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열풍 주도 프로게이머
인터넷 문화가 낳은 '새종족'
팬까페 회원 인기연예인 능가
주중 오후 5시 이후에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영화관 맞은편에 가면 별천지를 만날 수 있다. 사이버틱한 분위기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몇 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무대에 등장하면 객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또 KTF로고나 SK텔레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대 뒤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등장해 오늘의 경기 일정을 소개한다. 곧이어 우주복을 입은 선수들이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화면에서는 이들의 게임 플레이 장면이 비춰진다.
이 때쯤 되면 경기석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수십 혹은 수백명의 청소년들은 `치어플`(cheer+placard의 합성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프로게이머의 특성과 응원 문구를 디자인한 플래카드)이나 막대 풍선을 들고 `KTF 파이팅' 혹은 `SK텔레콤 파이팅', `팬택앤큐리텔 파이팅'을 외친다.
게임단 대항전이 아니라 개인전일 경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선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시작한다. e스포츠의 대명사 격인 `스타리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신인류의 출현〓 게임평론가 박상우씨는 `게임 세상을 혁명하는 힘'이라는 저서를 통해 "게이머들은 새로운 종족의 인류"라고 언급했다. 흔히 게이머로 불리는 이들은 현실 보다는 게임 속에 사는 시간이 더 많고,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게임을 하기보다 게임을 위해 현실을 견뎌내는 부류들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낳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형이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종족이 보다 현실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직업적인 게이머라 할 수 있는 e스포츠계의 프로게이머들이 그들이다. 잠자는 동안에도 게임을 한다는 이들은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면 `몬스터' 같은 부류일 수도 있다.
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삼성동 메가 스튜디오는 게임전문 케이블TV `온게임넷'에서 마련해 놓은 프로게임 대회용 전용 경기장이다. 이 곳에서는 수요일과 일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에 매일같이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온게임넷과 같은 게임전문 방송사 엠비씨게임도 아셈홀 지하에 있는 세중게임월드에서 주 5회 정도 게임대회를 열고 있어, 삼성동에서는 매일 프로게이머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꿈, 프로게이머〓 그러나 이들 대회장에 `애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온게임넷 메가스튜디오에서 경기가 있는 시간에는 맞은편 메가박스 영화관의 관람객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
특히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이나 홍진호ㆍ박정석ㆍ이윤열 같은 선수가 등장하는 날이면, 스튜디오 바깥까지 팬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북새통 중간에는 30∼40대들도 끼어 있고,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인기 프로게이머들의 팬카페 회원수는 일반 연예인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임요환 선수만 해도 팬카페 회원수가 7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고 인기 연예인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며,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임요환 이외의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적게는 수만명에서 십수만명의 팬카페 회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요즘 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 등 모든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이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 등 오프라인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 `청소년'과 `애들'이 사라진지 오래인 반면, e스포츠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초등학생과 10대 소녀 팬, 20대 청년들이 가득하다.
TV 시청률도 오프라인 스포츠와 e스포츠의 역전이 이뤄진 지 오래다. 한일 축구대회나 월드컵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10대와 20대의 스포츠 채널 시청률을 비교하면 e스포츠 방송의 시청률이 오프라인 스포츠의 몇 배에 이르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 스포츠의 미래와 e스포츠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80년대 중반 초등학생들의 꿈이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요즘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목표는 `프로게이머'이다. 최근 프로게임 게임단 `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프로게이머 연습생 3명을 모집하는 데 수천명이 몰린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방증한다.
◇KPGL에서 광안리 10만 관중까지〓하지만 e스포츠의 현재 인기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 e스포츠의 시작은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었던 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이벤트성 대회에서 시작된 국내 e스포츠 리그는 99년부터 한국프로게임리그(KPGL) 대회를 필두로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PKO), 한국 마스터즈 대회, SBS 대회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 e스포츠 대회는 스폰서나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몰락했고, 그 자리를 게임전문 방송사들의 리그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면서 e스포츠를 키우기 시작했고, 프로모션 효과가 높다고 판단한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대회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3년 단체전 성격의 팀 리그가 생겨나면서 제2의 프로게임단 창단 러시가 이뤄졌고, 삼성ㆍKTFㆍSKTㆍ한빛소프트 등 10여개 프로게임단이 등장했다. 이 때부터 프로게임 대회의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7월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야외 결승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만 관중을 기록하며 국내서 열린 온ㆍ오프라인 스포츠를 통틀어 최대 기록을 세웠다.
◇21세기엔 디지털 스포츠 종주국으로〓 이처럼 기성세대들이 오프라인만 보고 있는 사이 디지털 세대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지금 국내 e스포츠 문화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21세기 새로운 디지털 문화와 스포츠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이를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VOD는 아시아권 게이머들의 인기 콘텐츠로 부상한 지 오래다. 국내 스타 선수는 이제 아시아 스타 선수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노력과 더불어 최근엔 대기업과 정부까지 e스포츠의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문화관광부가 글로벌 게임 올림픽 개념의 `월드사이버게임즈' 대회를 5년째 진행하고 있고, 최근엔 e스포츠 전문 업체가 중심이 되어 한국을 중심 무대로 하는 `월드e스포츠게임즈'라는 국제 대회가 창설되기도 했다. 또 중국 공산청년단과 국내 정치인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중사이버게임대회'도 개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e스포츠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는 "20세기 최고의 스포츠인 야구과 축구의 주무대가 미국과 유럽이었고, 그래서 한국은 물론 세계 모든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자 했다면, 21세기엔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종주국인 한국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땀흘려 연습을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며 "그 시대를 위해 e스포츠가 유행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 문화가 낳은 '새종족'
팬까페 회원 인기연예인 능가
주중 오후 5시 이후에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영화관 맞은편에 가면 별천지를 만날 수 있다. 사이버틱한 분위기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몇 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무대에 등장하면 객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또 KTF로고나 SK텔레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대 뒤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등장해 오늘의 경기 일정을 소개한다. 곧이어 우주복을 입은 선수들이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화면에서는 이들의 게임 플레이 장면이 비춰진다.
