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전ㆍ현직 대통령의 국민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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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0-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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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전ㆍ현직 대통령의 국민 소통법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전ㆍ현직 두 대통령이 미디어를 통한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국가의 지도자들이 국민들과 직접 소통을 나누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ㆍ현직 두 대통령의 스타일만큼이나 국민 소통법에서도 꽤나 큰 차이가 엿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택한 미디어는 역시 인터넷이다. 지난 9월 18일 `민주주의 2.0'이란 토론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미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이트를 방문해 각종 사회 이슈들에 대한 의견과 토론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도 `노공이산'(盧公移山)이란 필명으로 직접 게시글과 댓글을 올리며 열심히 활동 중이다. 때로는 네티즌 논객과 한판 논쟁을 펼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흥행성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 이후 계속 제기되어 왔던 정부의 대 국민 소통 문제를 라디오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양이다. 최근 청와대가 월 1~2회, 15분 정도 분량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현안에 대한 정책 설명을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시도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노변담화'(爐邊談話, Fireside chat)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노변담화라는 단어에 담긴 뜻 그대로 공식적이고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난롯가에서 친지들과 정담을 나누듯 보다 편안하게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는 프로그램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택한 인터넷과 이명박 현 대통령이 택한 라디오는 꽤나 대조적인 미디어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학자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메시지의 충실도는 높지만 수용자의 참여도는 낮은 미디어를 `핫(Hot) 미디어', 반대로 메시지의 충실도는 낮지만 수용자의 참여도가 높은 미디어를 `쿨(Cool) 미디어'라고 명명했다. 맥루한의 방식을 따른다면 라디오는 핫 미디어, 인터넷은 쿨 미디어에 가깝다. 일방향적 정보제공에 강조점을 둔다면 핫 미디어인 라디오가, 그리고 쌍방향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면 쿨 미디어인 인터넷이 더 적합한 미디어라 하겠다.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인 1930년대 미국에서야 라디오가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대중매체이자 뉴미디어였으니 노변담화 같은 프로그램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인터넷 최강국을 자랑하는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 국민 소통 채널로 하필 핫 미디어인 라디오를 택한 것은 얼핏 뜬금없어 보인다. 더욱이 청와대의 노변담화 구상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상시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대통령 지시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라디오가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는 미디어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몇 차례 인터넷을 통한 대 국민 소통을 시도했다가 호된 곤혹을 치러야 했다. 지난 5월에는 청와대 블로그에 `만문만답'이란 이벤트를 열어 쇠고기 협상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가, 쇄도하는 질문 공세를 감당하지 못해 두 손을 들어버렸다. 또 `대통령과의 대화' TV 프로그램을 앞두고는 KBS 홈페이지에 마련한 질문 게시판에 정부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서둘러 게시판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 국민 소통 채널로 라디오를 택한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여기에 그동안 몇 차례 발언을 통해서 드러냈던 이명박 대통령의 네티즌 여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대 국민 소통은 이제 아예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성공적인 대 국민 소통을 위해 어떤 미디어 채널을 선택하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바로 소통에 대한 올바른 자세이다.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국민들의 메시지를 먼저 들으려는 자세, 그리고 쓴 소리조차도 기꺼이 달게 들으려는 겸허한 자세 말이다. 이것이 없다면 노변담화 역시 결국엔 부질없는 정책 홍보 이벤트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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