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금융계 결산](1);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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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경각심


2003년 계미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금융계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충격 속에서 출발해 카드사 경영위기, 신용대란,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을씨년스런 한해를 보냈다. 수출전선은 건재했으나 내수 및 투자 부진 등으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졌다. 올 한해 국내 금융계를 달궜던 주요 이슈 점검과 시사점을 5회에 걸쳐 싣는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우리경제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재계를 대표하는 SK그룹 내부에서 터진 분식회계 사건으로 SK그룹은 물론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국가 신인도까지 흔들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은 그간 불도저식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투명성을 저버린 기업의 한계와 말로를 보여준 동시에, 우리 기업들에게 만연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사례였다.

검찰은 지난 3월 SK글로벌이 회계 분식을 통해 총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렸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동근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등은 SK글로벌 2001회계연도에 은행명의의 채무잔액증명서를 위조, 1조1881억원의 은행채무를 없는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주도했던 것으로 밝혔다.

SK글로벌 분식회계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차대조표상 이익잉여금 1조5587억원을 과대계상하고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손실 1226억원을 과소계상했다. 부문별로는 외화외상매입금(유전스) 누락이 1조188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공외화외상매출채권 1498억원, 부실자산 대손충당금 미계상 447억원, 재고자산 과소계상 670억원, 투자유가증권 과대계상 2501억원 등이었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터진 직후 우리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SK텔레콤, (주)SK 등 SK그룹주와 SK글로벌에 돈을 빌려준 하나, 우리, 조흥은행, 신한지주 등 은행주가 폭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53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SK계열사들이 발행한 1조7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중 MMF(머니마켓펀드)에 편입된 물량에 대한 환매사태가 이어지면서 자금시장 마저 꽁꽁 얼려버렸다. 채권시장도 SK글로벌 분식회계 발생직후 5년만기 국고채가 연 5%대로 올라섰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한때 1238.20까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 언론들은 SK글로벌 사태를 `한국의 엔론'과 `한국의 월드콤'으로 비유하면서 "한국경제가 중대한 신용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 국내 기업의 신용도 하락까지 부추겼다.

결국 이같은 참화를 겪던 SK그룹은 소버린자산운용이란 영국계 자본에 대주주 자리를 내주며 경영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한 기업의 분식회계가 국가경제 전체를 위협했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SK글로벌은 과연 어떤 회사였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SK글로벌의 전신은 지난 1953년 설립된 선경직물로, SK텔레콤 등과 함께 재계 3위의 SK그룹을 떠받쳤던 핵심 계열사다. 손길승 전 SK그룹회장도 지난 65년 선경직물을 통해 입사했다.

SK내부에서는 분식회계가 터진 직후 "그룹의 맏형 격인 SK글로벌이 계열사들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를 떠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자조 섞인 반응이 많았다. 한국 재벌기업 문화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특히 SK글로벌 분식회계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유전스처리 과정에서 SK글로벌 외부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들이 이를 적법한 방법으로 확인하지 않고, 오히려 분식회계를 방조했던 것은 우리 회계감사시스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또 SK글로벌의 채권은행이었던 금융회사들마저 분식회계를 눈감아주면서 재벌 계열사와 거래하는 채권은행들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SK글로벌 사태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김응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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