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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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0-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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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케이디씨정보통신 회장


가끔, 보잘 것 없는 성과와 위치지만 사업성공의 비결 또는 경영철학을 묻는 사람이 있다.

1988년, 군복무를 마치고 첫 번째로 얻은 직장은 한국무역정보통신(주)이라는 회사였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네이버나 야후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 역할 정도를 해주는 회사였는데, 주로 무역관련 정보를 세계무역협회(WTC) 데이타베이스(DB)로부터 PC통신 또는 텔렉스(TELEX)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식정보사회의 선도자였던 이 회사는 필자가 막차를 타며 입사 6개월만에 문을 닫았고, 취업을 포기한 필자는 동료 3명과 함께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1989년, 꼬불꼬불한 인사동 뒷골목에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지하 사무실 창고를 개조하여 많든 `데이타베이스라인'은 생애 첫 번째 회사였다. 여느 벤처기업가가 그렇겠지만 `잘되면 나눠 갖자'라는 정신으로 시작한 이 창고 벤처는 시스템 컨설팅(주로 해외 전산시스템 디자인 및 구축) 및 DB 구축 전문회사였다.

운이 좋았을까. 당시 정부, 기업, 금융권 등의 전산시스템 도입이 크게 늘며 창업 이듬해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기업용 DB관리 소프트웨어도 큰 성공을 거둬 매년 30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오며 1997년, 마침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주식회사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라고 했던가. 당시 중국 진출까지 성공하며 승승장구 하던 회사에 IMF의 한파가 닥쳤다. 매출 100억원의 회사가 불과 1년 반만에 30억원 매출의 적자회사로 바뀌게 되었다.

점심 값을 아끼고, 경유차로 줄이고, 강남을 떠나 3년여간을 떠돌며 재기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회사는 가까스로 예전의 매출로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별정통신(인터넷폰) 및 IT유지보수 사업 등의 신규사업을 잇따라 론칭했으며, 해당사업은 회사의 중장기 흑자구조를 정착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이같은 극적인 반전 때문이었을까. 당시 수많은 신문, 방송, 잡지 등을 통하여 유망 벤처기업으로 보도되었고, 우수 중소기업인 자격으로 국무총리 표창 및 청와대에 초청되어 점심밥도 얻어먹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 필자는 대한민국 정보통신 업계의 대표 기업격인 케이디씨정보통신의 회장으로 취임하여 새로운 도전에 또 한번 직면하게 되었다.

네트워크, SI업계는 지금도 그렇지만 자체 솔루션 및 주변 대기업 등의 영업 인프라 없이 영업이익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으며, 특히 제조까지 겸업한 회사는 글로벌 장비 벤더와의 기술력 격차 및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당시 회장에 취임하여 적자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결심하고 제조업 철수 및 부실계열사 매각을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20년 이상의 제조업 기반으로 각종 설비, 원부자재가 유난히 많았던 케이디씨는 모든 자산이 고철 값이 되었고, 부실계열사 정리와 함께 100억원대 이상의 손실을 회계 처리했어야 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정들자 떠나갔던 여러 임직원들에 대한 기억이다.

회사 급여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할 만큼 어려웠던 당시, 필자는 모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의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고 전 임직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 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을 잃은 기업은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고 우리는 어렵지만 꿈을 잃지 않는 회사여야 한다"라고 격려를 한 기억이 난다.

나폴레옹의 격언 중 `리더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다' 라는 말이 있다. 당시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모든 임직원에게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얼마 전 창사 36주년을 맞이한 기념 행사에서 필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케이디씨는 대한민국 정보통신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기업으로 자부심을 갖는다. 하지만 아직도 최고의 기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예나 지금이나 항상 긴장된 마음으로 스스로를 채근하는 성격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뛰어난 기술력, 자본, 인재 등 수많은 성공요소와 경영철학도 많지만 필자의 경영원칙은 `달리는 자전거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는 신념과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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