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 KT 부사장
18세기 유럽의 궁정에서 인기를 끌었던 호기심거리 중에 메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라고 하는 체스를 두는 기계가 있었다. 터키인 복장을 한 체스를 두는 인형이었는데, 웬만큼 체스를 잘 두는 사람도 이 기계를 이길 수 없었다. 컴퓨터도 없이 이 기계는 어떻게 사람보다 체스를 잘 두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체스를 잘 두는 난쟁이가 인형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속았다고 화내지 말고 이 기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을 흉내 내는 기계를 다시 사람이 흉내 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능가할 만큼 체스를 잘 두는 슈퍼컴퓨터가 있는 요즘에도 컴퓨터가 잘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말을 글로 받아 적는 것, 다른 언어로 실시간 번역하는 것, 사진에 있는 사물을 파악하는 것 등은 아직 컴퓨터가 서투른 몇 가지 예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은 이렇게 컴퓨터가 하기 힘든 일을 사람을 이용해서 처리하도록 매개하는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1000시간 짜리 강의를 한 시간 만에 요약하는 게 가능하다. 1000명의 사람에게 한 시간 분량씩 나눠서 요약하게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사람에게는 쉽지만 컴퓨터에게는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의뢰하는 사람과 약간의 보수를 받고 그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온라인 장터이다. 실제로 이것을 이용해 단시간 안에 많은 양의 텍스트를 번역하기도 하고,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 실종된 선박을 찾기도 한다.
아마존은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수를 제공하지만 루이스 본 안이라는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는 아무 보수 없이도 수 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 덕에 그는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주는 유명한 맥 아더 지니어스(Mac Arthur Genius) 상을 2006년에 받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웹서비스에 가입할 때 거치게 되는 변형문자입역방식(Captcha)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화면에 찌그러져 나타나는 단어를 보고 그것을 키보드에서 입력해야만 새 계정을 열 수 있었던 경험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이것이 캡차이다. 이것은 스패머들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새 계정을 대량으로 만들어내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 계정을 만드는 게 사람인지 프로그램인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얼마 전에 리캡차라고 하는 새 버전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변형된 단어 두 개를 보고 그것을 입력하게 한다. 단어가 두 개이니까 정답을 맞추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 두 단어 중 하나는 검증치 않는다. 그 하나는 아무렇게 입력해도 리캡차는 정답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사람은 두 단어 중 어느 것을 검증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 단어를 모두 정확하게 입력하게 된다.
여기에 쓰이는 검증 않는 단어는 기존의 인쇄된 책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프로젝트에서 가져온다. 요즘은 컴퓨터를 사용해 집필하기 때문에 디지털 데이터가 자동으로 생성되지만, 이전에 나온 책들은 각 페이지를 스캔해서 문자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문자인식 소프트웨어의 인식률이 완벽하지 않다는데 있다. 리캡차는 기계가 인식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사람들이 읽어 입력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에 3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종이책에 담겨 있는 단어를 디지털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안 교수는 또 온라인 게임을 통해 컴퓨터가 하기 힘든 일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게 한다. 그의 ESP(extrasensory perception: 초감각적 지각) 게임은 게임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다른 게이머와 짝을 지어 주고는 화면에 그림이 나타나면서 그 그림을 설명하는 단어를 입력하게 한다. 내가 입력한 단어와 내 짝이 입력한 단어가 같아야만 점수가 올라간다. 나는 짝이 무엇을 입력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답을 맞출 때까지 계속 생각나는 이 단어 저 단어를 입력하게 된다. 바닷가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바다' `백사장' `갈매기' `푸른 하늘' 등을 입력하다가 나의 짝이 입력했던 단어가 나오면 점수가 올라가고, 다음 사진이 나타난다. 아주 단순한 게임인데 중독성이 강해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씩 하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단어들은 이미지 검색을 위한 좋은 데이터가 된다. 글과 달리 사진은 설명을 글로 붙여주지 않으면 검색이 어렵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사진들에 일일이 설명을 붙이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정확도도 떨어진다. 같은 사진을 `바다'로 검색했을 때는 찾을 수 있는데, `갈매기'로 검색했을 때는 못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ESP 게임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진을 다양하게 설명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만들어 내게 한다.
