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ㆍ중소기업 모두 기술경영ㆍ사업화 능력 갖춰야
R&D 기획부터 시장수요 반영 열린시스템 구축 시급
한국형 교육체계 정립 학문간 벽 허물고 소통 꾀해야
■ 가속화 되는 산업융합 기술경영시대-좌담회<끝>
산업ㆍ기술간 융합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융ㆍ복합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의 빠른 진화 속에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경영전략과 또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과 경영을 접목한 기술경영(MOT)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 기업, 교육계 등의 전문가들과 컨버전스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상과 MOT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 참석자(가나다순)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김현수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한미숙 이노비즈협회 회장
◇사회=서낙영 지식산업부 부장
-일시 및 장소 : 10월 29일 한국기술센터
◇사회=2000년대 초반에 기술벤처 창업붐을 타고 많은 기업들이 탄생했고 쓰러지는 경험을 했다. 벤처는 물론 기업에 있어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함께 갖춘 인력은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체득한 셈이다. 융합화시대의 기술경영을 둘러싼 각계의 인식이 궁금하다.
◇김현수(성균관대 공대 학장)=앞으로는 융합, 컨버전스의 시대이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빗은 "하이테크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공학교육이 테크니컬 스킬만을 강조해왔다면, 앞으로의 공학교육은 테크니컬 스킬은 물론이고 하이터치, 즉 인간성에 대한 이해와 같은 인문학에서 경제ㆍ경영ㆍ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프로페셔널 스킬을 갖추도록 이뤄져야한다. 특히 기술경영 측면에서 좀더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도록 교육을 받았지, 개발된 기술을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도록 어떻게 사업화하고 관리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팔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경영개발원(2007, World Competitive Yearbook)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기술마케팅이나 기술사업화 성공률은 세계 40위권이고, 선진국의 기술사업화 성공률이 3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6%에 머물러 있는 실정으로 기술이익의 창출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면에서 비단 벤처뿐만이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기술경쟁력과 함께 기술경영능력, 기술사업화 능력을 갖춰야한다고 생각된다.
◇한미숙(이노비즈협회 회장)=기술기반 중소기업들의 경우 CEO의 판단에 의해 회사 운명이 좌우된다. 기술의 다변화와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 지식과 사업 전략, 방향 수립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자기 기술을 모르고는 영업도 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임원들은 기술을 알고 자기 맡은 분야를 진행해야 한다. 과거 10년 전에는 기술개발만 하면 다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 임원진을 보면 기술에 기반을 두고 경영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이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 달라진 것이다.
◇김용근(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기술자체가 국가나 조직의 경쟁우위를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경영하는가가 경쟁우위에 더 큰 관건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술을 외국에서 구입할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술이 우리의 경쟁우위에 중요한가를 선별하고 이를 기존의 기술과 융합하고, 이를 해석ㆍ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공정으로 변환시키는 경영능력이 중요하다.
◇이창한(지경부 산업기술정책관)=기술ㆍ제품ㆍ산업간 융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융합의 과정은 기존의 기술혁신기반에 가치창출이 더해지는 과정으로, 특히 기술혁신역량이 낮은 중소기업일수록 적극적인 기술혁신경영 전개가 필요하다. 또, 기술시장 패러다임과 소비자의 수요변화 흐름을 신속하게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R&D 기획에서부터 시장수요가 반영될 수 있는 열린 R&D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어야한다. 이에 따라 정부 R&D 정책도 R&D 주체간 네트워킹 협력촉진, 국제공공 기술협력 강화 등 시장과 교감하는 열린 R&D 정책으로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사회=4만 달러 국민소득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R&D 방향이 시장의 요구사항을 좀 더 면밀히 수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R&D 성과의 사업화 현황과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
◇김용근=R&D투자 확충 등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R&D 투자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R&D투자 절대규모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열세이고, 무엇보다도 기술개발 성과를 사업화하는 역량이 매우 취약하다. 2007년 기준으로 기술이전율은 대학 14.1%, 공공연구소 28.3%이며, 전체는 22.4%이다.
또, 민간의 R&D투자 규모가 정부의 3배를 초과하는 수준(2006년 기준)으로 정부 주도 R&D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퇴색했다. 그러나 절대 규모와 투자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아직 민간이 필요기술 모두를 스스로 개발할 능력을 보유하지는 못하고 있다. 민간과 경쟁하는 R&D를 지양하고, 시장이 필요로 하면서 자체 해결이 어려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정부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사회=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과 경영을 아는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며, 특히 CEOㆍCTO 등 C레벨로 갈수록 이같은 요구는 높아진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상황은 어떤지. 또, 대학에서도 이같은 산업계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미숙=2000년대 창업 활성화 정책으로 IT 기반의 기술 창업이 급격히 늘어났다. 대부분 경영 학습이 안된 엔지니어 출신의 CEO들이다. 자기 기술만이 최고라 외치고 시장에 순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낙오됐다. 또한 회사의 성장 단계별로 요구되는 재무관리와 인력관리 능력의 부족으로 도태되기도 한다.
