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밸리> .kr도메인 육성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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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2-03-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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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인터넷 서창녕 사장

요즘 ‘회사이름.com’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또 명함에 찍힌 이메일 주소 뒤에도 닷컴(.com)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을 때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회사이름 자체를 무슨무슨 닷컴이라고 짓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닷컴이라는 꼬리말은 이제 친숙한 접미사가 된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국가 도메인인 닷케이알(.kr)은 어떠한가.

우리 동네 꽃배달 가게 간판에 붙은 닷컴(.com) 꼬리표를 보면서 뿌듯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제 한국은 인터넷이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 정보통신 강국이 되었구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꼬리표가 닷케이알이 아니라 닷컴이라는 데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초까지는 한국에 닷케이알 도메인 개수가 닷컴보다 많았지만 그 이후 역전돼 2002년 3월 현재 국내에 닷컴 도메인이 100만개 이상 등록돼 있고 닷케이알 도메인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45만여개가 등록되어 있는 실정이다.

도메인 등록 및 웹호스팅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이러한 현실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독일(.de)이나 영국(.uk)처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도메인(.kr)을 닷컴보다 더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는 닷컴 도메인 선호현상이 아주 강한 나라이다. 미국이 하면 그대로 따라하는 사대주의적 경향도 문제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닷케이알 도메인 등록을 지금까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독점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닷컴 도메인은 원래 미국인만 등록할 수 있었는데 규제 완화와 함께 전세계 누구나 등록 가능한 국제도메인이 되었다. 도메인 등록은 ICANN이라는 공공기관에서 총괄하지만 실제 고객은 직접 ICANN에 등록할 수 없고 전세계 100여개 이상 존재하는 공인 민간등록업체(레지스트라)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 무려 100개가 넘는 민간업체들이 경쟁을 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닷컴 도메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에도 10여개 정도의 도메인등록업체들이 닷컴 도메인 레지스트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한국에서 닷컴 도메인 등록개수가 닷케이알보다 많아지게 된 것도 이들 업체들의 적극적 마케팅 활동 때문이다.

KRNIC의 정책과 운영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초로 개인을 위한 도메인(.pe.kr)을 만들었고, 기업들에게 ‘.co.kr’ 도메인 복수 등록을 허용하는 등 한국의 도메인 정책이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KRNIC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도메인 등록업무를 발빠르게 민간경쟁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상당한 국내시장을 닷컴 진영에게 내어준데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KRNIC에서 뒤늦게라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난 1~2월 동안 경쟁체제 도입에 관한 토론에 여러번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하루 빨리 닷케이알 도메인 등록을 독점에서 경쟁으로 바꾸어 닷컴 도메인 선호 현상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실무자들이 기술적, 행정적 이유를 들면서 그 시행시기를 계속 늦추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관 내부적인 문제로 한 나라의 도메인 정책이 자꾸만 후퇴하고 국내시장을 닷컴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게다가 경쟁체제를 도입하더라도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다수의 업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2~3개의 소수업체에게만 자격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되면 진정한 경쟁체제가 아니라 2~3개 업체의 독과점이 될 것이 분명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경쟁체제의 취재를 살리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닷컴 도메인 등록이 여전히 닷케이알 등록보다 많을 것이고 우리 동네 꽃집은 또 다시 닷컴 도메인을 등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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