18세기 유럽의 궁정에서 인기를 끌었던 호기심거리 중에 메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라고 하는 체스를 두는 기계가 있었다. 터키인 복장을 한 체스를 두는 인형이었는데, 웬만큼 체스를 잘 두는 사람도 이 기계를 이길 수 없었다. 컴퓨터도 없이 이 기계는 어떻게 사람보다 체스를 잘 두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체스를 잘 두는 난쟁이가 인형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속았다고 화내지 말고 이 기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을 흉내 내는 기계를 다시 사람이 흉내 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능가할 만큼 체스를 잘 두는 슈퍼컴퓨터가 있는 요즘에도 컴퓨터가 잘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말을 글로 받아 적는 것, 다른 언어로 실시간 번역하는 것, 사진에 있는 사물을 파악하는 것 등은 아직 컴퓨터가 서투른 몇 가지 예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은 이렇게 컴퓨터가 하기 힘든 일을 사람을 이용해서 처리하도록 매개하는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1000시간 짜리 강의를 한 시간 만에 요약하는 게 가능하다. 1000명의 사람에게 한 시간 분량씩 나눠서 요약하게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사람에게는 쉽지만 컴퓨터에게는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의뢰하는 사람과 약간의 보수를 받고 그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온라인 장터이다. 실제로 이것을 이용해 단시간 안에 많은 양의 텍스트를 번역하기도 하고,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 실종된 선박을 찾기도 한다.
아마존은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수를 제공하지만 루이스 본 안이라는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는 아무 보수 없이도 수 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 덕에 그는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주는 유명한 맥 아더 지니어스(Mac Arthur Genius) 상을 2006년에 받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웹서비스에 가입할 때 거치게 되는 변형문자입역방식(Captcha)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화면에 찌그러져 나타나는 단어를 보고 그것을 키보드에서 입력해야만 새 계정을 열 수 있었던 경험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이것이 캡차이다. 이것은 스패머들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새 계정을 대량으로 만들어내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 계정을 만드는 게 사람인지 프로그램인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얼마 전에 리캡차라고 하는 새 버전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변형된 단어 두 개를 보고 그것을 입력하게 한다. 단어가 두 개이니까 정답을 맞추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 두 단어 중 하나는 검증치 않는다. 그 하나는 아무렇게 입력해도 리캡차는 정답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사람은 두 단어 중 어느 것을 검증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 단어를 모두 정확하게 입력하게 된다.
여기에 쓰이는 검증 않는 단어는 기존의 인쇄된 책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프로젝트에서 가져온다. 요즘은 컴퓨터를 사용해 집필하기 때문에 디지털 데이터가 자동으로 생성되지만, 이전에 나온 책들은 각 페이지를 스캔해서 문자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문자인식 소프트웨어의 인식률이 완벽하지 않다는데 있다. 리캡차는 기계가 인식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사람들이 읽어 입력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에 3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종이책에 담겨 있는 단어를 디지털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안 교수는 또 온라인 게임을 통해 컴퓨터가 하기 힘든 일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게 한다. 그의 ESP(extrasensory perception: 초감각적 지각) 게임은 게임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다른 게이머와 짝을 지어 주고는 화면에 그림이 나타나면서 그 그림을 설명하는 단어를 입력하게 한다. 내가 입력한 단어와 내 짝이 입력한 단어가 같아야만 점수가 올라간다. 나는 짝이 무엇을 입력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답을 맞출 때까지 계속 생각나는 이 단어 저 단어를 입력하게 된다. 바닷가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바다' `백사장' `갈매기' `푸른 하늘' 등을 입력하다가 나의 짝이 입력했던 단어가 나오면 점수가 올라가고, 다음 사진이 나타난다. 아주 단순한 게임인데 중독성이 강해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씩 하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단어들은 이미지 검색을 위한 좋은 데이터가 된다. 글과 달리 사진은 설명을 글로 붙여주지 않으면 검색이 어렵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사진들에 일일이 설명을 붙이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정확도도 떨어진다. 같은 사진을 `바다'로 검색했을 때는 찾을 수 있는데, `갈매기'로 검색했을 때는 못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ESP 게임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진을 다양하게 설명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만들어 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