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폐지…시장 반응과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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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2-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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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내년 4월부터 국산 모바일 플랫폼 `위피'(WIPI)의 휴대전화 탑재 의무화를 해제키로 한 것은 범용 모바일 운용체계(OS)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다 이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등 다양한 외국산 단말기가 유입돼 선폭의 폭이 넓어지고 단말기 가격 하락에 따른 부담완화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동통신업체들도 스마트폰 등 새로운 단말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입자 기반도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보호막 역할을 해온 위피가 제역할을 잃게 됨에 따라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고 영세한 무선 인터넷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통신업체들 `일단 환영'..반응은 제각각 = 위피 의무화 해제에 대해 이동통신3사는 일단 환영하는 목소리가 우세하지만 입장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이다.

먼저 SK텔레콤은 위피에 대해 "무선인터넷 분야의 외산기술 종속을 탈피하고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등 어느정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개방형 OS가 탑재된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새 비즈니스 출현 등 글로벌 트렌드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방통위 결정을 "통신시장의 기술 및 비즈니스 환경변화를 고려한 시기적절한 판단"이라고 환영하면서 "SK텔레콤은 위피 규제가 폐지되더라도 기존 위피기반 플랫폼과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개방형 OS글로벌화 추세에 철저히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3세대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온 KTF는 "환영한다"면서도 "당장 제도가 폐지돼야 했는데 방통위가 내년 4월로 폐지시기를 늦춘 것은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KTF는 "폐지시점에 맞춰 외국산 단말기 도입 등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방안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해 현재 추진중인 애플의 아이폰 도입시기를 앞당길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위피탑재 의무화에 반대해온 LG텔레콤은 "이동통신산업 뿐 아니라 음악,영상 등 전체 콘텐츠 및 미디어 산업 분야, 멀티미디어 등 다른 국가 기술 표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위피 자체가 무거워 휴대전화 경량화를 위해 오히려 잘 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업계 입장에서는 위피 탑재 의무화 폐지가 SK텔레콤과 KTF 등 선발 업체에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위피폐지와 함께 아이폰 등 경쟁력있는 3세대 WCDMA 휴대전화(스마트폰 포함)가 국내에 도입될 것이므로 SK텔레콤과 KTF가 무선인터넷 등으로 가입자당 매출(ARPU) 증가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선 콘텐츠.소프트웨어 업체에는 `재앙'(?) = 국내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콘텐츠업체들은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체로 "폐지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입장이다. 300-400개의 콘텐츠 업체중 일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상위 업체는 살아남겠지만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영세한 벤처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개방의 파고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것이다. 콘텐츠업체인 A사의 김모 사장은 "쌀 개방을 받아들이는 농민의 입장"이라며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업체인 B사의 박모 이사는 "국민의 세금, 휴대전화 이용객의 돈을 모아 국가사업으로 만든 제품을 하루아침에 없앤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단계적 폐지를 기대했는데 너무 당혹스럽다"고 방통위를 비난했다.

그는 "외국 OS와 호환을 위해서는 직원도 새로 뽑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없다"며 "지금 상태라면 위피는 급속도로 위축돼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또다른 C사의 임원은 "열린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면 해외 진출의 기회가 될것"이라며 "걱정도 되지만 새로운 기술을 찾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향후 콘텐츠 업체, 지식경제부, 문화관광부와 협의해서 콘텐츠 육성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동통신업체와 CP간의 수익 배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무선인터넷 활성화 계획을 수립, 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한 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는 `득'..휴대전화 제조업체는 `근심'= 4년만에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보호막 역할을 해왔던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되면 외국산 단말기의 국내 유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캐나다 RIM사의 블랙베리, 구글폰 등 스마트폰은 물론 노키아의 저가폰들이 아무 장애없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가격 인하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반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외 휴대전화 시장 환경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피 탑재의무가 해제되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것"이라며 "애니콜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지를 갖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과 디자인,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도 "외산 휴대전화 단말기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본격적인 국내시장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피 당장 사라질까 = 하지만 위피 탑재의무화가 사라지더라도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위피에 기반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 강신구 차장은 "지난 4년간 위피를 써온 만큼 하루 아침에 이에 기반을 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외국의 OS와 호환성을 이 루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조영훈 통신이용제도과장도 "3천만명이 쓰고 있고 통신업체들도 위피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위피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는 "정부차원에서 위피를 어떻게 한다는 생각은 없고 시장에 맡긴다는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버전 업도 해야하고 개방형으로 위피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민간의 움직임도 있어 필요하면 정책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지금의 국제 추세를 보면 위피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콘텐츠업체 관계자는 "범용 모바일 OS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위피가 이를 따라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2-3년내 위피나 이에 기반한 콘텐츠 상품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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