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신문방송 소유 겸영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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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쏠림' 우려 신문의 '방송행' 차단

신문법ㆍ방송법서 각각 신문의 방송 겸영ㆍ소유 제한
방송과의 형평성ㆍ미디어 변화 역행 등 반대 목소리
정부 규제완화 의지… 사회적 합의 쉽지 않을 전망



지난 2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최로 열린 `방송 소유 겸영 규제 완화 추진방안' 워크숍에서 한국외대 문재완 교수가 "지상파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 채널 등 방송 영역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주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정부의 공식 정책 연구기관이 주최함으로써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찬성과 반대 양측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신문방송 겸영이란 무엇이고 찬성과 반대 입장의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겸영'과 `교차소유' 의미 구분해야=신문방송 겸영 규제의 근거는 현행 신문법과 방송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신문법 제 15조에서는 일간신문과 뉴스 통신은 상호 겸영할 수 없으며,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 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을 겸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법 제 8조에서는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은 지상파방송사업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 사용 사업(PP)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겸영이란 동일한 법인이 방송 사업과 신문 사업을 동시에 하는 것이며 교차 소유는 신문 사업을 하는 법인이 방송 사업을 하는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는 것으로 의미가 다릅니다.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신문법과 방송법을 모두 개정해야 합니다. 신문법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소관하고 있습니다. 신문방송겸영 이슈가 문화부, 방통위 모두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여론 다양성 훼손 우려해 규제=그렇다면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신문사에만 해당됩니다. 지금도 일부 방송사는 무료신문을 발행하는 등 신문사업에 진출하고 있죠.

신문이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PP 진출을 막는 이유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서입니다. 여론 형성 기능이 강한 전국 규모의 종합 일간지가 만약 방송사를 통해 뉴스를 제공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다양한 여론 형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상파방송의 경우 공적인 지분 구조 특성상 보도 내용의 공영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완전 사적 영역으로 개방된 신문 시장은 공영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선, 중앙, 동아와 같은 전국지가 MBC나 SBS를 소유할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날 수 있습니다.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지상파방송이 상업화돼 자본에 의해 좌우되고 일부 기업이나 특정 정치 집단에 유리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신문방송 겸영 금지를 찬성하는 쪽은 이같은 점에서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제한적으로 겸영 허용=하지만 현재와 같이 신문이 원천적으로 방송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신문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방송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시대에 신문의 방송 진출을 막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죠.

해외 사례에서 보면 대체로 `의견의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신문과 방송의 상호 겸영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견 다양성'의 기준은 각 나라에 따라 다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려 한다면 `의견 다양성 지표'도 함께 개발해야 합니다.

참고로, 공영 방송이 잘 갖추어진 영국은 `BBC+3'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BBC 이외에 적어도 3개의 독립된 상업 미디어가 존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독일은 미디어 그룹에 속한 방송사들의 연평균 시청자 점유율의 총합이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한 미디어 그룹이 지상파텔레비전, 지상파라디오, 신문 등 3개 미디어 영역 중 2개 영역 이상에서 일정 기준 이상 점유하지 못하도록 교차 소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동일 지역 내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교차 소유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번번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상업 방송이 우세하기 때문에 교차 소유를 허용할 경우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문재완 교수는 최근 KISDI 워크숍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공영방송이 외견상 튼튼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달리 유럽식 규제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 문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의견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유료방송 시장에서 종합편성이나 보도전문 방송을 겸영을 금지하는 것은 즉시 규제를 철폐해야 하고 신문사와 방송사의 교차 소유는 조속히 허용하되 신문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신문사는 상한선을 설정하는 소유규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회적 합의 필요=현재 정부는 신문방송 겸영 및 교차 소유를 허용하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특히 지상파방송사 측의 반대가 심한데요. 한국방송협회 윤성옥 연구위원은 "각 국가의 미디어 환경과 국민의 요구 수준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 FCC가 결정했더라도 여론과 의회의 저항에 부딪힌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주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교차소유 및 복수소유를 모든 일간신문에게 일률적으로 규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듯이, 반대로 겸영과 교차소유를 모든 일간신문에게 일률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여론시장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관련성을 검토해서 보다 세밀한 규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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