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반성과 혁신 필요한 로봇 R&D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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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5-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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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선문대 기계공학부 교수


국가 로봇 R&D 체계, 냉철한 반성과 혁신을 - 고경철 선문대 기계공학부 교수

4년전 참여정부가 지능형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 품목으로 선정해 막대한 정부 R&D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옛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가 경쟁적으로 사업단을 출범시켜 구체적 기술개발에 착수할 때만 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로봇연구의 맥을 이어가던 산업계, 연구계, 학계의 로봇개발자들은 이제야 말로 미국, 일본과 기술격차를 좁히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됐다고 희망에 들떴다.

국민들 또한 이제 몇 년 후면 로봇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관심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성장동력 성과전시회와 APEC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우리의 로봇기술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IT기술과 결합된 서비스로봇들,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와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에게 악수를 건네는 `휴보'. 누가 봐도 대한민국 로봇기술이 이제 세계변방이 아닌 중심에 우뚝 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새 정부 들어 로봇관련 3개 부처가 통합되면서, 실용화를 내세우는 신정부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로봇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우려와 함께 로봇 R&D의 새로운 정책방향에 대해 각종 미디어와 신문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은 지능형 로봇 시장창출은 실패했다고 단정한다. 그리고 실패의 요인을 분산된 연구역량과 중복투자, 산업기반 부재 등에서 찾는 것 같다.

사실 현재 상당수 로봇 기업은 그동안 받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구조적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산업전반에서 첨병을 담당해야할 개발인력들이 정부출연 연구소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개최한 `2008 로봇R&D 통합 워크숍'에 참여해 국가 로봇 R&D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3개 사업단의 현황발표와 향후계획을 보면서 착잡한 기분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현실 문제 분석이나 자기진단, 사업결과에 대한 반성 등은 도외시한 채 기술적 결과와 시제품의 실적들을 나열하고, 2013년 로봇3대 강국 비전과 10대 원천기술 확보 등 `제2의 반도체 신화창조' 같은 4년전 보여줬던 장밋빛 청사진을 되풀이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시장창출 실패의 원인을 찾는 냉정한 비판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을 지켜보면서 뼈아픈 과거 실패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가 놓친 실책들을 한번 되짚어 본다.

4년전 3개 부처가 모여 로봇R&D 정책수립을 협의하면서 과기부는 실버로봇, 산자부는 개인용과 전문용 및 제조용 로봇, 정통부는 네트워크 로봇 등 용도별로 역할을 분담했다. 그러나 그 역할은 점차 혼재되기 시작했다. 산자부는 제품중심으로 접근했고, 과기부는 원천기술 위주, 정통부는 IT기반의 서비스 위주로 접근했다. 기술은 중복되고, 과제간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역량이 분산되고, 이로 인해 무엇하나 내세울 만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선보인 로봇 시제품들은 세계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시장측면으로 접근하기에 너무 동떨어진 기술들이 많았다. 시연에 가까운 전시성 기술 수준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공급자 중심의 R&D정책, 연구소 중심의 사업단 체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구체적 활용목표, 산업 수요에 맞는 연구기획, 산학연계형 연구개발, 철저한 시장중심적 R&D 평가 등 일련의 R&D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무작정 기술투자만 하면 언젠가 로봇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미국, 일본이 한국의 로봇정책에 자극을 받아 국가 정책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 기술경쟁력확보와 신산업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효율적 R&D체제 구축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워크숍은 우리의 현주소 살펴보고, 풀어야 할 과제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R&D효율화를 위한 작업의 끝이 아닌 시작점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제기된 많은 문제를 되짚어보고, 신정부의 로봇 R&D정책 수립과정에 모든 로봇인들이 진정 마음을 열고 참여해 로봇이 한국 미래산업의 중추가 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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