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보완으로 움직이는 '통신시계'
납입자본금 2억5000만원, 1984년 3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출범한다. 그 해 5월 한국통신(현 KT)으로부터 수도권지역 1만2000여 무선호출 가입자를 넘겨받으며 무선사업에 첫발을 내 딛을 때만해도 이 회사가 시가총액 15조원에 이르는 거대 이동통신사업자가 되리라고 예측하긴 힘들었다. 더욱이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한국통신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강적이 될 것이라곤...시장은 경쟁을 필요로 했다. 경쟁의 토대는 민영화였고 이 과정에서 유선이 무선으로, 무선이 유선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은 본능과도 같았다.
KT와 SK텔레콤, 우리나라 양대 통신그룹은 국가차원의 경쟁도입정책과 유무선 통합, 방송통신융합의 기술흐름을 타고 강력한 경쟁상대로 격돌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한국이동통신의 분리독립을 뼈 아파하며 내부에 무선사업부를 만든다. 하지만 본체에서 이동통신서비스를 하는 것은 당시에도 유선의 시장지배력 전이가 우려돼 별도 법인을 설립해야 했다. 한국통신은 1996년 PCS법인 한국통신프리텔을 만들고, 1999년 한솔PCS를 인수하면서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신그룹으로 변모한다. KT는 이제 글로벌 경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통신법인 KTF와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고, 1998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해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거대 이동통신업체가 된다. 하지만 이동전화부문이 강화될수록 유선부문에 대한 미련은 더 많아진다. SK텔레콤에게 유선은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유무선 통합을 생각하면 구색을 갖춰야할 필요조건과도 같다. SK네트웍스를 통해 두루넷망을 인수하더니, 2008년 마침내 본체에서 제2 유선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유선일부와 무선구간에서 이뤄졌던 두 통신그룹간 경쟁이 이젠 유무선을 넘어서 융합서비스로 이어지는 무한 경쟁상황으로 바뀌었다. 특히 새로 등장한 IPTV를 비롯한 융합서비스는 통신서비스 영역에서 벗어나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시장영역을 필요로 함으로써, 두 그룹은 통신 외적인 또 다른 영역에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돌이켜보면 두 그룹은 같은 뿌리를 두고 있으나, 끊임없이 부닥치며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서 경쟁을 만들어왔다.
SK텔레콤 독점의 이동전화 시장에 자극을 통해 경쟁을 만든 곳은 KTF다. 특히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맞서 KTF가 한솔PCS를 인수한 것은 경쟁구도를 일시에 바꾼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PCS 상용화 2년째인 1999년 우리나라 전체 이동전화 인구는 2000만명을 넘어선다. 이로부터 10년, 양대 경쟁축은 서로를 자극하며 더욱 강력해진다. 2008년, KTF가 쇼를 통해 3G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SK텔레콤을 자극하며 이동전화 시장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3G서비스 1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 두 거대 통신그룹간 경쟁이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한 수치다.
1997년,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ISDN카드를 만지작거리던 KT를 움직이게 한 동인은 지금 SK텔레콤의 한 식구가 된 하나로텔레콤에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ADSL을 통해 전국 아파트단지를 기습해 들어갔고, 전화선에서 자유로운 ADSL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다. KT는 ISDN을 버리고 ADSL시장에 합류한다. 경쟁의 역사는 2007년 하나로텔레콤의 또 한번의 도발적 사건으로 반복된다. 프리IPTV에 대한 하나로텔레콤의 파상적 공세는 IPTV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통신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제 하반기부터 IPTV의 본 상용화를 앞두고 KT와, SK텔레콤의 한 식구가 된 하나로텔레콤은 새로운 차원의 융합서비스 경쟁을 벌인다.
둘은 서로를 두려워하며, 상대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 시장흐름과 시대적 요청에 따라 인수와 합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상대 그룹이 강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상대가 커질수록 자신도 성장함으로써 경쟁 속에 강한 경쟁력을 갖게된다면 좋은 일이나, 커질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계를 가지는 법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가장 목청 높여 반대했던 곳은 KT다. SK텔레콤의 무선지배력과 제2 시내전화 사업자이자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의 유선지배력의 결합이 가져올 시장 쏠림현상을 우려한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 있을 KT와 KTF의 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할 진영은 SK텔레콤이다. 2000만이 넘는 KT의 시내전화 시장지배력과 660만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반, 그리고 유선을 통해 거둬들인 KT의 자금력이 KTF와의 합병을 통해 무선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이 두렵다.
