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정책 `설비기반으로 U턴`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통신정책 `설비기반으로 U턴`
'서비스기반 경쟁' 이제 자리매김 하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설비기반 경쟁'에 무게를 둔 정책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비스기반의 경쟁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초 만해도 우리 통신시장 경쟁은 설비기반 경쟁에서 서비스기반 경쟁으로의 전환이 화두였다. 설비기반 경쟁이란 사업자들이 유선과 무선 등 네트워크(망) 투자를 통한 경쟁이며, 서비스기반 경쟁은 망 위에서 운용되는 서비스와 요금을 통한 경쟁을 말한다.

이런 서비스기반 경쟁을 유도할 정책의 양 날개는 결합상품 활성화와 재판매 활성화였다. 결합상품은 기존 사업자에 의한 서비스 경쟁을 지향한데 비해, 재판매는 망이 없는 사업자가 망을 보유한 사업자로부터 망과 서비스를 도매로 구입해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간의 서비스 경쟁을 목표로 했다.

사업자들 경기 위축에 대규모 투자 엄두 못내
업계 "투자분 회수시기"…정부ㆍ시장간 엇박자


하지만 최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쟁정책이 다시 설비기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서비스 기반 경쟁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와이브로 신규사업자 선정,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등에서 감지됐으며, 최근 방통위가 대가규제(도매요금규제)를 제외한 재판매법안(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 윤곽을 발표하면서 확인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두 가지 점에서 최근의 설비기반 경쟁 전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유선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설비기반 경쟁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서비스기반 경쟁이 그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다시 설비기반 경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사업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가규제가 제외된 재판매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매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재판매사업자의 수익을 적정선에서 보장해주는 선에서 망 보유사업자와 재판매사업자간의 도매요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라진 만큼 재판매사업자의 시장진입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비스기반 경쟁의 한 축인 결합상품이 이제 막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다른 한 축인 재판매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서비스 기반 경쟁 전체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는 서비스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란 정책적 목표까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설비기반 경쟁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설비기반 경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설비기반 정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란 MB정부 경제정책 총론에는 부합하지만, 통신산업의 특수성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통신시장은 새로운 망 투자보다는 기 투자분에 대한 회수가 필요한 시기이고, 더구나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기존 사업자는 물론이고 예비 신규 사업자도 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사업자들(이동통신, 와이브로)은 내년도 경기위축에 대한 부담으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고, 예비 신규사업자(와이브로 등)는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선뜻 시장 진입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를 통한 망 투자는 최소한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에 효과를 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IPTV에 대한 투자만이 유일하게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맞물려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현재의 통신시장 경쟁은 반쪽짜리 서비스기반 경쟁과 불확실한 설비기반 경쟁의 중간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자칫하면 `정부와 시장간의 엇박자'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런 상황일수록 서비스기반 경쟁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다시 강조할 때라고 보고 있다. 그것이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의 필수조건이며, 나아가 불확실한 설비기반 경쟁에 대한 백업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응열ㆍ조성훈기자기자 uykim@

◆사진설명: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방향이 서비스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 이용자 편익을 추구하는 '서비스기반 경쟁'에서 다시 '설비기반 경쟁'으로 회귀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23일 서울 광화문 KT직원들이 인터넷, 전용회선에 사용되는 광케이블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