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디지털 세상의 `사이버 결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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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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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럼] 디지털 세상의 `사이버 결핵`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해마다 이맘때이면 크리스마스 실이 발매돼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인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한마음이 돼 사고 파는 우표다.

기원전 7000년 경의 화석이나 이집트 미이라에서도 결핵을 앓은 흔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결핵이 얼마나 오랫동안 인류의 주위를 맴돌며, 수많은 사람을 눈물짓게 했는지 짐작이 간다. 관계기관과 각종 단체가 실 판매 모금행사를 추진했던 것도 결핵으로 인해 고통받고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국민 10만명당 94명이 결핵을 앓고 있고, 이중 5~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1위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디지털 세상에는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결핵이 발생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핵균이 전염돼 전 세계를 뒤덮듯이, 사이버 상에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해킹과 침해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내 컴퓨터에 심어진 악성 바이러스로 인해 소중한 정보가 송두리째 날아가는가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컴퓨터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 방법도 악성코드 전파, 서비스 거부공격 등 점차 지능화ㆍ다양화되고 있으며, 해커들은 단순한 실력 과시를 위한 보여주기식 해킹에서 벗어나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침해사고로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등 디지털 세상에서의 사이버 결핵으로 인한 피해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예측하고 대비할 틈도 없이 인류에게 다가온 사이버 결핵은 불과 몇십년 만에 몇천년 간 우리를 괴롭혀 온 전통적 결핵만큼이나 큰 시련을 주고 있다. 이제는 결핵이 99%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후진국형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적십자사 등 국제 기구들이 결핵 퇴치를 위한 국가간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기업 및 연구소들이 백신 개발에 힘쓰고 민간단체들이 결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는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이버 결핵도 마찬가지다. 예방과 대응에 의해 충분히 퇴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이나 특정기관의 노력이 아닌 범사회적 대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부에서는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안전하게 담보할 수 있는 정보보호 정책과 더불어 국제 공조체계를 공고히 해 국경 없는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과 연구소에서는 끊임없는 보안기술 개발과 적용을 통해 사이버 안전을 책임질 기술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대학교에서는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보보호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민간단체에서는 건전한 정보보호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안관련 교육과 홍보에 힘써야 하고 개인은 자신의 정보는 자신이 지킨다는 생각으로 생활 속에서 정보보호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사이버 결핵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결핵은 수많은 희생자를 낸 끝에야 비로소 퇴치되고 있다. 인류는 이와 같은 역사의 시련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사이버 세상을 인간의 힘으로 창조해 냈듯이, 사이버 세상이 인류에게 안전하고 풍요로운 보금자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위한 노력, 바로 지금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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