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디얼라이언스' 가입 추진
'한지붕 두가족' 체제 전환
국적선사 겹쳐… 효율화 필요성 대두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구조조정의 막바지에 이른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가입에 사실상 '올인'하면서 한진해운과 함께 두 국적선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상선이 내년 4월 출범하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합류에 성공하면 앞서 가입한 한진해운과 '한지붕 두 가족' 체제로 바뀐다. 서로 다른 해운동맹에서 경쟁하던 국적 선사들이 한 배를 타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그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합병론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설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하는 시기부터 불거졌다. 정부가 두 회사에 합병을 제안했으나 거부하면서 구조조정을 강제한다는 게 골자였다. 정부와 양대 선사가 이를 부인하면서 합병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올 들어 양대 선사가 구조조정 작업을 한창 진행하면서 합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두 회사가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하면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현대상선이 내년부터 서비스를 하는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적선사는 한국 국적을 달고 세계 주요 항만을 다니는 해운사로, 해운동맹에 속하면 동맹에 속한 다른 해운사도 국내 항구에서 화물 등을 싣고 내릴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해 한 배를 타면 국내 항구로 드나드는 다른 해운사의 선박도 그만큼 줄어든다. 물동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국적선사의 합병이 추진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양사가 합병할 경우 물동량 기준 세계 5위 컨테이너선사로 도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현대상선의 사정이 그나마 낫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선복량(선박의 화물 적재능력)은 현대상선(38만TEU·TEU는 6m 컨테이너 1개)이 한진해운(62만TEU)에 밀린다. 하지만 상황은 현대상선이 유리하다. 용선료(선박 임대료) 협상 타결이 임박한 데다 채무재조정에 이미 성공해 해운동맹 가입만 성사하면 구조조정을 매듭지을 수 있다. 이러면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 정부의 선박펀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을 최근 시작한 터라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하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과 선주 구성이 다양해 돌발변수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편 이날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현대상선이 속한 G6 해운동맹의 정례회의가 열렸다. 각 회원사의 임원급 실무진이 모여 성수기인 3분기에 대비해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G6 해운동맹 회원사이자 디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NYK와 MOL 등 세 곳의 선사도 참여했다. 애초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오후 회의장을 찾아 디 얼라이언스 선사와 별도로 면담할 계획이었으나 선사들의 요청으로 취소했다. G6 동맹 실무진들은 각 회원사의 선대 운영 계획을 논의했으며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범 현대상선 비상경영실장(전무)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이 동맹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동의 여부는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상생 모드를 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한진해운이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
