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덕이 있는 기업 행동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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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5-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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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광장] 덕이 있는 기업 행동의 실천
이승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미국에서 9ㆍ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미국 기업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를 했는지가 종업원들의 애사심과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종업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취하는 행동과 대응방식을 보고 이 조직이 얼마나 인간적인지(humane), 정의로운지(just), 그리고 용기있는지(courageous) 판단을 내린다. 특히 9ㆍ11 테러와 같은 크나큰 혼란과 충격 속에서 기업이 취하는 행동은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게 되고, 종업원들은 그 행동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속한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기업에 대한 애착심이 강화되거나 약화되기도 한다.

로이터통신 미국 지사가 9ㆍ11 테러에 대한 대처는 인간적이며 정의롭고 용기 있는 기업행동의 예를 잘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로이터 미국 지사는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가 무너지는 과정을 목격하고, 즉시 통제센터(Control Center)를 설치했다. 그리고 종업원이 제일 우선, 그 다음이 고객, 그리고 마지막이 비즈니스라는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그에 따라 행동을 개시하도록 했다. 즉, 로이터 구성원의 안전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고객의 요구를 파악, 충족시키며 그 이후에 비즈니스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CEO를 비롯하여 보안 담당자, 인사관리 담당자, 고객관리 담당자 등의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통제센터에서는, 종업원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경찰, 항만, 그 외의 공공기관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검토하고,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안전한 귀가가 어려운 경우 종업원들이 밤을 지낼 수 있는 곳을 마련하도록 주선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로이터 종업원들의 안전 여부를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확인하고, 특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20명의 종업원들의 집으로 CEO가 직접 전화를 걸어 가족들을 안심시키려는 노력도 더했다. 며칠째 실종된 종업원들의 가족들을 도와 실종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한 달 여 후에는 실종된 로이터 종업원들을 위한 추모의식을 가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미국 지사는 이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간적인 기업의 면모를 종업원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보여줄 수 있었다. 로이터통신의 한 종업원은 테러 이후 회사의 대처방식을 보면서 로이터통신이 굉장한 기업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에 더하여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지닌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 한 종업원은, CEO가 로이터 종업원 가족들을 배려하고 위로하며 고통을 함께하는 것을 보며, 로이터통신의 마음(heart)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인간적인 면에 더해, 로이터의 정의롭고 용기 있는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례도 있다. 일부 종업원들이 미국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로이터통신 빌딩의 전광판에 미국 국기를 게양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의 원칙은 한 국가가 아닌, 전세계인을 위해 일하는 것임을 편집국과 경영진들이 강조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글로벌 역할을 강조하며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자칫하면 미국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국기 게양문제를 기업의 원칙을 용기 있게 고수하며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로 인하여 로이터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얼마만큼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고, 로이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 동안 기업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들을 언론을 통하여 많이 접해 왔다. 하지만, 기업 내부의 종업원들이나 외부의 일반 대중들 모두 기업의 이러한 부정적인 면 이외에, 인간적이고 정의로우며 용기 있는 모습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미국 지사의 9ㆍ11 테러에 대한 대처사례는 구성원들의 힘과 역량,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기업 문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비록 테러와 같은 긴박한 위기상황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업행동들은 사소하더라도 종업원들의 기업에 대한 애착심이나 자부심 형성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행하는 덕이 있는(virtuous) 행동들은 비록 작은 행동이라도 기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종업원들의 애사심과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데 있어 무척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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