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문화산업으로 성장하는 게임

[디지털포럼] 문화산업으로 성장하는 게임
    입력: 2011-01-03 21:00
김형철 브리디아 대표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제9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산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게임업계가 이제 사회를 리딩하는 주류산업으로 위상을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되는 것 같다. 한해 해외수출 1조 8000억원을 달성하는 효자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게임중독, 폭력성, 선정성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홀대 아닌 홀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는 근원적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각이 순작용 보다는 역작용이 더 많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산업이든 반드시 순작용만 지니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 환경오염, 자원고갈, 사고사망 등 치명적인 역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한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볼 때, 역작용에 대한 사회적인 규제를 산업 내에서 받아들이고 한 단계 더 성숙한 산업의 모습으로 계속 진화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무연휘발유 사용을 의무화하고, 브레이크 장치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 등은 분명 자동차 산업의 원가 상승의 요인이 되었지만 성숙한 산업의 일원이 되기 위한 적절한 대가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도입이 이슈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형태의 사회적인 규제는 단기적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한 단계 성숙한 문화산업의 일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규제를 거부하고, 밀어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켜, 게임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청소년 게임중독 치유센터와 같은 공공적인 부분의 역할을 정부와 더불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한걸음 한걸음의 노력들이 모인다면,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산업에서 사회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산업으로 사회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유사한 예로, 제지업체인 유한킴벌리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사회적인 규제나 비판을 더 적극적으로 승화시킨 경우도 있다. 제지업은 필연적으로 삼림파괴, 지구온난화, 자원고갈 같은 문제로 인해 환경단체의 비판과 정부규제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삼림자원 보호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서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인식될 정도로 탈바꿈하였다. 꾸준한 기업광고와 실천을 통한 결과이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유한킴벌리 제품을 쓸 때마다 왠지 모르게 지구온난화를 막는 삼림보호에 일조하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이번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을 신호탄으로 엔씨라는 한 기업의 이미지마케팅 수준을 넘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게임업계가 새로운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야구라는 것을 단순히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넘어, 그 사회를 대표하는 또 다른 문화산업으로 바라보면 좋을 것이다. 야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또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야구장은 아빠, 엄마, 그리고 온 가족이 손잡고 여가를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 김태균 선수의 홈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국 국민으로써 뿌듯하기까지 하다. 이런 국민 스포츠에 게임업계가 당당히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좋겠다. 단순히 야구장 스탠드에 야구게임 광고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야구산업을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ㆍ농구 등 다른 스포츠 산업과 영화ㆍ드라마 그리고 수많은 레저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 이윤창출이라는 소극적 목적을 뛰어 넘어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이루는, 보다 높은 단계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회장의 경영이념이 생각난다.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 이제는 삼성하면 글로벌기업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자그마한 지역기업이지 않았겠는가? 그런 기업이 사업보국이라는 거창한 기치를 내세울 때 많은 사람이 비웃을 수도 있었겠지만, 고 이병철회장이 지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기업이 영리추구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바로 사회적 책임이라 할 수 있고, 이런 경영철학이 지금의 삼성을 이룬 뿌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엔씨소프트의 기업이념이 세상 사람의 삶을 더 즐겁게 하자였던가? 이제 엔씨소프트가 앞으로 게임과 야구를 통해 얼마나 세상을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사뭇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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