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유통구조부터 깨라
설비투자금액보다 더 많은 보조금
과도한 마케팅비 요금인하 걸림돌
소비자도 공짜폰 '눈속임' 인식을
■정보미디어 이슈 플러스
서비스업체→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유통시스템이 지나치게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비판은 하루 이틀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특히 최근 요금인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3G 이동통신의 품질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유통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이동통신 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ㆍ저효율 구조와 그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과중한 마케팅비=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모집ㆍ관리ㆍ유지를 위한 판매수수료 및 판매촉진비를 대리점과 판매점에 제공하는 유통비용이 마케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이 과열됐던 지난 1분기에만 SK텔레콤은 마케팅비용으로 7670억원을 썼다. 매출액중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다. 마케팅비중 광고선전비는 52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7150억원은 대리점에 지급하는 마케팅수수료 등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수치는 무선인터넷매출 5970억원보다 많다. 또, 2780억원에 불과한 설비투자액(9.8%)과도 대조를 이룬다. 마케팅비를 뜯어보면 보조금격인 모집수수료가 4850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리점 관리수수료 관리수수료 980억원, 멤버십이나 이벤트 비용 같은 고객 유지수수료가 1320억원을 차지했다.
KTF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1분기 마케팅비는 4603억원으로 매출대비 32.1%를 차지한다. 마케팅비에는 가입자 확보비가 3237억원, 유지비 1125억원에 달한 반면, 광고선전비는 240억원에 불과했다. 가입자 확보비용은 전분기 대비 20.4%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1분기 설비투자는 마케팅비의 절반을 조금 넘는 2837억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3G 전국서비스가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은 매분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보조금이 포함된 모집수수료 증가율은 전체 마케팅 비용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처럼 마케팅비 비중이 높은 것은 가입자 모집과 유지를 대리점과 판매점이 대부분 전담하는 유통구조에 기인한다.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리점에 모집수수료 또는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대리점은 이를 다시 일선판매점에 내려보내는 구조다.
휴대폰 판매를 하는 매장은 대리점이나 판매점, 직영점, 온라인판매상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만여 곳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일선 판매점들은 대부분 이통 3사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며 정책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통사로 영업을 집중하면서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각사별 대리점 등 유통망이 공고한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고가 단말기와 외산 저가 단말기=국내에서 고가폰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배경도, 결국 소비자들의 다기능 멀티미디어폰에 대한 수요나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이통사들이 단말기 마진 또는 제조사의 보조금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배경이 크다. 국내 제조사들은 단말기 전문 유통업체들이 존재하는 해외와 달리 이통사에 제품을 납품(SELL-IN)하고 이통사는 가격을 결정하는 폐쇄적 구조다. 결국 납품가와 시판가의 차이는 결국 단말기 마진으로 보조금화된다. 때문에 한 모델이 해외판 보다 국내판 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은 비슷한데 국내판 사양이 하향조정 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키아 같은 외산단말기 도입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마케팅비용과 관련이 깊다. 이통사들은 국내 제조사들의 납품가가 해외에 비해 30%가량 비싸다는 판단하고 있다. 보조금지급을 많이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단말기 마진폭을 확대해야하고, 향후 요금인하 압박과 마케팅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비해서 단말기 판가도 인하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 2, 3위권 업체들이 과점하는 내수시장에서 판가인하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력이 있는 노키아나 제 3의 경쟁자를 끌어들여 이들을 견제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보조금에 길들여지는 소비자=보조금(마케팅비)은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결국 요금으로 회수하는 일종의 `대출상환금'과 같은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보조금을 통해 단말기 변경 및 초기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같은 혜택이 모든 소비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보조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서비스품질 제고를 위한 설비투자나 요금인하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애플의 3G 아이폰이 고가전략을 철회하고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사업자와 손잡고 서비스 요금을 대폭 인상한 대신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조금은 단말기 산업 활성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단말기 시장이 사상최대인 1400만대를 돌파하며 지난해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제조사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확대 지급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주 휴대폰을 바꾸는 고객으로 혜택이 쏠리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마케팅비용이 과다해져 요금인하나 서비스품질 개선 여력을 약화시킨다. 