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중국시장 공략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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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12-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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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럼] 중국시장 공략의 과제
유성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중국의 13억 인구와 연간 9%의 고도성장이 뿜어내는 `기회와 위협'은 오늘날 우리 경제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다.

중국의 세계시장 잠식은 우리에겐 큰 위협이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하여 중국 현지에 진출하여야 할지 아니면, 현지투자 없이도 중국 특수에 편승할 수 없을지 고민하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같은 조건이라면, 현지투자 없이 중국시장의 한 모퉁이를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중국의 위협과 기회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하려면, 일본과 한국의 관계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철강, 조선, 가전, 자동차, 반도체, 이동통신 등, 세계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오른 산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산업에서 한국은 하나 하나 도전을 시작해 이제 세계시장에서 앞서고 있거나 바짝 좇으면서 일본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은 일본은 여전히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소위 `느긋'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하여 엄청난 무역적자를 매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경쟁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일 경제정상화 이래 한국은 대일 무역적자를 면해 본 일이 없다. 우리나라의 10대 적자국 리스트에서 9개국은 사우디, 호주, 등 모두 자원의 공급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자원공급국이 아니면서 유일한 무역적자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몇 해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괄목할 무역성장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 `In from Japan, Out to America'라는 것이었다. 즉,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자본재, 부품, 소재를 수입하여 조립 및 제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식은 기본적으로 지금도 유효하다. 매년 일본으로부터 200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일으키는 중요한 기계, 부품, 소재를 수입하여야 우리의 수출산업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기술경쟁력, 품질경쟁력, 그리고 지리적 근접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고급기술과 정교한 품질과 혁신적 아이디어가 함유된 제품은 `경험곡선 법칙'의 지배를 철저히 받으므로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여도 경험곡선의 궤적을 뛰어 넘을 수 없다. 우리는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 놓아야 하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서는 일본 최고기술의 기계와 부품과 소재가 필요한 것이다.

이 관계식을 우리도 중국과의 관계에 적용할 수 없을까? 즉, 중국의 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수입하여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국이 교역하는 227개 국가 가운데 한국은 4번째로 큰 규모로 수입해가는 고객국가이며, 한국에게는 중국은 2003년에 이미 제일 큰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한 국가이다. 중국시장은 우리나라에 있어 기본적으로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출시장으로 파악해야 한다. 중국의 수출증가는 구조적으로 수입증가를 수반하는 수입의존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할수록 더욱 더 많은 자본재, 부품, 소재를 주변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수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이의 원천적 소스를 한국에서 찾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지리적 접근성과 문화적 친화성이라는 우리의 경쟁우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리를 비켜서 일본으로부터 필요 요소를 수입해 갈 것이다.

`경험곡선'은 기술, 품질, 인노베이션 등 지식관련 변수의 상호작용으로 얻어지는 복잡한 과정의 결과이다. 중국은 `경험곡선'의 궤적에서 많이 뒤져 있다. 우리의 일은 이 경험곡선의 혜택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의 기회를 현지에 진출하여 포착하기보다는 중국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과 품질을 스스로 우리로부터 수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도록 만드는데 들어가는 자본, 시간, 조바심, 현지화의 노력 등을 한국에서 기술과 품질혁신에 대신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더구나 이 전략은 현지투자의 가슴 졸이는 위험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중국무역에 관해 `In from Korea, Out to the World Market'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쓸 날을 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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