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게임물 2개 등급제 논란

[심층분석] 게임물 2개 등급제 논란
이택수 기자   micael@dt.co.kr |   입력: 2005-09-21 16:35
'약'처럼 포장… 알고보니'독'?
기존 12~15세 이용가도 성인등급 부여 받게 돼
등급분류 형평성 논란ㆍ업체간 갈등 유발 우려
전문가 "온라인게임 대중화 현실에 역행" 지적



지난 상반기부터 정부와 국회는 게임산업 진흥을 목표로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기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만을 따로 떼어내 만든 정부 입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은 정청래ㆍ박형준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이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각각 의원 입법안을 제출(대표 발의)해 놓은 상태다.

정부안의 경우, 산하기관 주도의 게임산업과 게임문화 육성정책을 내놓은 반면 의원입법안에는 게임산업진흥을 위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급 분류에 대해 추진 주체에 대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문화부와 여당은 장관이 게임물 등급분류 기관을 지정ㆍ취소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여당 안에서는 별도의 게임물등급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추진 주체에 대한 이견과는 달리, 등급분류 방식에 대해서는 3개 법안 모두 2개 등급제를 표방하고 있다.

2개 등급제란 게임물 등급분류를 크게 성인용(18세 이용가)과 비성인용(전체이용가)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기존 게임물 등급분류가 4단계로 이뤄져 왔던 것을 감안하면 대폭 간소화되는 셈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산업계 목소리를 수용해 게임물 등급을 간소화함으로써 산업 진흥을 꾀하려는 의지를 담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게임물 2개 등급제의 경우, 정부나 국회가 생각하는 것처럼 산업진흥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산업적 불균형과 사회적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게임물 2개 등급제는 기존 4개 등급(전체, 12세, 15세, 18세 이용가)을 2개 등급(전체, 18세)으로 간소화하는 것으로, 전체ㆍ12ㆍ15세를 모두 전체이용가 등급에 포함시키고(비성인 등급), 나머지 게임물에 성인등급(18세)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이같은 취지와 달리 실제 게임물 등급분류는 그 반대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와 국회 안은 `성인게임이 아닌 경우 모두 전체이용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제 등급 분류가 이뤄질 때는 제도 속성상 `전체이용가 게임물이 아닌 경우는 모두 18세'라는 식으로 적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물론 영화ㆍ공연 등에 대한 등급분류에서 전체이용가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물 등급제를 2개 등급으로 간소화할 경우, 12세나 15세 이용가 게임물은 `전체가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오히려 성인등급을 받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김문희 수석 전문위원도 이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 위원은 게임산업진흥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각 법안에서 전체이용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임물'로 규정되어 있는 바, 성인물은 아니지만 초등학생이 이용하기에는 폭력성이나 사행성이 지나친 정도의 게임물에 대해 등급분류기관이 규정을 글자그대로 적용할 경우 전체이용가 등급을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18세이용가'로 분류하는 것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게임물 2개 등급제는 전체이용가에 대한 용어 제정 취지와 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등급 분류기관이 어디가 됐든 동일하게 나타날 공산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개 등급제 만큼은 정부안과 국회안이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추후 제정될 게임산업진흥법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울러 정부안과 여당안에서 법 통과 이후 기존에 12세와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게임물의 등급을 전체이용가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게임산업진흥법 이전에 12세나 15세를 받은 게임물은 `전체이용가'로 판매ㆍ서비스할 수 있게 되는 데 반해, 동일한 수준의 폭력성과 사행성ㆍ선정성을 가진 신규 게임물(법제정 이후 게임물)은 성인등급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등급분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업체간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요컨대 정부와 국회는 산업계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 게임물 등급제를 2개 등급제로 간소화하려 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산업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소지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 사회적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의 경우, 게임물 이용 등급을 2가지로 간소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의 게임물 심의기관에서도 등급 분류를 4∼5등급으로 세분화하고 있으며, 2개 등급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의 등급 분류가 국내와 달리 `규제'의 성격보다 `이용(내용) 정보 제공'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국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임평론가 박상우 씨는 "게임물 2개 등급제는 지난 2000년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주류를 이뤘을 때 제기됐던 것으로, 당시에는 청소년게임과 성인게임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온라인게임이 대중화된 상태여서 다르다"며 "게임 산업과 문화 발전을 위해 등급분류 기관이 새로 만들어지고 제도가 개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법안들이 현실을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택수기자@디지털타임스
DT Main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