3G 도입 뒤 매번 불통사태가 잇따르고 있는데, 천문학적 수치의 마케팅비가 품질개선에 투입된다면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조금은 결국 요금의 착시효과에 불과한 것인데 단기 가입자 유치실적을 위해 보조금 지급에만 열을 올리게 되면서 사업자들의 본원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들 역시 보조금과 공짜폰에 길들여져 더많은 보조금을 요구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동통신사들의 재정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상 휴대폰 교체주기인 18개월을 기준으로 이 기간 예상 수익(요금)을 고려해 가입자 1인당 유치비를 책정하고 있으나, 번호이동 시장의 과열로 사실상 초과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 없나=이통사 역시 이러한 고비용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가입자 유치전에 휩싸이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할 이렇다할 해법은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가입자를 일정기간 묶어두는 의무약정제나 단말 할부제 등이 도입됐지만 이를 비웃듯 보조금 경쟁은 오히려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올 들어 3G 가입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가 2분기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 신규가입자는 넉달째 200만명을 육박하거나 넘어서지만 해지자를 제외한 3사의 순증가입자는 10%인 20만명 남짓에 불과하다. 순증가입자는 3사 평균 20만명 선이지만 신규가입자는 넉달째 200만명을 넘어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통3사가 보조금으로 타사 가입자를 신규가입자로 유치하고 다시 빼앗기는 탓에 순증효과가 크지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7∼8월에 경쟁이 가중돼 전통적인 비수기 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KTF의 보조금 이연처리에 대한 금감원의 결정은 마케팅 전쟁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됐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통화품질을 유지하고 늘어나는 가입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에 매년 2조원이상을 투자해야하는데 이같은 고비용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조금 제도가 일몰 됐지만 오히려 정부가 일정부분 개입하는 과거가 더 나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조성훈기자 hoon21@
설비투자금액보다 더 많은 보조금
과도한 마케팅비 요금인하 걸림돌
소비자도 공짜폰 '눈속임' 인식을
■정보미디어 이슈 플러스
서비스업체→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유통시스템이 지나치게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비판은 하루 이틀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특히 최근 요금인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3G 이동통신의 품질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유통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이동통신 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ㆍ저효율 구조와 그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과중한 마케팅비=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모집ㆍ관리ㆍ유지를 위한 판매수수료 및 판매촉진비를 대리점과 판매점에 제공하는 유통비용이 마케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이 과열됐던 지난 1분기에만 SK텔레콤은 마케팅비용으로 7670억원을 썼다. 매출액중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다. 마케팅비중 광고선전비는 52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7150억원은 대리점에 지급하는 마케팅수수료 등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수치는 무선인터넷매출 5970억원보다 많다. 또, 2780억원에 불과한 설비투자액(9.8%)과도 대조를 이룬다. 마케팅비를 뜯어보면 보조금격인 모집수수료가 4850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리점 관리수수료 관리수수료 980억원, 멤버십이나 이벤트 비용 같은 고객 유지수수료가 1320억원을 차지했다.
KTF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1분기 마케팅비는 4603억원으로 매출대비 32.1%를 차지한다. 마케팅비에는 가입자 확보비가 3237억원, 유지비 1125억원에 달한 반면, 광고선전비는 240억원에 불과했다. 가입자 확보비용은 전분기 대비 20.4%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1분기 설비투자는 마케팅비의 절반을 조금 넘는 2837억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3G 전국서비스가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은 매분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보조금이 포함된 모집수수료 증가율은 전체 마케팅 비용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처럼 마케팅비 비중이 높은 것은 가입자 모집과 유지를 대리점과 판매점이 대부분 전담하는 유통구조에 기인한다.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리점에 모집수수료 또는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대리점은 이를 다시 일선판매점에 내려보내는 구조다.
