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실리콘파크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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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실리콘파크 무산 위기
경제위기 여파 10개사 조합 탈퇴신청 … 내년착공 불투명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으로 주목을 받아온 판교 실리콘파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판교 실리콘파크는 지난 2004년 2월 인가당시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세계 경기침체와 입주 예정업체의 호응 저조로 실리콘파크조성이 물거품이 될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2006년 분양 당시 60개가 넘는 업체들이 지원해 열띤 경쟁을 벌였지만 현재는 조합에 가입된 33개사 중 10개 업체가 조합 탈퇴의사를 밝혔으며, 내년 1분기로 계획돼 있는 입주 업체들의 건물 착공 여부도 전망이 불투명해 공지로 버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계약조건 불평등 주장도
판교 실리콘파크는 경기도가 판교 신도시에 조성하는 대규모 IT단지인 판교 테크노밸리의 일부분으로, 반도체 관련 업체를 유치해 전문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사업이다. 2006년 4월 34개 업체가 조합을 구성해 4만7720㎡(1만4284평) 용지를 공급받았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총 34개사의 공동 컨소시엄으로 발족했던 판교 실리콘파크 조합(대표 최형남)에서 지난 9월 에스에이엠티가 처음으로 탈퇴했으며, 이어 전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한파의 영향으로 10개사가 추가로 조합 탈퇴 신청을 했다. 탈퇴 신청사는 키코(KIKO)로 직격탄을 맞은 태산LCD를 비롯해 반도체 검사업체 프롬써티, 반도체 설계업체 실리콘화일과 픽셀플러스,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피디이와 휘닉스디지털테크, STS반도체 통신, 그리고 신성반도체, 휴먼텍코리아, 무진전자 등 10개사다.

이들 업체가 주장하는 조합 탈퇴 이유는 계약 조건의 불평등과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다. 조합과 경기도가 2006년 체결한 계약 조건에는 토지 투기 방지를 위해 매매가 10년간 금지되고, 연구용지로 설정된 용도도 20년간 변경이 불가능하게 끔 돼 있다. 당시 신청 업체들은 지리적, 가격적인 이점을 이유로 이같은 장기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지만, 예상치 못한 세계 경제 불황으로 상황이 변한 것이다.

조합 탈퇴를 신청한 한 업체 관계자는 "내년 초 건물 착공을 앞두고 세계 경제 불황으로 업계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시공비를 조달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탈퇴 신청이유를 밝혔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분양당시 정부 인가를 얻는 것을 우선시한 조합 측이 건물 임대나 토지 매매 등 계약 조건을 입주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정해 놓았으며, 파주 출판단지 등 다른 선례와 같이 인가 후 규제 조건을 완화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해 그 말만 믿고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건물 완공 후 2010년 계획대로 입주하더라도 연구용 이외에는 임대가 불가능해 건물에는 은행이나 식당 등 필요한 주변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입주업체 입장에서는 임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편의시설 부재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계열사나 협력업체와 공동 작업이 많은 업종의 특성에 따라 사무실의 유동적인 임대도 필요할 수 있는데 부지 분양 당시 계약 조건에 이 부지가 연구시설로 돼 있어 임대가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쟁점은 예외조항으로 조합 출자지분의 10% 미만에서 토지를 매매할 수 있게 한 부분이다. 탈퇴 신청을 한 10개사의 지분을 합하면 30%를 웃돌기 때문에, 남은 20여개 업체 또는 제3의 업체가 인수를 해야 조합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파크 조합은 지난 11월 중순 경기도에 제3자 양도 지분 제한을 40% 이상으로 늘려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계약서 상에 명백히 안된다고 규정해 놓은 사안이므로 조건 변경은 불가하다고 12월 4일 통보한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9일 판교 현장에서 공급지침 내에서 다른 제안을 제시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조합측과 만남을 가졌다"며 "입주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입주 예정 업체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착공 전 입주를 포기하고 부지를 다시 경기도가 매입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은기자 link@

◆사진설명:판교 실리콘파크가 조합34개사 중 10개사가 탈퇴신청을 하면서 무산위기에 놓였다. 18일 판교 테크노밸리 내의 실리콘파크 예정 부지인 A-1구역이 공사가 늦어져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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