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유효경쟁정책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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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5-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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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U 경영학부 권영선 교수

현재 통신산업정책 중에서 국내 산업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뽑으라고 하면 필자는 유효경쟁정책을 꼽을 것이다. 유효경쟁이란 개념은 과점적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독과점적 통신시장에서 유효경쟁수준을 평가하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단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좀더 꼼꼼이 그 의미와 유효경쟁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의도한 선의보다는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유효경쟁이란 말은 정의하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른 애매 모호한 개념이다.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경쟁기업 숫자, 시장점유율, 요금추이 등과 같은 간접 지표를 사용해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수준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자연독점성이 강한 통신시장의 경쟁상황 평가를 위한 적절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러한 지표에 얽매이면 당초 추구한 목표의식은 상실하게 되고, 수단이 목표로 전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연 독점성이 강한 네트워크 서비스산업에서 경쟁기업 숫자가 많다는 것은 서비스 생산비용측면에서 비효율성을 반증하는 것이 된다. 시장점유율이 소수기업에 집중될수록 평균비용은 더 낮아지는 반면, 여러 사업자에게 분산되면 될수록 평균비용이 높아지는 현상이 네트워크 산업에서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사업자들간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균등하게 하려는 정책도 통신시장에서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시장점유율을 균등하게 하려는 정책은 서비스 제공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성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통신시장의 자연적 진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통신시장에서 자연진화를 통한 기업합병은 비용인하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소비자후생을 향상시킨다.

또한 이미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집중에 따른 가격인상은 우려할 바가 못 된다.

통신시장에서 쏠림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비대칭 규제정책은 통신산업발전에도 소비자후생에 있어서도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인 것이다. 작금의 통신시장에서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통신요금이 하락하는 것도 비용구조상 당연한 것으로서 유효경쟁수준의 향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포항제철이 국내 자동차 생산자에게 수출가격보다 싼 가격에 철강을 공급하게 된 것은 국내 제철산업이 경쟁적이기 때문이 아니고 포항제철이 지속적으로 효율성 향상에 노력했기 때문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통신산업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매출액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생산비용까지도 하락한다. 때문에 여타 시장에서와 달리 통신사업자들은 고객유치를 위하여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강한 유인을 갖게 된다.

자사의 고객은 지키고 남의 고객은 빼앗아 오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비용의 지출이 통신사업자의 요금인하 여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대칭 규제정책을 통한 유효경쟁정책은 의도한 바와 달리 경쟁의 과실을 소비자에게 돌리기보다는 비효율적 통신사업자들을 도와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정부는 비대칭 규제정책에 근거한 유효경쟁정책을 버려야 한다. 다른 국가들은 통신산업을 어떻게 남보다 빨리 발전시킬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기존 통신시장에서 땅 따먹기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이 앞선다. 애매 모호한 유효경쟁이란 용어에 현혹되어 정부는 언제까지 비효율적 사업자를 보호하면서 나갈 것인지 갑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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