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진단] 삼성 `낸드`, 애플 `아이팟 나노` 저가공급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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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C낸드보다 30%싼MLC공급
"중소MP3P죽이기 주장은 무리"



?삼성전자는 나쁘다(?)?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의 MP3플레이어 신제품인 ?아이팟 나노?에 최신의 낸드플래시를 공급한 것과 관련, 외국 대기업에는 싸게, 국내 중소기업에는 비싸게 판매한다는 이유로 비난 세례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논란이 확산되면서 급기야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손잡고 ?중소 MP3P 업체 죽이기?에 나섰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 주장처럼 삼성전자가 국내 중소 MP3P 업체를 죽이기 위한 전략을 펼친 것일까. 이같은 음모론 대해 삼성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이팟 나노와 낸드플래시의 진실은 무엇인가.

◇아이팟 나노 저가의 비밀=삼성전자가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기존 가격에 비해 50% 싸게 공급해 아이팟 나노가 초저가로 출시될 수 있었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의 주장대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팟 나노?에 공급한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같은 용량의 HDD 가격(기존 낸드플래시 가격의 절반)과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은 높다. 삼성이 부인하고 있지만, HDD 가격 수준이 아니라면 4GB 아이팟 나노의 가격이 기존 2GB의 다른 플래시타입의 MP3P와 같은 가격대에 출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아이팟 4GB 제품과 기존 2GB 낸드플래시 타입의 제품 가격 비교가 온당할 것일까. 애플에 공급한 제품(MLC)이 현재 비교대상이 되고 있는 ?기존의 그 제품(SLC)?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낸드플래시에는 SLC(Single Level Cell)와 MLC(Multi Level Cell) 등 2종류가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하나의 셀에 하나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인 SLC형 낸드플래시만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기흥 14라인에서 하나의 셀에 두 개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MLC형 4Gb 낸드플래시를 생산, 그 첫 양산제품을 애플에 공급했다. 이전까지 MLC는 업계 2위인 일본의 도시바만 생산한 제품이다.

이 MLC는 동일한 용량의 SLC보다 칩 사이즈는 35% 가량 작아 경쟁력이 높지만, 데이터의 읽기 속도는 30%, 쓰기 속도는 75% 뒤진다. 또 프로그램이나 삭제 속도는 SLC의 10분의 1수준으로 처진다. 전체적으로 성능이 60% 가량 떨어지는 대신 가격이 30% 가량 싸다.

애플에 공급한 MLC 4Gb 낸드플래시는 기존 삼성전자의 SLC 4Gb 제품보다 30% 가량 싸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에 공급한 낸드플래시의 98% 이상은 MLC형 제품?이라며, ?이를 통해 SLC 제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은 중소 MP3P 업체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다. 한 MP3P 업체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LC형 낸드플래시 대신 도시바 등의 MLC형 낸드플래시를 조만간 탑재해 가격 경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저가 낸드가 아이팟 가격 인하의 요인(?)=2GB 용량의 아이팟 나노가 199달러, 4GB 제품이 299달러에 판매되면서 MP3P의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의 파격적 가격 인하가 이를 가능케 했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낸드플래시가 MP3P의 핵심 부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저가의 낸드플래시가 아이팟 나노 가격 인하의 모든 책임을 덮어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면서 아이팟 미니나 아이팟 셔플 때의 부품 공급업체의 상당수를 교체했다. 업체간 경쟁을 통해 제조 원가인하의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저가의 낸드플래시 뿐만 아니라 오디오 프로세서, 클릭휠(Click Wheel) 등도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을 받아 아이팟나노에 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그마텔(SigmaTel)이 아이팟셔플에 공급했던 오디오 프로세서(STMP3550)는 기존 HDD 오디오 프로세서를 만들던 포털플레이어(PortalPlayer)의 제품(5021C)으로 바뀌었다. 또 상당수의 오디오프로세서는 포털플레이어의 5021C보다 진보된 5024와 같이 오디오 기능과 미디어플레이어 기능이 하나의 칩에 결합한 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애플은 미디어플레이어 기능을 뺀 5021C 칩을 사용하고, 대신 미디어 기능은 울프슨의 WM8975G코덱으로 대체했다. 이 또한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애플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팟나노의 트레이트마크인 클릭휠도 기존 시냅틱스(Synaptics)의 기술 대신 사이프레스반도체의 캡센스(CapSence)기술을 적용한 제품(CY8C21434)으로 바꿔, 기능향상과 원가절감을 동시에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애플 아이팟 나노의 초저가는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부품의 거래선을 바꾸면서 만들어진 것이지, 삼성전자가 MLC형 낸드플래시를 저가에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성공이 삼성에 도움이 된다(?)=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저가에 공급해 기존 중소 MP3P 업체들을 시장에서 정리하고, 삼성과 애플이 MP3P 시장을 양분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을까. 애플이 아이팟나노를 통해 시장을 평정할 경우 우선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져 사업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도체 분야의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MP3P 시장을 독점할 경우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갖게 돼 가격 결정권이 애플에 넘어가게 된다"며, "그럴 경우 삼성은 애플이 원하는 가격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삼성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관계자도 "반도체총괄 입장에서는 더 많은 MP3P 업체가 성장해야 더 많은 낸드플래시를 팔 수 있다"며 "일부의 음모론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MP3P 시장에는 대기업으로 애플과 삼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워크맨 신화의 일본 소니 등 거대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하더라도 그 시장이 이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애플이 시장을 독점하는 동안 삼성전자 DM총괄의 MP3P 사업도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수하고 애플에만 파격적인 조건으로 낸드플래시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같은 조건이면 같은 가격에 제공한다=삼성전자는 같은 조건(수량 및 공급기간)이면 국내 MP3P 업체들에게도 언제든지 같은 가격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수량의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이 공동 구매 등을 통해 바잉 파워를 키워 구매한다면 대량구매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국내 MP3P 업체의 경우 현재 4Gb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4GB의 MP3P를 생산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애플과 같은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동일한 조건은 언제든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구매 규모가 떨어지더라도 일부 할인율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부 MP3P 업체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2Gb 낸드플래시를 4Gb 제품의 절반 가격에 달라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전략적으로 4Gb 제품의 가격은 크게 낮추고 2Gb의 제품의 가격은 유지해 가격역전 현상을 통해 낸드플래시의 고용량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2Gb×2=4Gb'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소기업의 공동구매를 거부했다(?)=중소 MP3P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공동구매를 요구했으나 삼성전자가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공동구매 요구는 2회 가량 있었으나, 두 번 모두 실제 행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6월 일부 업체들이 낸드플래시의 공동구매 의사를 밝혀 왔으나, 이후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MP3P 업체들이 공동구매를 하지 않아 실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한번은 국내 MP3P 업체들의 생산을 대행하겠다는 A사로부터의 낸드플래시를 공동 구매하겠다는 의사가 있었으나, MP3P 업체들이 A사에 공동생산(생산OEM)을 의뢰하지 않으면서 공동구매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국내 중소 MP3P 업체들이 공동구매 의사를 밝히고, 제품을 구매한다면 언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급부족 상황이 도래할 경우 대형거래선을 우선 챙길 수밖에 없는 사업적 현실은 감안해야 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오동희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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