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밸리] 인터넷기업의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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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2-12-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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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녕 아사달인터넷 대표이사

얼마전 한 도메인 업체가 영업정지를 당한 일이 있다. 그 업체의 직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고가의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낙장 도메인'이라는 것으로 도메인 소유자가 실수로 유지비용을 내지 않아서 삭제된 도메인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번에는 `business.co.kr' `dream.co.kr' 등 고가의 도메인 이름이 삭제되었는데 그날 전국에서는 이 이름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이 경쟁을 벌였다. 동시 접속자가 몰려들면서 5개의 공인사업자 중 3개 회사의 웹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정상 작동을 멈추었다. 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다행히 2개 회사의 시스템이 버텨주었는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정말 어이없게도 고가의 도메인을 등록한 사람이 일반 이용자가 아니라 도메인 등록을 받는 업체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업체 직원의 경우 일반 이용자와 달리 복잡한 신청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도메인 등록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등록결과가 나오자 도메인동호회 게시판이 시끌벅적해졌다. 자신이 노렸던 도메인을 다른 사람이 아닌 등록업체 직원이 가로챈 것에 대해 분노가 대단했던 것이다. 결국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긴 회의를 소집하고 사건을 조사한 결과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제 남은 것은 사건의 처리와 징계 수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도메인 등록업체가 맺은 공식계약서에 따르면 도메인 업체의 직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도메인을 선점할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필자는 도메인 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종업계의 경쟁회사가 이번 일로 계약해지를 당하고 공인사업자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직원들의 행위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을 만큼 명백한 위법행위이고 부도덕한 일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처음 발생한 일이고, 그 직원들 모두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므로 지나친 징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해당 도메인을 반환하고 해당 업체가 일정 기간 영업정지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말이 있다. 가장 공정하고 도덕적이어야 할 도메인 업체의 직원이 일반 이용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고가의 도메인 이름을 선점하는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도메인 업계 전체가 의심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다수의 정직한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도덕성이라는 말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은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정보산업의 최첨단 분야이고 도덕성은 동양의 유학사상이나 서양의 중세시대에 많이 강조됐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날 인터넷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정으로 훌륭한 기업은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도덕적인 기업이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회사의 전체 직원을 대회의실에 모아놓고 도덕교육도 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일종의 범죄행위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회복불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취업규칙도 개정했다. 도메인 업체의 직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도메인을 선점할 경우 즉시 징계해고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며칠 뒤에는 우리 회사의 협력업체 담당자를 소집해 역시 같은 취지의 교육을 했다.

인터넷 기업의 직원에게 도덕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이런 과정을 겪어야 진정으로 큰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다가올 시대는 기술만능의 시대가 아니라 도덕성을 갖춘 기업이 우대받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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