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SW기술자 버젓이 전문가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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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부풀리기로 업계 전반 불신…다단계 하도급도 인력 황폐화 부추겨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으로 SW 기술자의 경력관리 신고제가 도입ㆍ시행되기 시작했지만 시장에서 SW인력파견업체를 중심으로 개발자의 경력을 허위로 부풀려 이익을 극대화하려 해 보다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IT 프로젝트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에 앞서 `SW 제값 받기'와 같은 SW업계 발전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력 부풀리기 관행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SW 개발자를 둘러싼 인력 시장의 실태와 대안을 통해 경력관리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 SW기술자 경력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상>SW기술자 경력 관리 실태


소프트웨어(SW) 기술자 신고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SW 전문 인력의 경력을 둘러싼 신뢰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중소 규모의 인력 파견업체를 중심으로 만연해 있는 `경력 부풀리기'가 IT 프로젝트 전반의 질을 떨어뜨리고 SW 기술자의 처우와 업계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초 국내 유명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www.okjsp.pe.kr)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자신을 구로동 모 업체에 소속된 3개월차 신입 개발자라고 소개한 그는 "회사 사장이 자신의 경력을 3년 6개월로 속여 프로젝트에 투입했다"며 "1년 정도 지나면 프리랜서 SW 개발자로 전향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른바 `경력 부풀리기'의 실체를 확인한 이 글을 놓고 논쟁이 일었다. 일부 개발자들은 이 문제가 마치 SW 인력 전체의 관행인 것처럼 확대 해석될 경우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SW 기술자 경력 문제는 현직 개발자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로 꼽힌다. 중소 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 프로젝트에 투입된 3~4년차 개발자 중 상당수가 학교나 학원을 갓 졸업한 사실상 무경력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SW 기술자는 "프로젝트에서 실무 개발자가 바뀐 것은 대부분 경력을 속인 것이 들통난 경우"라며 "경력 부풀리기가 너무 심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피하는 블랙리스트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력 관련 문제는 비단 근무 경력을 늘리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업이나 관리 직원을 마치 수십년 IT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고급 인력으로 조작해 투입하거나, 고급 인력 대신 경력이 짧은 인원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한 SW 기술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프로젝트 막바지에 자사 인력을 잠시 끼워 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들은 이 프로젝트 핵심 기술자로 둔갑해 이 경력을 기반으로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된다"고 고백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T 프로젝트에 대한 만족도 수준은 매우 낮다. IT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의 경력이 짧은 반면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은 고급 인력에 맞춰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경력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금융권 프로젝트의 경우 실무 기술자의 국민연금 납부 실적을 요구하는 등 인력에 대해 검증 장치를 별도로 두고 있다. 업체간에도 신뢰가 떨어져 하도급을 주는 대형 업체들은 프리랜서 경력을 빼도록 요구하거나 중소업체 대표가 발급한 경력증명서를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일선 SW 기술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경력 부풀리기가 반복되는 것은 무엇보다 SW 기술자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일부 인력파견 업체가 수익 구조를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이런 수익조차 일선 SW 기술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 3~4년차 자바 개발자의 경우 700만원 정도에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해도 업체가 운영비 등을 명목으로 최대 70%까지 정도를 떼 간다. 경력에 비해 과도한 업무를 맡아 야근, 철야, 주말근무를 감수하던 초보 기술자들은 결국 저임금에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직장, 혹은 다른 직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한 SW 기술자는 "업계에서는 개발자를 가리켜 스스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 즉 `뜨내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SW 인력 구조가 황폐화된 것에대해 대형 IT 서비스 업체를 정점으로 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갑을병정 등 단계를 거치면서 SW 기술자들의 처우가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력에 따라 SW 기술자 등급과 인력 단가를 책정하고 다시 프로젝트에 투입된 사람 수를 기준으로 전체 비용을 책정하는 이른바 `맨먼스(Man/Month)' 방식이 주류인 현재 시장구조에서는 SW 기술자 경력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SW 기술 인력에 대해 단일한 잣대로 경력이나 대가를 책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또 위험한 일이라고 말한다. 양수열 전 JCO(자바커뮤니티)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발주처와 업계가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어떤 기술과 인력이 필요한지 인터뷰를 통해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정부도 SW 전문업체와 단순 인력 송출 회사를 구분해 관리 감독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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