼을 지속하되 윈도모바일 등을 보조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향후 범용 OS단말이나 향후 세계화를 위해서 리눅스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최근 리모(LIMO) 보드멤버에 가입해 표준화활동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위피 이후를 준비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위피의 미래는〓위피는 그동안 `의무화'라는 장벽 안에 안주해왔지만 공개 경쟁시장에 노출되면서 범용 OS 혹은 플랫폼으로서 독자적인 생존력을 키우는 일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와 관련 현실론과 이상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론은 위피를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구동용 플레이어(솔루션)로 개발해 범용 OS위에서 구동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이는 위피기반으로 개발된 콘텐츠를 심비안이나 애플 OS X, 퀄컴 브루 같은 플랫폼에서 구동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아이폰 도입을 추진하는 KTF 역시 이같은 방법으로 위피 기반 콘텐츠를 아이폰에서 이용케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플랫폼으로써 위피 자체를 발전시켜 세계화하는 방안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위피를 대신할 위피 3.0 버전 조기 개발이 그것이다. 이는 위피가 과거 저사양 단말기에서 콘텐츠 호환과 이식성 위주로 설계돼 현재 고사양 단말에서는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위피 3.0은 기존 위피의 엔진을 개선하고 주요기능을 모듈화해 위젯이나 대기화면과 같은 최신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위피를 또다른 범용 OS로 진화시키는 형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위피 자체를 리눅스와 같은 개방형 OS와 결합해 개방화하거나 오픈소스화해 다양한 이해주체들을 포괄하는 노력이 전제가 되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역시 위피 3.0 개발 지원 등을 통해 범용 OS시대에 맞는 위피 발전방향에 신경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통위와 지경부간 위피 활성화의 구심점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위피 개발주체의 핵심축중 하나인 이통사들이 위피존속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표명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응열ㆍ조성훈기자 u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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