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이동전화시장 경쟁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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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5-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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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선 ICU 경영학부 교수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 많은 경우 기업들은 서비스나 상품을 남보다 싼 가격에 제공하고자 비용절감에 전력을 다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활성화되면 대개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이란 경쟁의 과실이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경쟁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정부는 시장에서 경쟁수준을 감시하는 한편 경쟁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게 된다. 경쟁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정부는 흔히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경쟁사업자 숫자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통신산업은 규모의 경제효과가 크기 때문에 많은 경우 사업자 숫자가 좋은 경쟁의 지표가 되지 못한다. 즉, 경쟁사업자 숫자 증가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숫자에 근거하여 경쟁수준을 평가하려는 오류를 흔히 목격한다.

특히, 경쟁이 네트워크 계층의 상부에서 발생하지 않고 네트워크 기반의 경쟁이 되면 통신산업에서의 경쟁은 소비자후생을 높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낮추는 역할을 한다. 국제전화와 같이 네트워크 계층의 상부에서 경쟁이 발생할 경우 서비스제공을 위한 투자비용이 작기 때문에 경쟁은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동전화서비스와 같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쟁이 이루어 질 경우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하여 가입자수 증가는 곧바로 일인당 비용하락으로 이어진다. 막대한 네트워크 설치비용은 정해진 반면 가입자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은 작기 때문에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일인당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장점유율이 높을 수록 가입자 한 명당 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큰 사업자는 같은 통신서비스를 경쟁사업자 보다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 이동전화서비스의 가격이 같으면 시장점유율이 큰 사업자는 일인당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경쟁사업자 보다 많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금년 2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이동시장전화 시장의 가입자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SK텔레콤은 53.2%, KTF는 32.1%, LG텔레콤은 14.7%를 차지하고 있다. 이동전화산업에서는 가입자수가 증가하면서 가입자 일인당 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SK텔레콤은 다른 두 사업자보다 이동전화서비스를 보다 낮은 비용에 제공하게 된다.

실제 3개 사업자의 당기순이익을 비교해 보면 이 같은 비용의 차이를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2003년 SK텔레콤은 1조9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KTF와 LG텔레콤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4074억원과 788억원에 그쳤다. 3개 사업자간 이동전화 요금에 있어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숫자가 많을수록 매출액은 커지기 마련인 반면 가입자 일인당 비용은 하락한다. 따라서 가입자 숫자가 많을수록 이익은 커지기 마련인 것이다.

시장에서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높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사업자를 한계기업이라고 부른다. 한국 이동전화시장에서 LG텔레콤은 바로 한계기업에 해당한다. 가입자수 증가에 따라 비용이 하락하는 이동전화산업에서 자유경쟁이 이루어지면 한계기업은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LG텔레콤은 생존을 하는가? 그것은 이동전화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이동전화요금이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받는 SK텔레콤의 요금 수준이 LG텔레콤의 가입자당 비용을 상쇄할 만큼 높기 때문이다. 분명 SK텔레콤의 당기순이익을 볼 때 이동전화 요금을 인하할 여지는 크다. 그러나 이동전화요금을 크게 인하하면 LG텔레콤은 조만간 시장에 남아있을 수 없게 된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LG텔레콤의 존재는 SK텔레콤의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보장하는 안전판인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은 대개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작금의 이동전화시장에서와 같은 관리된 경쟁은 가격인하를 억제하여 소비자후생의 향상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빨리 사업자 숫자에 의한 경쟁이 소비자후생과 통신산업발전에 기여한다는 허구에서 벗어나 통신사업자들의 땅 따먹기 경쟁을 종식시키는 한편, 강자가 미래 융합네트워크 시대의 종합통신사업자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