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불안 전이될 가능성 높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 시점을 가늠하는 등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지만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고용이 부진 하는 등 악화된 경제 지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성장·고용·소득·소비 등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 대해 구조적인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용 부진은 일부 업종의 업황 개선 지연 이외에 노동시장 이중 구조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 등 특정 부문에 의존하는 성장은 외부 충격에 대한 경제 복원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총재는 "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를 통해 소비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때 구조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며 "이 과정에서 경제 주체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으나 구조적 취약성 해소를 위한 노력을 미루면 중장기적으로 더 엄중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되 성장과 물가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금융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 긴 안목에서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늘려갈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올 하반기에는 내년 이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점검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정책 당국의 말 한 마디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유효성 제고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총재는 "남북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북한 경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앙은행에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