휴대폰 판매를 하는 매장은 대리점이나 판매점, 직영점, 온라인판매상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만여 곳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일선 판매점들은 대부분 이통 3사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며 정책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통사로 영업을 집중하면서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각사별 대리점 등 유통망이 공고한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고가 단말기와 외산 저가 단말기=국내에서 고가폰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배경도, 결국 소비자들의 다기능 멀티미디어폰에 대한 수요나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이통사들이 단말기 마진 또는 제조사의 보조금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배경이 크다. 국내 제조사들은 단말기 전문 유통업체들이 존재하는 해외와 달리 이통사에 제품을 납품(SELL-IN)하고 이통사는 가격을 결정하는 폐쇄적 구조다. 결국 납품가와 시판가의 차이는 결국 단말기 마진으로 보조금화된다. 때문에 한 모델이 해외판 보다 국내판 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은 비슷한데 국내판 사양이 하향조정 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키아 같은 외산단말기 도입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마케팅비용과 관련이 깊다. 이통사들은 국내 제조사들의 납품가가 해외에 비해 30%가량 비싸다는 판단하고 있다. 보조금지급을 많이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단말기 마진폭을 확대해야하고, 향후 요금인하 압박과 마케팅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비해서 단말기 판가도 인하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 2, 3위권 업체들이 과점하는 내수시장에서 판가인하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력이 있는 노키아나 제 3의 경쟁자를 끌어들여 이들을 견제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보조금에 길들여지는 소비자=보조금(마케팅비)은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결국 요금으로 회수하는 일종의 `대출상환금'과 같은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보조금을 통해 단말기 변경 및 초기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같은 혜택이 모든 소비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보조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서비스품질 제고를 위한 설비투자나 요금인하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애플의 3G 아이폰이 고가전략을 철회하고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사업자와 손잡고 서비스 요금을 대폭 인상한 대신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조금은 단말기 산업 활성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단말기 시장이 사상최대인 1400만대를 돌파하며 지난해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제조사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확대 지급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주 휴대폰을 바꾸는 고객으로 혜택이 쏠리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마케팅비용이 과다해져 요금인하나 서비스품질 개선 여력을 약화시킨다. 3G 도입 뒤 매번 불통사태가 잇따르고 있는데, 천문학적 수치의 마케팅비가 품질개선에 투입된다면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조금은 결국 요금의 착시효과에 불과한 것인데 단기 가입자 유치실적을 위해 보조금 지급에만 열을 올리게 되면서 사업자들의 본원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들 역시 보조금과 공짜폰에 길들여져 더많은 보조금을 요구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동통신사들의 재정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상 휴대폰 교체주기인 18개월을 기준으로 이 기간 예상 수익(요금)을 고려해 가입자 1인당 유치비를 책정하고 있으나, 번호이동 시장의 과열로 사실상 초과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 없나=이통사 역시 이러한 고비용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가입자 유치전에 휩싸이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할 이렇다할 해법은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가입자를 일정기간 묶어두는 의무약정제나 단말 할부제 등이 도입됐지만 이를 비웃듯 보조금 경쟁은 오히려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올 들어 3G 가입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가 2분기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 신규가입자는 넉달째 200만명을 육박하거나 넘어서지만 해지자를 제외한 3사의 순증가입자는 10%인 20만명 남짓에 불과하다. 순증가입자는 3사 평균 20만명 선이지만 신규가입자는 넉달째 200만명을 넘어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통3사가 보조금으로 타사 가입자를 신규가입자로 유치하고 다시 빼앗기는 탓에 순증효과가 크지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7∼8월에 경쟁이 가중돼 전통적인 비수기 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KTF의 보조금 이연처리에 대한 금감원의 결정은 마케팅 전쟁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됐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통화품질을 유지하고 늘어나는 가입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에 매년 2조원이상을 투자해야하는데 이같은 고비용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조금 제도가 일몰 됐지만 오히려 정부가 일정부분 개입하는 과거가 더 나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조성훈기자 hoon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