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의 창] 오성의 감나무와 전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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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항복(오성)은 당시 권력자였던 권철과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하는 사이였다. 지금도 가끔 비슷한 사례가 구설수에 오르지만, 옛날에는 권력자 밑에서 일하는 노비들의 위세가 만만치 않았던 듯 하다. 이항복 집의 감나무에 탐스럽게 감이 열리자, 가지가 담을 넘어왔다는 이유로 권철 집안의 노비들이 감을 다 따버린 것이다. 상대는 세도가이고 사소한 문제로 시비를 붙을 수도 없어 노비들이 말을 못하고 끙끙대자 이 이야기를 들은 어린 이항복이 해결사로 나섰다.

다짜고짜 권철의 집에 쳐들어간 이항복은, 책을 읽고 있는 권철의 서재 문종이 사이로 주목을 집어넣고 묻는다.

`대감님, 이 손이 누구의 손입니까.'

놀란 권철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야 네 몸에 달려있으니 당연히 네 손이 아니냐.'

이 말을 들은 이항복은 놓치지 않고 말한다. "그런데 감나무 가지가 담을 넘었다고 감을 몽땅 가져가면 됩니까."

이항복의 대담함과 재치에 감탄한 권철은 나중에 그를 사위로 삼았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다음 정부의 전자정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정보기술이 확산되고 복수부처 연계 사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효율적인 사업추진 체계정립과 중복투자 제거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는 부처별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만 잘 정리해 활용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다양한 부처와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정보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수나 지진 등 다양한 재난을 효율적으로 막으려면 행정자치부와 시도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비롯해 경찰청,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국정원 등 다양한 부처와 기관의 정보가 통합 제공돼야 한다. 심지어 각종 시민단체나 자원봉사단체와의 정보까지 교환해야 한다.

시스템 연계와 통합이 필요한 것은 재난관리분야 뿐만 아니다. 복지와 교육, 기업지원 등 시스템의 연계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분야는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들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이나 보안 등을 이유로 보유한 정보를 오픈하는 데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과 기업에게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는 각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모두 국민의 소유다. 국민의 정보를 가지고 각 부처가 활용에 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뿌리가 어디에 있는 지는 생각하지 않고 담 안의 감을 따고 있는 것이다. 문종이를 뚫고 들어온 주먹을 보고 감을 되돌려줬던 권 대감처럼 정부도 이제 정부정보의 활용 방향에 대한 선택을 국민들이 직접 할 수 있게 되돌려줘야 한다.

이같은 방향전환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웹2.0이라는 생각이다. 오픈API, 위젯, RSS 등 웹2.0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공공정보의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정부간의 정보연계의 수준도 확대할 수 있다. 또 국민과 시민단체 등 민간의 국정 참여도 확대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작업은 단계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고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될 중요한 정보의 보안과 안전성은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모든 정보의 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상기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전자정부에 투입하더라도 엉뚱한 사람만 감을 먹게 될 것이다.

컴퓨팅부 부장 cere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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