기술 트렌드가 융ㆍ복합 형태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어서 CEO, CTO의 사업 전략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시장이 단일권으로 형성되면서 국내외 시장에 대한 지적재산권 분쟁이 급격히 확산될 것이다. 기술 경영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지는 이유이기도하다. 이노비즈협회에서도 중소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MBA 코스를 개설해 기술경영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달 1회씩 수도권과 지방에서 경영지원 세미나를 열고 있다.
◇김현수=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을 갖고, 미래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한다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를 예로 들면 기술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부, 대학원에 걸쳐 기술경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에서는 올해부터 기술경영개론이라는 과목을 공과대학 공통의 전공과목으로 개설해 모든 학과 학생들이 전공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기획, 기술개발, 기술거래, 기술예측, 기술상업화, 마케팅, 비즈니스모델 등을 교육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대학원은 2006년 교과부, 지경부의 지원으로 기술경영학과를 설립했는데, 매해 공과대학 대학원 평균 경쟁률의 2배가 넘는 5대1의 입학 경쟁률을 보여 수요가 가히 폭발적이다. 대학원에서는 실무중심형, 학제융합형, 월드와이드형의 교육과정으로 수요자중심의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재교육요구에 대응해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4개월의 풀타임교육, 농촌진흥청과 2개월의 파트타임 단기 교육프로그램을 계약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정부가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기술경영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는가.
◇이창한=정부는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보유한 기술경영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기술경영 석ㆍ박사 학위과정 및 산업체 인력 대상 단기교육과정을 지원 중이다. 학위과정에는 서울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한국기술교육대 등 4곳이 있다.
기술경영 학위과정에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커리큘럼 운영을 확대하고, 실무중심 교육 강화, 글로벌 산학협력 교육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기술경영 전문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혁신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핵심인력의 확보를 위해 대학과 기업간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업계가 주도하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업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지원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사회=MOT 교육은 이제 도입기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대학마다 특색있게 발전해가는 추세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와 교육현실에 맞는 MOT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해달라.
◇김현수=융합형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학문간 벽을 터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대학에 가면 인문학과 공학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이 되어 무관심하고 때로는 배타적이기까지 하다.
앞으로 창의적 기술경영을 위해서는 공학과 경제, 경영, 인문학이 서로 소통하는 교육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경영관점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선 대학교육에서는 공학교육인증(ABEEK)제도를 활용해 전공지식 외에 기술경영을 필수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해 기술경영 마인드를 갖춘 학생을 배출하고, 둘째는 이미 현업에 있는 이공계 연구원들에게 기술경영 재교육을 하는 방안이다. 이때 수요자 층이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벤처 창업자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한다.
결론적으로 기술개발능력과 함께 개발된 기술을 어떻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연결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교육이 공과대학 교육에서 이뤄져야한다.
◇한미숙=중소기업 CEO는 기술경영에 대한 욕구는 높지만, 스스로 기술을 높이기가 어렵고 학위과정을 다니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돈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그러나 욕구는 있는 중소기업 현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적인 사례연구나 학습, 실사례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능력은 최고라고 하는데, 기술보호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해외특허출원지원, 분쟁이 걸렸을 때도 유리하게 생존할 수 있는 부분 등이 MOT에 채워졌으면 좋겠다. 우선은 중소기업 CEO들의 인식을 깨워야하고, 또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도 있어야 한다.
