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칼럼]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임윤규 칼럼]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임윤규 기자   yklim@dt.co.kr |   입력: 2007-10-29 16:31
임윤규 디지털산업부 차장


대규모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 산업에 있어 최고경영자(CEO)는 항상 선택의 상황에 맞닥뜨린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져 영업이익률 10%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꺼번에 통상 3조원을 넘게 투자하는 의사결정은 얼마나 모험적인 일인가.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계는 지금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위한 차세대 라인과, 신규 디스플레이로 부상하고 있는 AM(능동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투자를 놓고 숙고중이다. 새로운 라인이 가동될 시점인 2년 후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를 결행하는 CEO 마음은 탄다. 특히 LCD와 맞서 신규 시장을 열어야 하는 AM OLED업계 CEO는 새로운 결정이 두렵기까지 하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일본사람들이 존경하는 전국시대의 3대 영웅이다. 노부나가는 오닌의 난 이후로 전국시대로 접어든 일본의 통일에 초석을 놓았고, 히데요시는 일본통일의 기틀을 잡았다. 이를 토대로 이에야스는 통일을 굳히고 유지시켰다.

이들은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우리에겐 침략자로 기록되지만, 일본에겐 현재의 통일된 일본이 존재하는데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인물들로 남아 있다.

에도시대 말기 다이묘(지방호족)였던 마쓰라 세이잔은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 3인의 인생관을 주제로 `두견새`라는 제목의 유명한 일본시조(하이쿠)를 남긴다.

"누군가 두견새를 보내왔다. 그러나 두견새는 울지 않는다. 두견새가 울지 않는다면 목을 쳐버려라.(오다 노부나가) 두견새가 울지 않는다면 울게 만들어라.(도요토미 히데요시) 두견새가 울지 않는다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사람의 이같은 인생관은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어려운 결단의 순간에 살아나, 인생 혹은 기업경영의 지표로 흔하게 회자되고 있다. 노부나가는 현대사회의 경영자들에게 결단력을 갖춘 강력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히데요시는 전략가적 지모와 독창적인 정치술로 전략적 리더십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 통일된 일본에서 도쿠가와 막부를 265년간 유지시킨 이에야쓰는 현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있어 무엇이 필요한가를 확인시켜준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24~26일까지 개최된 `FPD 2007행사'는 LCD, PPD, OLED 등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최신기술과 미래기술을 보여줬다. 출품 제품에는 각 기업들의 사활을 건 의사결정이 녹아 있고, 특히 AM OLED에는 CEO들의 고뇌까지 느껴졌다.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세상에 태어나 시장에 진입하고,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한 기업의 생존을 뒤흔들 만큼의 투자가 진행돼야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3대 영웅들에게 "누군가 AM OLED를 보내왔다. 그러나 생산라인이 없다"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을 내 놓을까. 바로 AM OLED 라인을 깔겠다는 노부나가, 시장을 어떻게든 만들어보겠다는 히데요시, 시장 활성화까지 기다리겠다는 이에야스의 전략이 기대된다.

하지만 21세기 기업 CEO에게 이들처럼 뚜렷한 한가지 성향의 경영철학만이 필요한 것일까. 일본 통일에 이들 3인 모두의 지략과 전술이 필요했듯, 지속 가능한 21세기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더더욱 이들의 각기 다른 성격과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

이미 고인이 된 마쓰시타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두견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들 3인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울어야하는 두견새'를 전제로 한 것인데, 노고스케는 질문의 전제자체를 바꾼다. "울지 않는다면 그것도 또한 좋은 두견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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