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크리에이터] 게임빌 `놈` 기획 신봉구 실장

[게임 크리에이터] 게임빌 `놈` 기획 신봉구 실장
한지숙 기자   newbone@dt.co.krdt.co.kr |   입력: 2004-05-28 16:22
'놈' 인간들의 모습, 게임화했죠


`모바일게임에도 철학이 있다`

모든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세계관이 담기기 마련이다. 게임도 마찬가지. 특히 `리니지'류의 온라인게임은 현실 세상의 축소판으로 불리는데, 이는 경쟁과 승부, 정복과 보상 등 적자생존의 법칙이 생생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게임 속에 현대사회의 뒤편에 가려진 약육강식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리며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자극하는 미끼를 던져놓는다. 이를 통해 현실에서 가질 수 없거나 혹은 빼앗겼던 개인 욕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전문업체 게임빌(www.gamevil.com 대표 송병준)의 대표작 `놈(NOM)'은 "놈은 달린다. 이세상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무작정 달린다. 놈은 혼자다. 당신도 혼자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남자를 뜻하는 비속어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게임은 앞만 보고 계속 달려야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검은 형체의 캐릭터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달라도 그림자는 모두 검은색 하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게임을 기획한 신봉구(34) 실장은 "꿈보다 해몽이죠?"라고 되묻는데, 실제 게임은 3색 모노톤 컬러에 그림자 `놈'이 뛰어가며 바위와 링을 넘고, 개를 만나면 쓰다듬고 여자를 만나면 키스해주고 할머니는 엎고 뛰며 괴물과는 싸우며 계속 달리는 게 전부다.

굉장히 단순한데 모바일게임업체 사장들에게 경쟁사 우수 창작게임을 꼽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게임이다. 휴대폰 화면의 4방면을 활용해 돌려가며 조작하는 기획이, 게임은 전화걸 때처럼 정면으로만 해야한다는 상식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만 되고 다른 매체로는 되지 않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PC모니터는 돌릴 수 없지만 이동기기인 휴대폰은 돌릴 수가 있었죠. 화면의 4방을 달리는 지면으로 활용했고 대신 원 버튼으로 조작을 간편하게 했습니다. 횡 스크롤 방식이다 보니 속도감이 중요했고 그래서 단일 색 배경에 단순한 도트 캐릭터들이 나왔습니다."

`놈'은 보기엔 단순해도 4면 각 면에 별도 이미지가 필요해 그림 용량은 4배로 들었다. 또 그만큼 버그도 많이 발생해 개발 기간만 8개월, 개발비는 총 1억원이 넘게 들었다.

독특한 조작 방식 때문에 `놈'은 지난해 2월 등장부터 단박에 인기를 끌어 1년여가 지난 요즘에도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다운로드하는 베스트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돌려가며 버튼을 계속 누르는 사람을 본다면 그 사람은 `놈'을 하는 중이다. 아직 휴대폰을 돌려가며 하는 게임은 `놈'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봉구 실장은 게임의 인기에 대해 "처음에는 일단 신기해서 다운받는데, 하고 보니 단순해서 감정이입의 폭이 넓고 생각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이 게임은 게임빌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작이면서 신 실장에게도 처녀작이다. 지난 95년 아케이드게임업체에 입사, 사운드와 디자인을 담당하다 게임빌에 들어와 첫 기획한 작품인 것. `놈'은 시리즈로 계속 나올 예정이며 그도 덩달아 밤낮 없이 바쁘게 됐다.

전작이 세상 밖의 `놈'이라면 후속작은 `놈'의 머릿속이라고 한다. `년'이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절대 그럴 계획은 없다고. 구체적인 내용과 출시 일정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신신당부한다.

대학 때 오락실에서 동전 받는 아르바이트에서 시작한 게임과의 인연. 디자인 전공에 장래 희망은 음악인이었지만 아케이드게임을 거쳐 어느새 모바일게임으로까지 인연의 끈을 잇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음악을 할 것이라는 신씨는 아직도 가슴 한 켠에 싱어 송 라이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진 그의 꿈과 열정을 모바일게임으로 만나볼 수 있다.

한지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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