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던 대기업 연구원…처참한 결말

100조 첨단기술 유출시도 전SMD 연구원 등 11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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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놓고 관련업체들이 경쟁사의 인력스카우드는 물론 산업스파이사건까지 발생, 마치 첩보영화를 연상시키고 있다. 100조원대로 예상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두고 관련 연구원이 관련 핵심기술을 유출하다가 총 11명이 검거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검거된 조모씨 등은 관련 기술을 경쟁사 뿐 아니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넘기려 한 것으로 알려져, 하마터면 수십조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 뻔했다.

5일 경기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핵심기술을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LGD)로 빼돌린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전 SMD 연구원 조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기경찰청은 핵심기술을 빼돌린 SMD 전현직 연구원과 경쟁업체 직원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동안 반도체 등 산업기술 유출과 관련해 비슷한 사안이 있었으나, 기존까지는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 업체로의 기술유출이었으며, 국내 경쟁사끼리 기술유출은 이례적이다.

현재 세계 OLED 시장에서 SMD 점유율은 97%로 이번 기술유출로 시장의 3분의 1을 잠식당한다고 추정하면 그 피해 규모는 5년 간 최소 3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SMD측 분석이다. SMD는 500여명의 연구원을 동원해 4년 간 1조1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OLED를 개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SMD에서 OLED TV 핵심기술인 SMS(Small Mask Scanning) 기술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던 조모씨는 퇴직 후 LGD 협력사에 입사한 뒤 1억9000만원을 받고 SMS 제조공정 관련 비밀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모씨는 이후 LGD 임원급으로 입사하기로 했으나, 사안이 무산되자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에 기술을 빼돌리려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소니 휴대용 게임기 PS비타 등에 탑재되는 OLED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LCD에 비해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 잔상 없이 자연색을 재현할 수 있다. 향후 대형화를 통해 빠르면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출시하는 TV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지난 1월 전미가전전시회(CES)에서 OLED를 적용한 TV를 발표한바 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성과 LG간 산업스파이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SMD는 LG디스플레이에게 겸허하게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최고 경영진의 성의 있는 사과와 부당 스카우트를 한 인력에 대한 퇴사조치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SMD 측은 "수사 결과 LG디스플레이는 전무급 고위 임원이 직접 경쟁관계인 삼성의 연구원에게 거액의 금품제공과 임원자리를 약속하고 기술정보와 연구원들을 빼내 올 것을 지시하는 등 경영진이 직접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LG의 경영진이 OLED 기술력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 조모씨로부터 어떠한 기술정보도 입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LGD는 자사 OLED 방식(W-OLED, 수직 증착)은 조모씨로부터 받았다는 기술방식(RGB, 수평 증착)과는 완전히 상이한 기술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건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디스플레이 업체가 국내 2개사 밖에 없기 때문에 인력이동은 어쩔 수 없으며, 최근 3년 간 자사에서 SMD로 전직한 연구원의 숫자가 2000년 이후로 누적 80명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LGD는 "경쟁사의 OLED 방식과 우리 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경쟁사 기술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입수한 적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이와 관련해 LGD 인사담당 임원이 조모씨에게 기술유출 등을 목적으로 접근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며, 이번에 검거된 11명 이외에 관련자들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양사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형근기자 bass007@

◇ 사진설명 : SMD, LGD 로고
▶이형근기자의 블로그 : http://blog.dt.co.kr/blog/?mb_id=bas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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