이미 두 그룹간 새로운 전쟁은 시작된 듯 하다. 두 그룹은 일단 일선 전장의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전선의 조직화다. 유통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KT는 전국의 막강한 유통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서비스측면에서 융합뿐만 아니라 현장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쟁상대는 경쟁상황이 형성되기 위한 핵심요소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것, KT와 SK텔레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납입자본금 2억5000만원, 1984년 3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출범한다. 그 해 5월 한국통신(현 KT)으로부터 수도권지역 1만2000여 무선호출 가입자를 넘겨받으며 무선사업에 첫발을 내 딛을 때만해도 이 회사가 시가총액 15조원에 이르는 거대 이동통신사업자가 되리라고 예측하긴 힘들었다. 더욱이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한국통신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강적이 될 것이라곤...시장은 경쟁을 필요로 했다. 경쟁의 토대는 민영화였고 이 과정에서 유선이 무선으로, 무선이 유선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은 본능과도 같았다.
KT와 SK텔레콤, 우리나라 양대 통신그룹은 국가차원의 경쟁도입정책과 유무선 통합, 방송통신융합의 기술흐름을 타고 강력한 경쟁상대로 격돌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한국이동통신의 분리독립을 뼈 아파하며 내부에 무선사업부를 만든다. 하지만 본체에서 이동통신서비스를 하는 것은 당시에도 유선의 시장지배력 전이가 우려돼 별도 법인을 설립해야 했다. 한국통신은 1996년 PCS법인 한국통신프리텔을 만들고, 1999년 한솔PCS를 인수하면서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신그룹으로 변모한다. KT는 이제 글로벌 경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통신법인 KTF와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고, 1998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해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거대 이동통신업체가 된다. 하지만 이동전화부문이 강화될수록 유선부문에 대한 미련은 더 많아진다. SK텔레콤에게 유선은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유무선 통합을 생각하면 구색을 갖춰야할 필요조건과도 같다. SK네트웍스를 통해 두루넷망을 인수하더니, 2008년 마침내 본체에서 제2 유선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유선일부와 무선구간에서 이뤄졌던 두 통신그룹간 경쟁이 이젠 유무선을 넘어서 융합서비스로 이어지는 무한 경쟁상황으로 바뀌었다. 특히 새로 등장한 IPTV를 비롯한 융합서비스는 통신서비스 영역에서 벗어나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시장영역을 필요로 함으로써, 두 그룹은 통신 외적인 또 다른 영역에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돌이켜보면 두 그룹은 같은 뿌리를 두고 있으나, 끊임없이 부닥치며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서 경쟁을 만들어왔다.
SK텔레콤 독점의 이동전화 시장에 자극을 통해 경쟁을 만든 곳은 KTF다. 특히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맞서 KTF가 한솔PCS를 인수한 것은 경쟁구도를 일시에 바꾼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PCS 상용화 2년째인 1999년 우리나라 전체 이동전화 인구는 2000만명을 넘어선다. 이로부터 10년, 양대 경쟁축은 서로를 자극하며 더욱 강력해진다. 2008년, KTF가 쇼를 통해 3G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SK텔레콤을 자극하며 이동전화 시장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3G서비스 1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 두 거대 통신그룹간 경쟁이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한 수치다.
1997년,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ISDN카드를 만지작거리던 KT를 움직이게 한 동인은 지금 SK텔레콤의 한 식구가 된 하나로텔레콤에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ADSL을 통해 전국 아파트단지를 기습해 들어갔고, 전화선에서 자유로운 ADSL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다. KT는 ISDN을 버리고 ADSL시장에 합류한다. 경쟁의 역사는 2007년 하나로텔레콤의 또 한번의 도발적 사건으로 반복된다. 프리IPTV에 대한 하나로텔레콤의 파상적 공세는 IPTV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통신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제 하반기부터 IPTV의 본 상용화를 앞두고 KT와, SK텔레콤의 한 식구가 된 하나로텔레콤은 새로운 차원의 융합서비스 경쟁을 벌인다.
둘은 서로를 두려워하며, 상대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 시장흐름과 시대적 요청에 따라 인수와 합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상대 그룹이 강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상대가 커질수록 자신도 성장함으로써 경쟁 속에 강한 경쟁력을 갖게된다면 좋은 일이나, 커질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계를 가지는 법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가장 목청 높여 반대했던 곳은 KT다. SK텔레콤의 무선지배력과 제2 시내전화 사업자이자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의 유선지배력의 결합이 가져올 시장 쏠림현상을 우려한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 있을 KT와 KTF의 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할 진영은 SK텔레콤이다. 2000만이 넘는 KT의 시내전화 시장지배력과 660만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반, 그리고 유선을 통해 거둬들인 KT의 자금력이 KTF와의 합병을 통해 무선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이 두렵다.
이미 두 그룹간 새로운 전쟁은 시작된 듯 하다. 두 그룹은 일단 일선 전장의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전선의 조직화다. 유통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KT는 전국의 막강한 유통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서비스측면에서 융합뿐만 아니라 현장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쟁상대는 경쟁상황이 형성되기 위한 핵심요소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것, KT와 SK텔레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