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TV의 종말과 인터넷의 차기 제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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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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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빌 게이츠는 "5년 후가 되면 사람들은 우리가 오늘날 TV를 봤다는 사실에 대해 웃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TV방송 관계자가 들으면 틀림없이 발끈할 소리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 빌 게이츠의 빗나간 예언 몇 가지를 떠올리며 애써 위안을 삼으려 할지도 모른다. 그는 1981년에 "메모리 640KB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하고 넘치는 용량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으며, 2003년에는 "스팸 메일이 2006년까지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호언장담한 적도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예언들은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이번 TV에 대한 예언만큼은 적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거실에서 TV라는 기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TV라는 기계는 지금보다도 더 대형화될 것이며, 훨씬 선명한 고화질 화면을 제공해 줄 것이다. 다만 TV 화면을 통해 전송되는 영상이 공중파 방송이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빌 게이츠의 예언은 충분히 새겨 들을만한 소리이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으로 인한 신문 시장의 커다란 변화를 경험했다. 국내 포털들이 뉴스 서비스를 본격화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02년 전후였는데, 당시만 해도 `포털이 언론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많은 언론학자들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신문사들은 곧 닥칠 자신의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채, 당장 포털로부터 받게 될 기사 판매 수익만 계산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심지어 포털 스스로도 조만간 막강한 언론 권력이 자신들의 손에 쥐어지게 될 것이라는 운명을 미처 예견하지 못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은 "막강한 언론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며 흥분하고 있다.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포털에게 빼앗긴 신문사는 뒤늦게 살길을 찾으려 허둥대기 시작했다. 포털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자의반 타의반 언론 매체다운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신문은 방송의 미래이다. 인터넷 미디어의 다음 사냥감은 TV 방송국이다. 그동안 TV 방송국의 매체 권력을 지탱해준 힘은 방송장비, 방송인력, 전파라는 3가지 독점 자원이었다. 그러나 TV 방송국은 더 이상 이들 자원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고가의 방송장비를 갖춘 수많은 외부 프로덕션들이 상당수의 방송물들을 공급하고 있으며, 여기에 네티즌들의 UCC까지 가세하고 있다. 방송인력은 아예 상황이 역전되어 버렸다. 과거에 방송국이 직접 관리하던 스타급 연예인들이 지금은 전문 매니지먼트사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방송국 간부에게 잘 보여야 출연 기회를 잡았지만, 이제는 거꾸로 방송국 간부들이 전문 매니지먼트사에게 소속 연예인을 자사의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나마 남은 전파 독점권도 초고속으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더 이상 희소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TV 방송국에게는 아무런 독점 자원도 남아 있지 않다. 머지않아 TV 방송국의 역할은 지금의 종이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콘텐츠 제공업체 정도로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는 빌 게이츠의 예언처럼 5년이면 충분하다.

TV 방송이 누려왔던 영상 미디어의 차기 권좌는 포털과 동영상 전문 사이트의 차지가 될 것이다. 이미 TV 시청자수는 해마다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반면 `유튜브'의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웬만한 대형 TV 방송국의 1일 시청자 수를 웃돌고 있으며, 하루에 업로드 되는 동영상 클립수도 미국 내의 모든 방송사가 제작할 수 있는 방송물의 양을 훨씬 앞지른다. 그러나 포털과 동영상 전문 사이트들도 다가올 자신들의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마냥 희희낙락할 일만은 아니다. 최근 터져 나온 포털의 음란 동영상 사건이야말로 영상 미디어의 차기 제왕들에게 경종을 울리게 한 좋은 계기이다. 권력은 그것을 감당할만한 자격과 책무를 갖춘 자만이 가져야 마땅함을 먼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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