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보호ㆍ합리적 대가기준 마련 취지는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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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신고 가능성 등 실효성 의문

고용회사ㆍ발주처에 종속 강화 가능성
경력산정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할 듯



■SW기술자 경력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중> SW기술자 신고제 의미와 한계


검토 단계부터 큰 논란에 휩싸였던 `소프트웨어(SW) 기술자 신고제'가 내달 초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중소 SW기술자를 보호하고 합리적인 사업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구상이지만 업체나 발주처에 대한 종속이 오히려 강화되고 경력 증빙서류 준비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11월3일자 5면 참조

정부는 SW기술자 경력관리 기관으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를 선정하고 늦어도 12월 초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초기 등록비 3만원, 확인서 발급에 1부당 5000원 등 경력관리 수수료와 SW기술자 기술등급 및 인정범위는 이미 확정 발표됐고 실제 경력 신고에 적용될 경력 인정 기준은 곧 정부 고시를 통해 공개된다.

그러나 세부 운영방안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주요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내년 7월말 기준으로 새로운 등급 구분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SW기술자들이 불이익을 받을지 여부.

개정된 SW 산업 진흥법 시행령과 KOSA가 마련한 운영방안에 따르면 내년 7월말까지 학사 기준 경력 6년 이상인 기술자(기존 중급)는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개정된 기술등급과 인정범위에는 일단 중급으로 인정받으면 중급에서 고급, 고급에서 특급으로 승급하는 과정에서는 자격증이 필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경력이 3년씩 늘어날 때마다 고급, 특급으로 자동 승급된다.

반면 그 이하 경력자들은 조금 다르다. KOSA는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기간은 경력을 50%만 인정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예를 들어 내년 7월에 경력 4년을 채우는 기술자(11월 현재 3년 4개월)는 기사 자격증이 없다면 2년, 있으면 100% 즉 경력 4년을 인정한다. 경력이 똑같은 두 사람이 내년 7월을 기준으로 자격증 유무에 따라 한 사람은 중급 기술자, 한 사람은 초급 기술자로 분류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OSA측은 "경력 5년 미만의 SW기술자는 가능한 한 빨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SW기술자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프로젝트 기간만 경력으로 인정하고 증빙 서류도 쌍방 간의 계약서 혹은 발주처/고용 업체 대표가 발급하는 경력확인서 등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한 프리랜서 SW기술자는 "수년전 프로젝트에 대해 서류를 준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력이 많은 프리랜서들이 이번 제도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프리랜서들은 발주처로부터 받은 입금증도 근거자료로 할 수 있도록 주장하나 KOSA는 프로젝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SW 개발 전문 분야와 일반 IT 분야로 구별해 경력을 차등 인정키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까지 기술 분야로 볼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KOSA는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이 마련한 직무분류 체계를 기초로, 기획, 컨설팅, 분석설계, 개발 기술, 아키텍처, 테스팅,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IT 서비스 업체가 보유한 모든 업무 카테고리를 100% 인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체계가 국내 실정에 맞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중간에 업무가 바뀌는 경우 추적해 등록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 경력 등록이 시작되면 혼란이 예상된다.

많은 SW기술자를 보유한 주요 IT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번 제도의 비용 대비 실효성에 대해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IT 서비스 업계는 이미 자체적인 경력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자격증 취득 비용과 높은 수수료 등을 이유로 SW기술자 신고제 도입 자체를 반대해 왔다. 한 IT 서비스 업체 담당자는 "인사팀에 알아본 결과 회사 차원에서는 경력증명서를 발급하는 것 이외에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력 직원들의 경우 직접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선 SW기술자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약자인 개발자들이 경력증 발급을 무기로 발주처나 원도급 업체에 더욱 종속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또한 허위 신고에 대한 검증 절차가 사실상 없어 경력 부풀리기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도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OSA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신고 내용에 대한 샘플링 검사를 추진해 그 결과에 따라 부정당 업체로 고발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력증 발급과 관련해 SW기술자들의 민원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업체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환수 KOSA 전략사업실장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로 시행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점은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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