◇김용근=MOT를 넘어서 융합의 범위가 더 커져야한다. 우리가 친환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고급화되고 감성이 통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큰 융합을 보아야한다. 사실 재단에서도 다른 기타 사업들과 MOT를 연계시켜 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MOT팀을 융합팀으로 바꿨다. 또, R&D 지원과제도 실험실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아예 융합비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새로운 생각도 하게 됐다. 그동안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업대책이 나왔다. 그동안 미취업자 교육만 있었는데 경영자 교육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창한=선진국의 기술경영교육은 경제규모, 기술수준, 경영환경에 따라 각기 특색있게 발전해온 상태이다. 미국과 유럽은 성장혁신의 원동력으로, 일본은 경쟁력의 원천 측면에서 기술경영을 조명해왔다. 국내 기술경영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 교육시스템의 일방적인 도입보다는 국내 기술사업화 모델연구를 통해 한국형 기술경영 교육체계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정리=박정연기자 jypark@
R&D 기획부터 시장수요 반영 열린시스템 구축 시급
한국형 교육체계 정립 학문간 벽 허물고 소통 꾀해야
■ 가속화 되는 산업융합 기술경영시대-좌담회<끝>
산업ㆍ기술간 융합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융ㆍ복합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의 빠른 진화 속에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경영전략과 또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과 경영을 접목한 기술경영(MOT)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 기업, 교육계 등의 전문가들과 컨버전스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상과 MOT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 참석자(가나다순)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김현수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한미숙 이노비즈협회 회장
◇사회=서낙영 지식산업부 부장
-일시 및 장소 : 10월 29일 한국기술센터
◇사회=2000년대 초반에 기술벤처 창업붐을 타고 많은 기업들이 탄생했고 쓰러지는 경험을 했다. 벤처는 물론 기업에 있어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함께 갖춘 인력은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체득한 셈이다. 융합화시대의 기술경영을 둘러싼 각계의 인식이 궁금하다.
◇김현수(성균관대 공대 학장)=앞으로는 융합, 컨버전스의 시대이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빗은 "하이테크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공학교육이 테크니컬 스킬만을 강조해왔다면, 앞으로의 공학교육은 테크니컬 스킬은 물론이고 하이터치, 즉 인간성에 대한 이해와 같은 인문학에서 경제ㆍ경영ㆍ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프로페셔널 스킬을 갖추도록 이뤄져야한다. 특히 기술경영 측면에서 좀더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도록 교육을 받았지, 개발된 기술을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도록 어떻게 사업화하고 관리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팔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경영개발원(2007, World Competitive Yearbook)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기술마케팅이나 기술사업화 성공률은 세계 40위권이고, 선진국의 기술사업화 성공률이 3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6%에 머물러 있는 실정으로 기술이익의 창출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면에서 비단 벤처뿐만이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기술경쟁력과 함께 기술경영능력, 기술사업화 능력을 갖춰야한다고 생각된다.
◇한미숙(이노비즈협회 회장)=기술기반 중소기업들의 경우 CEO의 판단에 의해 회사 운명이 좌우된다. 기술의 다변화와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 지식과 사업 전략, 방향 수립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자기 기술을 모르고는 영업도 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임원들은 기술을 알고 자기 맡은 분야를 진행해야 한다. 과거 10년 전에는 기술개발만 하면 다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 임원진을 보면 기술에 기반을 두고 경영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이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 달라진 것이다.
◇김용근(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기술자체가 국가나 조직의 경쟁우위를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경영하는가가 경쟁우위에 더 큰 관건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술을 외국에서 구입할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술이 우리의 경쟁우위에 중요한가를 선별하고 이를 기존의 기술과 융합하고, 이를 해석ㆍ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공정으로 변환시키는 경영능력이 중요하다.
◇이창한(지경부 산업기술정책관)=기술ㆍ제품ㆍ산업간 융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융합의 과정은 기존의 기술혁신기반에 가치창출이 더해지는 과정으로, 특히 기술혁신역량이 낮은 중소기업일수록 적극적인 기술혁신경영 전개가 필요하다. 또, 기술시장 패러다임과 소비자의 수요변화 흐름을 신속하게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R&D 기획에서부터 시장수요가 반영될 수 있는 열린 R&D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어야한다. 이에 따라 정부 R&D 정책도 R&D 주체간 네트워킹 협력촉진, 국제공공 기술협력 강화 등 시장과 교감하는 열린 R&D 정책으로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사회=4만 달러 국민소득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R&D 방향이 시장의 요구사항을 좀 더 면밀히 수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R&D 성과의 사업화 현황과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
◇김용근=R&D투자 확충 등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R&D 투자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R&D투자 절대규모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열세이고, 무엇보다도 기술개발 성과를 사업화하는 역량이 매우 취약하다. 2007년 기준으로 기술이전율은 대학 14.1%, 공공연구소 28.3%이며, 전체는 22.4%이다.
또, 민간의 R&D투자 규모가 정부의 3배를 초과하는 수준(2006년 기준)으로 정부 주도 R&D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퇴색했다. 그러나 절대 규모와 투자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아직 민간이 필요기술 모두를 스스로 개발할 능력을 보유하지는 못하고 있다. 민간과 경쟁하는 R&D를 지양하고, 시장이 필요로 하면서 자체 해결이 어려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정부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사회=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과 경영을 아는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며, 특히 CEOㆍCTO 등 C레벨로 갈수록 이같은 요구는 높아진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상황은 어떤지. 또, 대학에서도 이같은 산업계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미숙=2000년대 창업 활성화 정책으로 IT 기반의 기술 창업이 급격히 늘어났다. 대부분 경영 학습이 안된 엔지니어 출신의 CEO들이다. 자기 기술만이 최고라 외치고 시장에 순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낙오됐다. 또한 회사의 성장 단계별로 요구되는 재무관리와 인력관리 능력의 부족으로 도태되기도 한다.
