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무제한 망 요금제 철회해야

홍진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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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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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무제한 망 요금제 철회해야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달되는 인터넷 트래픽에 대해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을 막론하고 이를 생성하거나 소비하는 주체에게 차별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에서 앞섰기 때문에, 토종 포털이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인터넷 이용도 활발해서 인터넷 서비스제공자(ISP), 인터넷 콘텐츠제공자(ICP), 인터넷 이용자간에 선순환 관계가 유지되었다.

논쟁의 불씨를 당긴 ISP들은 포털들이 동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광고 수익을 올리고 공짜 서비스를 남발하고 있지만, 그 부담은 ISP가 지고 있기 때문에 망 확충에 ICP들도 비용 분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스마트TV는 수 십배의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할 것이므로 제조업체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ICP들의 입장은 인터넷 서비스의 통제권을 ISP가 갖게 되면 새로운 서비스 등장에 걸림돌이 되고,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이통사들이 공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와 동영상 스트리밍을 차단하거나 사용량을 제한하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1% 헤비 트래픽 이용자가 이통망 전체 트래픽의 1/3을 차지하는 이용자간 요금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며, 모르는 사이에 특정 서비스가 차단되거나 제한을 받는 심각한 권익 침해을 당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망 중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무선 인터넷에 장벽을 치고 ICP들을 줄 세우기 하던 이통사들이 아이폰 출현으로 무장해제 됐음을 기억한다. 망에 부담을 준다거나 시장을 잠식한다는 이유로 특정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차별하는 일은 글로벌 인터넷에서 실효성도 없고, 국내 인터넷 산업이 공멸을 초래한다. ICP나 스마트TV 제조업체에 분담시킨다 해도 결국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국내 산업만 역차별 당한다.

그렇다고,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에 대한 책임을 ISP만 떠맡을 수는 없다. 통신사업자는 공공성을 갖는 사회적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를 받고 요금을 인가 받는 것이다. 전력 공급 중단이 대란을 야기하듯이, 망의 수용용량을 제 때 키우지 않으면 국민과 기업 활동에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 망을 확충할 적정한 수준의 여력을 확보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할 필요는 없겠다.

모든 문제는 현행 요금제에 기인한다. 현행 요금제로는 해결책이 없다. 유선망에서 정액제를 보완하고, 이동망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철회할 필요가 있다. 사용량을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제는 트래픽의 증가가 ISP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고, 따라서 새로운 서비스 출현을 억제하고 갈등을 유발하며, 망 투자비용을 증가시킨다. 소수의 과다 이용자가 대다수의 이용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게 된다.

과거 유선망의 정액제를 종량제로 변경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ISP들이 미국 AT&T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철회했음을 알면서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한 일은 단견이며 무책임하다.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해고 이해를 구한 다음 사회적 합의를 얻을 때, 비로소 올바른 요금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과도한 이용자에게는 보다 많은 요금을 부담 지우는 반면, 사용량이 적은 이용자에게는 지금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한다면, 국민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데이터 사용량 상한을 두고, 많이 사용할수록 대폭 할인해 주는 단계별 요금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엄정한 망 중립성은 이런 전제 하에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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