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입소문과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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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6-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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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광장] 입소문과 마케팅
한민희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한 라디오 프로에서 들은 에피소드다. 한 소녀가 산 지 얼마 안된 신발의 장식이 떨어져 길가 간이건물의 구두방을 찾았다. 말을 하려는 데 노트를 내미는 부부를 보니 귀머거리 부부였다. 글로 장식을 고쳐 달라는 요청을 하니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라고 표현을 하고 남편은 장식을 고쳤다. 부인이 고쳐진 신발을 깨끗하게 닦아서 내밀자 남편이 부인에게 뭐라고 인상을 짓더니 봉투에 정성껏 담아서 돌려주었다. 신발은 새 것같이 깨끗해졌고 값도 비싸지 않았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Love me tender'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소녀는 DJ에게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정성껏 신발을 수리해준 부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그때 들은 `Love me tender'를 신청했다.

입소문이란 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소비자로부터 나온다. 위의 소녀는 라디오에 이 일화를 말하기 전에 많은 주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를 할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 때의 감동을 다시 체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번의 감동은 이렇게 감동을 재생산한다.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광고나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이 소녀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긍정적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어떤 광고나 홍보보다도 열정적이고 신뢰감 있게 말이다.

이 소녀는 본인들은 듣지도 못하는 음악을 고객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공한 그 고객지향적인 마음에 그렇게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또 깨끗하게 닦은 신발을 봉지에 포장해서 주는 고객에 대한 그 정성이 고마웠을 것이다.

고객지향적인 사고, 정보를 활용한 고객위주의 마케팅 계획과 실천, 적절한 가격에 제공되는 서비스나 상품의 높은 품질도 중요하겠지만 그 위에 고객에 대한 정성이라는 마케팅 마음(Marketing Heart)이 얹혀짐을 고객이 아는 순간 감동이라는 체험을 하게 만들고 그러한 감동체험이 입소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체험을 통해 입소문을 유발하는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한 감성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이 체험을 이야기하도록 만든다. 1822세대 여성을 겨냥, 전지현이 올챙이송과 춤을 추는 동화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전지현 따라하기 이벤트를 진행해 타깃 소비자층이 이를 인터넷으로 다시 유통하는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기술된 마케팅 서적에는 입소문과 관련된 내용이 많지 않지만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입소문의 역할이 매우 크다. 우리는 좁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소비자이며 소비자간 접촉과 교류가 많다. 우리는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신뢰하며 함께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입소문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입소문이 구매에 어떤 과정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결과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입소문은 소비자의 체험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성공적인 체험을 위해서는 타깃 고객에게 구체적인 포지션을 만들어 전달하는 일반적인 마케팅과는 달리 무대(stage)라고 표현하는 잘 차려진 체험의 장으로 소비자를 초대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초대받은 소비자들이 어떻게 체험하는가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며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당히 다른 마케팅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상품이나 서비스라는 외부자극을 감성적 체험으로 받아들인 사람들만이 그에 대한 입소문을 낼 수 있다. 그 입소문이 그가 속한 사회에 자극과 흥분의 요소로 작용하면 소비자는 그 상품이나 서비스에 심취(infatuation)하게 되고 그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열렬한 지지행동을 자극하게 된다. 그것은 다시 구성원들의 입소문을 만들어 내고 이러한 순환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구매나 재구매가 촉진된다. 이러한 순환에서 소비자의 열정과 흥분이 촉매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염두에 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적절한 타이밍에 고객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며, 또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를 넣게 된다. 슈퍼볼 광고라던가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을 찬조하는 Product Placement같은 요소가 그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은 기획하는 회사에게는 아직 실패율이 높은 위험한 전략에 속한다. 그러나, 체험이라는 부분이 더 중요해지고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효과도 커지는 추세를 볼 때 입소문 마케팅을 규명하는 연구는 점점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입소문이 더욱 중요한 시장에서는 입소문 마케팅의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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