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기 칼럼] `니콜라스 카` 논쟁과 BPMㆍSOA

[박서기 칼럼] `니콜라스 카` 논쟁과 BPMㆍSOA
박서기 기자   skpark@dt.co.kr |   입력: 2006-07-13 16:51
박서기 논설위원


2003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한 편의 논문이 전 세계 IT업계와 경영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라는 경영 컨설턴트가 쓴 `IT Doesn't Matter'(IT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제하의 논문에 대해 빌 게이츠, 마이클 델 등 IT업계 유명 인사를 비롯해 전 세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대적인 논쟁을 벌였다. 아마 이 사건은 경영학계와 IT업계에서 동시에 벌어졌던, 가장 획기적인 논쟁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도 단 한 편의 논문을 두고 말이다.

니콜라스 카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IT는 점차 철도나 전기 같은 일용품으로 바뀌고 있다. IT가 보편화되고 저렴한 비용으로 IT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IT는 매력적이지 않다. 이제 IT는 어떠한 경쟁우위도 제공하지 않는다."

몇 주간의 논쟁을 거치면서 외형적으로는 반박 진영의 캐치프레이즈였던 `IT Does Matter'(IT는 중요하다)가 승리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의 주장은 최고정보책임자(CIO)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반성의 계기를 제공했다. `우리 회사의 IT는 경쟁우위와 차별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과연 얼마나 많은 CIO가 `예'라고 답할 수 있겠는가.

아쉬운 점은, 당시 국내에서는 전문가 논쟁은커녕 해외에서 벌어진 논란조차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일부 기사나 기고문에서 니콜라스 카의 이름과 논문 제목이 언급된 정도였다.

이후 몇 년간 이 논쟁을 잊고 있었는데, 최근 IT업계의 핫이슈로 부상한 업무프로세스관리(BPM)와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니콜라스 카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두 개념은 사뭇 다른 내용이지만, `IT가 비즈니스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향점과, 이를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고민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니콜라스 카의 주장을 선의로만 본다면, 그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바로 `IT는 경쟁우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니어링'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렸다는 BPM 개념과, 엔터프라이즈 IT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상이라는 SOA 개념이 아이러니하게도 니콜라스 카의 고민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올 들어 국내에서도 BPM이 전 산업 분야로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적인 기업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프로세스=자산'이라는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OA도 더디기는 하지만 올해, 내년을 거치면서 작은 규모나마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BPM과 SOA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특히 SOA에 BPM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 논의 수준이나 프로젝트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BPM은 좋은데, SOA는 아직 더 두고 보자는 게 대세다. 사실 SOA관련 논의 자체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이런 불균형을 보면서 니콜라스 카 논쟁조차 소화하지 못한 우리 현실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정하고 싶지만 이것이 바로 IT 강국,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냄비근성 같은 것 말이다. BPM과 SOA는 IT와 비즈니스의 관계 측면에서 기존의 질서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단순히 툴 도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연 근본에 천착하고 있는지, 아니면 유행을 좇고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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