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콘택트렌즈로 당뇨병과 녹내장을 동시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장웅 UNIST 교수(신소재공학부)팀은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삽입해 쓸 수 있는 투명하고 유연한 센서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콘택트렌즈 센서는 당뇨병의 판단 기준인 혈액 내 포도당 농도(혈당)와 녹내장의 원인인 안압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기존에도 콘택트렌즈로 혈당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져 왔으나, 사용된 전극이 투명하지 않아 눈에 꼈을 때 시야를 가지는 문제가 있었다. 또 실제 렌즈가 아닌 렌즈 모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해 착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투명도가 높고 신축성이 좋은 그래핀과 금속 나노와이어로 센서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이 센서를 이용하면 눈물 속 혈당을 감지해 정보를 무선 안테나로 보낸다. 무선 안테나가 전력을 이용해 센서의 정보를 읽어오기 때문에 렌즈에는 배터리 등 별도의 전원이 필요 없다.
안압 측정은 유전층을 이용한다. 유전층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층으로, 양전하와 음전하가 양쪽으로 나뉘는 극성을 띈다. 이 층의 두께는 안압이 높아지면 얇아지고, 낮아지면 두꺼워지는 식으로 변한다. 안압 측정 센서는 이를 감지해 무선 안테나로 정보를 전달한다.
연구팀은 센서를 적용한 콘택트렌즈를 살아있는 토끼에 착용시켜 혈당과 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렌즈에 변형이 생겨도 혈당과 안압이 정상적으로 감지됐으며, 눈물 속에 다양한 물질에 노출돼도 센서의 특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장웅 교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에 적용할 수 있는 두 종류의 투명 전자센서를 동시에 구현해 당뇨와 녹내장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이 기술은 배터리가 필요 없는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 센서를 실현할 방법을 제시한 것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이창영 교수(생명과학부), 변영재 교수(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경북대학교 의학과 김홍균 교수(안과학), 배귀현 교수(내과학)가 함께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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