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끌어온 `농협 vs IT개발자` 야근 첫 판결…개발자 일부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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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가까이 진행된 농협정보시스템과 IT개발자간의 `야근 업무 인정'을 둘러싼 소송전에서 법원이 IT개발자의 `무임금 야근'을 인정하며 원고인 IT개발자의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IT개발자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 사례가 나오면서 보상 없는 야근이 당연시되는 IT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농협정보시스템(피고)과 이 회사에 근무했던 IT개발자 양모씨(원고)간의 1심 최종 공판이 열린 가운데,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달 21일 내린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농협정보시스템에게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2년 동안 양모씨가 일한 총 1427시간에 달하는 연장, 야간, 휴일 근무에 관한 임금 총 1169만4405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양모씨가 당초 법원 측에 제출한 야근 시간 4525시간의 3분의1 수준으로, 법원이 양모씨의 야근 주장에 일부만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양모씨의 야근 시간 일부만을 인정했지만, 피고측이 제시한 청구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했다.

특히 법원은 농협정보시스템이 `(야근, 연장근무는)원고의 자발적인 시간 외 근무'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시간 근로 등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농협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법원은 "원고(양모씨)가 담당했던 (농협정보시스템에서의) 업무는 그 강도가 막바지로 갈수록 점점 세졌고, 이에 따라 원고의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가 불가피했다"며 "피고(농협정보시스템)의 각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원고를 비롯해 (업무)담당자들에게 예정된 일정에 맞춰 업무를 완성할 것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야근 및 휴일근무를 강요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2006년부터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업무를 시작한 양모씨는 2008년 폐결핵 진단을 받고 폐의 상당 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양모씨는 농협을 상대로 야근 수당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게 됐고, 1심 판결만 3년 가까이 걸리면서 담당 판사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재판부가 인정한 야근 기록에 따르면, 양모씨는 일을 처음 시작한 2006년 11월 평일 오후 10시까지 근무했고, 12월에는 오후 11시까지 매일 근무했다. 2007년 역시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평일 오후 11시까지 업무를 강행했다. 2008년 7∼8월 사이에는 자정까지 매일 근무했으며, 결국 이해 11월 폐결핵 진단과 절제 수술을 받기에 이른다.

법원이 1심에만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는 IT업계에서 `대가 없는' 야근이 관행화되면서 이를 회사와 IT개발자 모두 기록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야근일지가 없어 재판부는 증인을 불러 당시 상황을 심문하거나 농협측이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판단하느라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1심 선고에서 이종민 판사는 "나름대로 (이번 사건을 두고)고민을 많이 했다"며 "몸이 많이 안 좋을 텐데 (이번 판결이 내키지 않을 경우)항소해서 유리한 판결을 받길 바란다"는 `특별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번 1심 판결은 농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농협정보시스템에는 3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양모씨가 야근에 대한 보상으로 1000여만원을 받게 됨에 따라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의 보상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간 항소 신청은 선고문을 받은 날로부터 보름 후인 3월14일까지다.

1일 양모씨는 전화 통화에서 "재판부가 농협의 (야근 근무 등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행이지만 실제 야근 시간 대비 재판부가 인정해준 시간간에 차이가 있어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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