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차등지급제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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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피 차등지급제 `득`일까 `독`일까
골프장, 캐디피 인상 수단으로 악용

"선택권 도입ㆍ등급 기준 등 마련돼야"



■ 골프n조이

캐디피 차등 지급제가 골퍼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캐디피 차등 지급제란 경기 도우미인 캐디에게 지급하는 수고료를 캐디의 경력과 실력에 따라 등급을 구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골퍼들이 캐디피 차등지급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과도한 비용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골프장의 캐디피는 평균 9만원 선으로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에 비해 20~30%가량 비싸다.

캐디피 차등지급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인 건 지난 2006년부터다. 일부 골프장들이 캐디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캐디피 차등지급제가 정규골프장은 물론 대중골프장까지 적용되면서 골퍼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캐디피 차등지급제 `캐디피 인상' 노림수=캐디피 차등지급제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골퍼들 입장에서 손해볼 게 없는 제도다. 그러나 문제는 캐디피 차등 지급제가 골프장 측의 캐디피 인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디피 차등지급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기존 캐디피를 최하 가격으로 유지한 채 경력이 오래되거나 평가가 좋은 캐디들의 수고료를 높게 책정함으로써 캐디피 인상을 부추겼다. 실제로 캐디피 차등지급제를 도입한 `C'골프장의 경우 팀당 8만원 선이었던 캐디피가 차등지급제 적용 이후 9, 10만원으로 뛰었고 8만원을 받는 캐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골프장 관계자들도 차등지급제가 캐디피 인상을 부추겼다는 데 동의했다. C골프장 경기과에서 근무했던 김호건(34)씨는 "실력이 좋은 캐디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골프장 입장에서 캐디피 차등지급제는 필요한 제도였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그만큼 더 대우를 해주겠다는 취지만큼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문제는 차등제가 캐디피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잘하는 사람을 대우해주는 만큼 못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 식 정서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대우를 받지 못하는 캐디들이 일을 못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싸지기는커녕 비용이 올라가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기준 없는 등급 구분 `문제'=당사자인 캐디들은 차등 지급제에 대해 골프장 측 입장과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5년째 경기 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는 김미숙(28)씨는 "캐디피 차등 지급제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게 2006년이다. 그때 골프장 측에서는 경력만 가지고 등급을 부여하려고 했다. 물론 경력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당시 많은 캐디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경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골프장과 골프에 대한 지식도 중요한 만큼 일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많은 캐디들의 주장이었다"고 전했다.

(사)한국캐디골프협회 측의 입장도 마찬가지. 캐디협회 이병우 협회장은 "일정 기준도 없이 자신들의 잣대로 등급을 구분한다는 건 누구나 쉽게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몇몇 골프장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면밀한 준비 없이 등급제를 시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평가하면서 "골프장 측은 캐디피 인상이 캐디들의 요구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골퍼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올리는 것이다. 차등지급제 이야기가 나온 후 전체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요즘은 차등지급제 자체가 은근슬쩍 사라졌다. 이는 골프장 측이 자신들의 이익은 그대로 유지한 채 캐디들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차등지급제를 악용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캐디 선택권, 등급구분 기준 `시급'=차등지급제 논란과 함께 캐디 선택권도 이슈로 떠올랐다. 많은 골퍼들은 국내 골프장의 경우 캐디 동반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아마추어 골퍼인 박준석(46)씨는 "비용이 비싼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선택권마저 없다는 건 문제다"라고 지적하면서 "차등지급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긍정적인 면을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다. 8만원 하던 캐디피가 9만원, 10만원으로 뛰었고 8만원 받는 도우미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한편 아마추어 골퍼들은 차등지급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등급 구분을 위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마추어 골퍼 김태식(51)씨는 "캐디도 전문직인 만큼 자격증 제도를 시행해 등급 구분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력에 맞는 대우를 기본으로 해야 골퍼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캐디피 차등지급제는 캐디와 골프장 측 잇속을 챙기기 위한 제도가 아닌 골퍼들을 위한 제도가 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원일 기자 u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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