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미경 기자]정부가 거듭 철수를 권고한 여행금지 7개국에 우리 국민 1000여명(6월기준)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안전을 보장하려면 정부의 철수명령 권한을 강화하거나 재입국을 금지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여행금지 흑색경보 단계인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일부 지역, 소말리아,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 7개국에 한국민 1123명이 체류 중이다. 여행금지 흑색경보 단계는 해당 국가 방문이 금지되며 이미 체류하고 있는 경우 즉시 대피·철수해야 한다.
최근 여행금지국인 리비아에서 우리 국민 1명이 무장민병대에 납치돼 28일째 억류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6일 곧바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안전한 귀환 방안을 협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피랍 현지해역으로 급파해 구조작전을 시작했다.
정치권도 피랍국민의 무사귀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민주평화당은 2일 논평을 내고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가 납치된 국민이 무사귀환 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의당도 이날 논평에서 "조속히 국민의 신변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지난 1일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 당국은 피랍국민의 무사귀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은 또 여행금지국가에 머물고 있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철수 권고를 무시할 경우 위험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구조활동에 투입되는 인력·비용 등 부담도 큰 탓이다.
일례로 내전 때문에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예멘에 거주하던 우리 국민 2명은 정부의 거듭된 철수 권고에도 현지생활 등을 이유로 철수하지 않다가 지난해 10월 자진출국 의사를 밝혀왔다. 외교부가 국제기구로부터 전세기를 임차해 2명을 구조했으나 이들은 올해 상반기 재입국 금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예멘으로 다시 입국했다. 외교부는 이들에게 여권 반납명령 처분을 내렸다. 외교부가 이들을 예멘에서 구조하는데 사용한 전세기 비용은 3만6575달러(한화 4000만원 상당)다. 이들 2명은 통상 수준의 탑승권 비용만 부담했으며 초과비용은 모두 정부가 부담했다.
이태규 의원은 "경각심 없는 일부 국민의 버티기로 인해 해외안전사고 위험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성실히 정부의 철수권고를 이행한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는 경우)개인 구조비용 부담을 현실화하거나 위험국가에는 재입국을 금지하는 쪽으로 지침을 개정해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나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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