기술 트렌드가 융ㆍ복합 형태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어서 CEO, CTO의 사업 전략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시장이 단일권으로 형성되면서 국내외 시장에 대한 지적재산권 분쟁이 급격히 확산될 것이다. 기술 경영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지는 이유이기도하다. 이노비즈협회에서도 중소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MBA 코스를 개설해 기술경영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달 1회씩 수도권과 지방에서 경영지원 세미나를 열고 있다.
◇김현수=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을 갖고, 미래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한다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를 예로 들면 기술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부, 대학원에 걸쳐 기술경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에서는 올해부터 기술경영개론이라는 과목을 공과대학 공통의 전공과목으로 개설해 모든 학과 학생들이 전공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기획, 기술개발, 기술거래, 기술예측, 기술상업화, 마케팅, 비즈니스모델 등을 교육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대학원은 2006년 교과부, 지경부의 지원으로 기술경영학과를 설립했는데, 매해 공과대학 대학원 평균 경쟁률의 2배가 넘는 5대1의 입학 경쟁률을 보여 수요가 가히 폭발적이다. 대학원에서는 실무중심형, 학제융합형, 월드와이드형의 교육과정으로 수요자중심의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재교육요구에 대응해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4개월의 풀타임교육, 농촌진흥청과 2개월의 파트타임 단기 교육프로그램을 계약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정부가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기술경영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는가.
◇이창한=정부는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보유한 기술경영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기술경영 석ㆍ박사 학위과정 및 산업체 인력 대상 단기교육과정을 지원 중이다. 학위과정에는 서울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한국기술교육대 등 4곳이 있다.
기술경영 학위과정에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커리큘럼 운영을 확대하고, 실무중심 교육 강화, 글로벌 산학협력 교육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기술경영 전문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혁신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핵심인력의 확보를 위해 대학과 기업간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업계가 주도하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업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지원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사회=MOT 교육은 이제 도입기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대학마다 특색있게 발전해가는 추세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와 교육현실에 맞는 MOT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해달라.
◇김현수=융합형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학문간 벽을 터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대학에 가면 인문학과 공학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이 되어 무관심하고 때로는 배타적이기까지 하다.
앞으로 창의적 기술경영을 위해서는 공학과 경제, 경영, 인문학이 서로 소통하는 교육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경영관점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선 대학교육에서는 공학교육인증(ABEEK)제도를 활용해 전공지식 외에 기술경영을 필수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해 기술경영 마인드를 갖춘 학생을 배출하고, 둘째는 이미 현업에 있는 이공계 연구원들에게 기술경영 재교육을 하는 방안이다. 이때 수요자 층이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벤처 창업자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한다.
결론적으로 기술개발능력과 함께 개발된 기술을 어떻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연결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교육이 공과대학 교육에서 이뤄져야한다.
◇한미숙=중소기업 CEO는 기술경영에 대한 욕구는 높지만, 스스로 기술을 높이기가 어렵고 학위과정을 다니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돈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그러나 욕구는 있는 중소기업 현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적인 사례연구나 학습, 실사례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능력은 최고라고 하는데, 기술보호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해외특허출원지원, 분쟁이 걸렸을 때도 유리하게 생존할 수 있는 부분 등이 MOT에 채워졌으면 좋겠다. 우선은 중소기업 CEO들의 인식을 깨워야하고, 또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도 있어야 한다.
◇김용근=MOT를 넘어서 융합의 범위가 더 커져야한다. 우리가 친환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고급화되고 감성이 통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큰 융합을 보아야한다. 사실 재단에서도 다른 기타 사업들과 MOT를 연계시켜 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MOT팀을 융합팀으로 바꿨다. 또, R&D 지원과제도 실험실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아예 융합비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새로운 생각도 하게 됐다. 그동안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업대책이 나왔다. 그동안 미취업자 교육만 있었는데 경영자 교육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창한=선진국의 기술경영교육은 경제규모, 기술수준, 경영환경에 따라 각기 특색있게 발전해온 상태이다. 미국과 유럽은 성장혁신의 원동력으로, 일본은 경쟁력의 원천 측면에서 기술경영을 조명해왔다. 국내 기술경영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 교육시스템의 일방적인 도입보다는 국내 기술사업화 모델연구를 통해 한국형 기술경영 교육체계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정리=박정연기자 jy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