이 때쯤 되면 경기석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수십 혹은 수백명의 청소년들은 `치어플`(cheer+placard의 합성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프로게이머의 특성과 응원 문구를 디자인한 플래카드)이나 막대 풍선을 들고 `KTF 파이팅' 혹은 `SK텔레콤 파이팅', `팬택앤큐리텔 파이팅'을 외친다.
게임단 대항전이 아니라 개인전일 경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선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시작한다. e스포츠의 대명사 격인 `스타리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신인류의 출현〓 게임평론가 박상우씨는 `게임 세상을 혁명하는 힘'이라는 저서를 통해 "게이머들은 새로운 종족의 인류"라고 언급했다. 흔히 게이머로 불리는 이들은 현실 보다는 게임 속에 사는 시간이 더 많고,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게임을 하기보다 게임을 위해 현실을 견뎌내는 부류들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낳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형이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종족이 보다 현실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직업적인 게이머라 할 수 있는 e스포츠계의 프로게이머들이 그들이다. 잠자는 동안에도 게임을 한다는 이들은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면 `몬스터' 같은 부류일 수도 있다.
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삼성동 메가 스튜디오는 게임전문 케이블TV `온게임넷'에서 마련해 놓은 프로게임 대회용 전용 경기장이다. 이 곳에서는 수요일과 일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에 매일같이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온게임넷과 같은 게임전문 방송사 엠비씨게임도 아셈홀 지하에 있는 세중게임월드에서 주 5회 정도 게임대회를 열고 있어, 삼성동에서는 매일 프로게이머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꿈, 프로게이머〓 그러나 이들 대회장에 `애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온게임넷 메가스튜디오에서 경기가 있는 시간에는 맞은편 메가박스 영화관의 관람객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
특히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이나 홍진호ㆍ박정석ㆍ이윤열 같은 선수가 등장하는 날이면, 스튜디오 바깥까지 팬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북새통 중간에는 30∼40대들도 끼어 있고,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인기 프로게이머들의 팬카페 회원수는 일반 연예인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임요환 선수만 해도 팬카페 회원수가 7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고 인기 연예인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며,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임요환 이외의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적게는 수만명에서 십수만명의 팬카페 회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요즘 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 등 모든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이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 등 오프라인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 `청소년'과 `애들'이 사라진지 오래인 반면, e스포츠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초등학생과 10대 소녀 팬, 20대 청년들이 가득하다.
TV 시청률도 오프라인 스포츠와 e스포츠의 역전이 이뤄진 지 오래다. 한일 축구대회나 월드컵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10대와 20대의 스포츠 채널 시청률을 비교하면 e스포츠 방송의 시청률이 오프라인 스포츠의 몇 배에 이르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 스포츠의 미래와 e스포츠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80년대 중반 초등학생들의 꿈이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요즘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목표는 `프로게이머'이다. 최근 프로게임 게임단 `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프로게이머 연습생 3명을 모집하는 데 수천명이 몰린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방증한다.
◇KPGL에서 광안리 10만 관중까지〓하지만 e스포츠의 현재 인기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 e스포츠의 시작은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었던 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이벤트성 대회에서 시작된 국내 e스포츠 리그는 99년부터 한국프로게임리그(KPGL) 대회를 필두로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PKO), 한국 마스터즈 대회, SBS 대회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 e스포츠 대회는 스폰서나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몰락했고, 그 자리를 게임전문 방송사들의 리그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면서 e스포츠를 키우기 시작했고, 프로모션 효과가 높다고 판단한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대회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3년 단체전 성격의 팀 리그가 생겨나면서 제2의 프로게임단 창단 러시가 이뤄졌고, 삼성ㆍKTFㆍSKTㆍ한빛소프트 등 10여개 프로게임단이 등장했다. 이 때부터 프로게임 대회의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7월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야외 결승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만 관중을 기록하며 국내서 열린 온ㆍ오프라인 스포츠를 통틀어 최대 기록을 세웠다.
◇21세기엔 디지털 스포츠 종주국으로〓 이처럼 기성세대들이 오프라인만 보고 있는 사이 디지털 세대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지금 국내 e스포츠 문화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21세기 새로운 디지털 문화와 스포츠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이를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VOD는 아시아권 게이머들의 인기 콘텐츠로 부상한 지 오래다. 국내 스타 선수는 이제 아시아 스타 선수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노력과 더불어 최근엔 대기업과 정부까지 e스포츠의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문화관광부가 글로벌 게임 올림픽 개념의 `월드사이버게임즈' 대회를 5년째 진행하고 있고, 최근엔 e스포츠 전문 업체가 중심이 되어 한국을 중심 무대로 하는 `월드e스포츠게임즈'라는 국제 대회가 창설되기도 했다. 또 중국 공산청년단과 국내 정치인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중사이버게임대회'도 개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e스포츠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는 "20세기 최고의 스포츠인 야구과 축구의 주무대가 미국과 유럽이었고, 그래서 한국은 물론 세계 모든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자 했다면, 21세기엔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종주국인 한국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땀흘려 연습을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며 "그 시대를 위해 e스포츠가 유행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